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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수선화의 울음을 사랑하는 반딧불의 절망입니다

당신은 수선화의 울음을 사랑하는 반딧불의 절망입니다


천진난만과 순진무구 사이에서

인생길을 걸으며 삶의 무게에 짓눌린

관절의 삐걱거리는 신음을 무심코 들은 당신은

뒤꿍거리는 걸음으로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꼬투리의 희소식이자 자투리의 미련입니다


난로 위에 끓는 물을 온 몸으로 끌어안고

밤새 내 뿜는 수증기 소리에 눈을 뜬 당신은

미지의 허공에 눈길을 보내며

알 수 없는 수선화의 웃음을 사랑하는

반딧불의 절망입니다



눈 녹는 소리에 겨울잠을 깬

연못속의 한나절 기다림을

반나절의 슬픔으로 바라보는 당신은

외로움의 촉수가 혹한의 밤을 지새워도

견딜 수 없는 응달에 숨은 달빛의 비애입니다


파안대소하던 밤하늘 벗삼아

별들이 모여 적막을 깨는 소리에 놀라

한 밤중의 선잠을 깬 당신은

창문을 흔드는 바람 하나 붙잡고

흉터의 기쁨을 이야기하는 성처의 낮은 세레나데입니다



어둠에 묻혔던 생각의 씨앗과

그늘에 묻어 두었던 느낌의 과거가

느닷없이 불어닥친 비바람의 훼방에 망연자실한 순간,

당신은 씨앗이 품은 허공의 미래를 상상하는

상처의 거처이자 터전입니다


두 눈이지만 한 곳을 지향하고

두 개의 귀지만 같은 소리를 듣는

경이로운 기적을 문득 깨달은 당신은

하나의 입으로 욕설과 욕망을 이야기하고

두 개의 손발로 피곤한 등장과 가벼운 퇴장을 무한 반복하며

지나간 시간에게 안부라도 전하고 싶은 어느 가을날의 편지입니다



속수무책으로 치솟아 오르는 고사리 줄기가

문득 고개 숙이며 자신을 세상으로 끌어올린

뿌리의 깊이를 생각하다 무심결에 만난 당신은

햇빛에 그을리고 천둥번개 맞았지만

지나가는 뜬구름이라도 잡아보려는

봉오리의 아픈 과거입니다


용기와 사기(詐欺) 사이에 시기(猜忌)가 곁눈질하고

눈길과 눈총 사이에 손길이 손실을 외면한 채

검색대 앞에서 회한과 후희를 생각하며 망설이던 당신은

철학의 마사지에 머리 아프고

소설의 애무에 녹아들며

에세이의 유혹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무책임한 방랑자입니다



단순미래의 거울과 의지미래의 창문 사이에서

답안지에 적으려는 정답이 편지지에 적힐 해답에게

고단한 삶의 의미를 물어보는 순간

당신은 취직보다 취향을 만끽하라고 주장하는

대책 없는 중년의 우발점 마주침입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흘러가는 물줄기를 포기하지 않고

된서리 맞아 살갗을 파고드는 추위가 급습해도

계절의 순환을 믿으며 자연의 비밀을 배우는 당신은

흙탕물 속에서도 단아한 꽃을 피우내는 연꽃의 위력입니다



세찬 비바람이 몰아쳐도

씨앗의 무게만큼 줄기차게 기어오르며

불안감을 먹고 자라는 꽃들의 향연에

한눈팔다 빠져버린 당신은

새벽 이슬이 온기품은 손을 내밀어도

헝클어진 머릿결에서 세상 잡념을 떨쳐내려는

뜨거운 항거입니다


절반이 지나가도 여전히 절반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노래하고

폭설이 앞길을 가로막아도 길가의 민들레가

모든 순간의 고독을 끌어안고 깊은 고뇌에 빠져도

당신은 죽어서도 형용사와 부사를 결혼시켜

가슴을 녹이려는 뜨거운 모루위의 언어입니다



어제 열었던 열쇠를 자물쇠에 넣었더니

뜻밖의 거부반응으로 들어갈 수 없는 집앞에서

기억의 저편을 더듬어 심금을 울리던 음계가

새 주인의 소리를 소환한 당신은

밤잠을 설치면서도 번갯불이 밣히는 아침의 메신저입니다


상실의 아픔이 실상의 현실과 진실을 마주하며

아무런 예고 없이 아무 때나 들이닥치는 버스행렬에

정거장에서 추위에 떨던 당신은

고독의 주머니에서 한 가닥 위로의 메시지라도 찾아내려는

언 가슴의 뜨거운 몸부림입니다



허공을 날아가는 새도 건성으로 날개짓하지 않고

어떤 파도도 느닷없이 몰려와 물결을 일으키지 않는데

하물며 피고 지는 꽃마저 그냥 피우지 않는 꽃을 목격한

당신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목숨걸고 허공을 향해 몸을 던지는 꽃씨처럼

우수에 젖은 가을날 흩날리는 낙엽의 고뇌입니다


아침 햇살이 잠을 깨기도 전에

실날같은 희망의 줄기에서 번뇌의 무게를 견디며

희망의 야생곡을 연주하는 당신은

끊어질 듯 통증이 밀려와도

기립근을 곤두세우고 절망의 아편에서

희망의 저편을 꿈꾸는 풀잎의 안간힘입니다



직유로 표현한 직격탄과 직설적인 메시지가

직선으로 달려가 안겨준 상처의 깊이에

혼비백산하며 후회의 깃발을 들고 행진하지만

당신은 은근과 은은한 메시지의 뒤안길에 담긴

은유의 위력으로 어둠에 갇혀 빛을 보지 못한 단어들에게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창공이 있음을 알려주고

문장 밖으로 걸어나와 시위를 일삼는 어설픈 주장입니다


내가 눈을 돌려 다른 곳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전과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려는 의지의 소선이고

흐르던 물줄기가 머뭇거리지 않고

수십미터 아래 허공으로 자기 몸을 던지는 까닭은

어제와 다른 시를 쓰고 싶은 당신이

허공에서 공중낙하하는 꽃잎의 두려움을 읽어보기 위해

야생화의 삶이 지향하는 앓음다운 가치를

알아보려는 몸서리이기 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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