살 날이 얼마 남지않은 할머니의 솔직한 에세이
가끔 내가 일기에 쓰는 말인데, 사노 요코라는 일본 작가의 에세이집 제목이기도 하다.
괴팍하게 보일지라도, 생각을 가감없이 옮겨쓴 그녀의 이 책이 좋다.
책을 못 읽는 병에 걸린 것 같은 요즘이었는데, 집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주섬주섬 꺼내 읽다보니 이틀만에 다 읽었다.
책을 펼치면 이런 문구가 있다.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작가는 암에 걸리고, 살 날이 2년 밖에 안남았다는 사실에서 해방감을 느끼고 드디어 우울증에서 벗어난다.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보통은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심각한 회의주의자인 나는 웃다가도 한 순간 끝없어 보이는 미래가 현기증나게 두렵다. 무궁무진한 미래로 모든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을 것처럼 행복한 날과 더 많은 시련, 도무지 답도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날이 반반 정도이기 때문에.
하지만 "젊은이여, 병에 단단히 걸리기를. 병이 깊을수록 번민은 많고 쾌락은 강할 테니"라고 말하는 요코씨의 글을 읽으면 괜찮다고 말하게 된다. 괜찮을 거라고 되뇌이게 된다. 다 그렇게 겪고 사는 거니까. 실수도 후회도 번민도 쾌락도 인생의 한 축이니까.
자기 혐오에 빠져도, 여전히 관계에 서툴러도, 살아있는 사람들의 고된 생활이 버겁게 느껴져도, 나쁜 생각도 하고 이상한 뻘짓을 하고 술도 진탕 마시고 울기도 펑펑 울면서 그렇게 늙고 싶다.
책 맨 뒷 장에는 '어쩌면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라는 문구가 박혀있는데, 아니 이것보다 더 좋은 늙기의 방법이 뭘까 싶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재규어와 예쁜 잠옷을 여전히 사들이면서. 목숨을 아끼지 않으면서.
그녀의 말마따나 "죽음은 내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찾아올 때 의미를 가지"니까. 더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더 서로 좋음을 아끼지 않고 말할 수 있기를. 아직 나에게 죽음은 먼 것 같지만 미리미리 생각하고 싶다. 언제 닥쳐도 두렵지 않도록 내 편할 대로 살고 죽고 생각하고 생각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