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10일부터 4월 16일까지의 일주일.
드디어 투잡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 일하게 된 곳은 음식점이라 직원 식사가 제공되어 외식하는 일은 줄어들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것은 나의 착각이었죠.
이름이 재밌어서 가보려고 점찍어둔 옆동네의 만두집이다. 나는 각각 두 개씩 주문했다. 만두집인데 주변 사람들은 모두 면요리를 먹고 있었다.
옛날엔 물에 익힌 만두를 좋아했다. 일본 살 때 내가 거주하던 동네의 인근 지역에 餃子の満州라는 지역 체인점이 있었다. 내가 거주한 두 동네, 히가시쿠루메시와 키요세시 두 곳 모두 있었고, 화, 금요일인가가 냉동만두 반값 세일(250엔→125엔)을 해서 세일하는 날 퇴근할 때 아직 영업주이라면 종종 구입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본 생활의 소울푸드 중 하나였던 것 같다. 그땐 군만두보단 끓는 물에 넣어 먹는 게 더 조리하고 정리하기 편해서 그렇게 먹었던 것 같은데, 요즘 군만두와 찐만두 위주로 먹다 보니 취향이 변했나 보다. 최근엔 동경 서쪽에 한정되어있던 체인점을 다른 지역으로도 모를 확장 중인 것 같으니, 혹시라도 동경 지역에 거주 중이시고 근처에서 이 간판을 보신 적이 있으시다면 한 번쯤은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자 입력을 할 때 사용하는 방법으론 1) 한국어 발음으로 입력, 2) 한국어 발음을 모르는 경우엔 ㄴㅇㅂ에서 한자 입력기로 검색, 3) 한국어 발음은 모르고 일본어 발음을 알 때엔 일본어로 입력 이 있는데, 한국어로 '채'의 발음인 菜는 자꾸 나도 모르게 일본어의 훈독 발음인 '나'로 검색하고 있다. 백 날 검색해 봐라, 나오나.
가끔 마파두부가 있을 땐 갈등한다. 먹을까 말까. 매울 텐데 먹을까 말까. 할까 말까 고민할 땐 하는 게 답이다.
매니저님의 추천으로 가본 근무지 근처의 일본 우동집. 면이 탱탱하다고 극찬을 하셔서 나도 가봤다. 면의 상태는 만드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고, 아르바이트생을 돌리는 곳이라면 복불복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도 탱탱한 면발에 당첨되기를 바라며 방문했다. 파와 튀김 찌꺼기?天かす 는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매니저님의 추천은 명태가 들어가고 국물이 없는 우동이었지만 나는 고기가 들어가고 국물이 있는 것을 먹고 싶었다. 대만의 백화점 등의 시설 안에 입점해있는 푸드코트들은 이용할 때마다 느끼는데 푸드 코트라고 레벨이 낮지 않다. 나름 가게들이 이름 걸고 입점한 것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만족도가 높다. 물론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오랜만에 편의점에서.
햄과 감자의 브리또.
아직 질리지 않았지만 슬슬 질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한 게 이 즈음이었던 것 같다.
미야자키 요리는 닭고기가 유명하다더니 닭이 계속 나온다. 감사히 먹고 있지만 이 괴로움을 누구에게 말하리. 독일에서 6개월 반 동안 일했던 일본 음식점이 '닭 요리 전문점'이라서 6개월 반 동안 내내 닭고기만 먹었다. 다행히 메뉴는 매일 바뀌었지만 중간부터 일하기 시작한 다른 가게에서 뭐 먹고 싶냐고 물을 때마다 "닭 빼고 다"라고 답할 정도로 닭고기에 꽤 물린 상태. 특히 치킨 스테이크는 생각만 해도 물려서 가슴이 꽉 막힌다.
딴삥에 맛 들였다. 안에 햄버거에 넣는 고기를 넣은 딴삥으로 주문했다. 업무 끝나고 점심을 먹어야 하는 날, 그러나 일을 하기엔 체력이 없는 날엔 출근길에 딴삥을 하나 사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먹는다. 좋네, 이거.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소울푸드. 난 고기도 새우도 먹고 싶은 욕심쟁이니까 언제나 쫑흐어~
함께 일하는 분들의 추천으로 가본 근무지 근처의 면요리 집. 국물이 없는 건면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너무 익혀서 그런 건지 금방 불어버려 먹기 힘들었다. 이 이야기를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하니 그런 경험이 없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나는 운이 없었던 걸로.
1)
투잡을 시작했다. 일본식 선술집으로 일본의 규슈九州 지방의 미야자키현宮崎県에 본사가 있어 타이베이로 진출한 미야자키 요리를 취급하는 음식점이다. 작년 12월에 일단 폐점한 후 이번 4월에 리뉴얼 오픈, 나는 오프닝 멤버로 채용되었다. 재오픈 준비를 위해 일본에서 사장과 부사장이 함께 타이베이에 와 있었고, 오프닝 멤버인 나에게 메뉴와 일본 음식, 일본 술에 대해 간단하게 알려주었다.
일본술은 마시지 않지만 이야기로 들으니 재밌더라. 한국과 영어권에서 '사케 Sake'라고 부르는 '일본주日本酒 '(청주)와 소주焼酎의 차이점도 알려주셨다. 일본어에서 '사케酒'라는 단어는 넓은 의미에선 모든 종류를 뜻하여, '사케'라는 단어가 '일본주'를 칭하는 건 들어본 적이 없어 내 머리 속에서는 연결이 되지 않아 사실 한국에서 지낼 땐 도대체 왜 저렇게 부르나 의아해했다. 하지만 서양 문화권에 나가보니 서양 문화권에서도 일본주, 청주를 사케라고 부르고 있었고, 아마 외국인들이 잘못 알고 붙인 이름이라기보단 일본인들이 서양에 팔기 시작할 때 이름을 그렇게 붙인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주 같은 증류주는 외국에서 들어온 방식이라고 하니, 전통적인 양조주醸造酒에 '일본주'라는 이름과 술의 총칭인 '사케'를 붙이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봐야 한다. 한 곳에 계속 있으면 내가 알고 있는 게 전부인 줄 안다.
일본주도 소주도 전혀 모르는 나를 위한 사장님의 친절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일본주는 술 안에 물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부패하기 쉬워 냉장 보관을 해야 하고, 소주는 술에 열을 가해 수분은 증발시키고 알코올만 남은 것이라 상온 보관은 가능하지만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은 도수가 높기 때문에 얼음을 넣어 록스타일로 마실 것인지, 찬 물, 뜨거운 물, 탄산수 등을 섞어 마실 것인지 주문할 때 물어봐야 한다.(는 종업원 입장이고, 손님 입장에선 말하면 된다) 물론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도 가능하다.
일본주의 경우 마스 枡라고 하는 작은 나무 잔에 유리잔을 담아 따르고, 흘러넘친 마스 안의 술 역시 유리잔에 따라 마시는 것이 일본주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정말 별 거 아닌 거에 '즐긴다'라는 표현을 붙인 것이 일본답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에서 일할 땐 일본주가 잘 나갔는데 유독 이 가게에선 일본주보다는 소주가 더 많이 나가는 것 같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남규슈 지방(미야자키, 가고시마, 구마모토 남부 지역)은 소주 제조가 활발하고 유명하단다. 이는 중동 아시아의 증류주 제조법이 현재의 태국 지역에서→류큐(현재의 오키나와) 지방→남규슈 지방의 루트로 전해진 것이 배경으로 보인다.
미야자키의 대표 특산물로는 돼지고기, 닭고기, 고구마, 망고, 휴가나츠 日向夏라 불리는 감귤, 소고기(미야자키규宮崎牛), 새우(이세에비伊勢海老) 등이 있다고 들었고, 고구마가 널리 재배가 되는 곳이라 고구마를 이용한 소주芋焼酎가 함께 발달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가게에는 규슈 지방의 이웃 현들의 소주도 함께 판매하더라. 이 정도는 일본 청주나 소주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거겠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시진 않더라도 이론이라도 배워둔다면 재밌을 것 같아 조금 배워는 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나는 투명한 술은 애초에 마시지 않고 무언가를 섞어야 마시기 때문에(한국에선 그렇게 소주+맥주.. 난 이게 제일 맛있더라. 한국 소주, 한국 맥주는 못 마시지만 섞으면 잘 마신다) 자연스럽게 관심도 없었다. 와인도 못 마시지만 만드는 과정이나 종류는 배워두고 싶다.
기왕 이야기가 나왔으니 미야자키의 특산품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도 주워들은 거긴 하지만 나 혼자만 알고 있으면 뭐하나, 뇌 용량이 크지 않아 금방 잊어버릴 것을. 그리고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 듯 하니 메모 겸 쓸 데 없는 정보 공유 겸 적어본다. 머리 속에서 튀어나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아무 말들의 대잔치가 내 브런치의 매력 아니던가.
닭요리는 어디에서든 사랑받나 보다. '치킨 난반 チキン南蛮'이라고 불리는 기름에 튀긴 닭고기를 아마즈(단 식초, 甘酢) 소스나 폰즈(ポン酢 감귤을 이용한 식초로 일본에서 널리 사용되는 조미료 중 하나) 소스에 담갔다가(실제론 고추, 파 등의 향신료를 넣은 '난반즈南蛮酢'라는 소스를 이용한다고 한다) 타르타르소스를 곁들여 먹는 요리는 미야자키의 가장 대표적인 요리이기도 하다. 미야자키는 이름과 규슈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 알고 있던 나도 치킨 난반은 알고 있었다. '일본 토종닭의 숯불 구이地鶏の炭火焼' 역시 미야자키현의 대표적인 닭요리다. 케이지에서 사육한 닭이 아니라 풀어놓고 키운 닭이라서 식감이 더 쫄깃하고 담백하고 맛이 깊다. 망고는 최근에 대만에서 싼 망고가 많이 수입되고 있어 미야자키 현의 망고 산업이 힘들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대만에선 애플 망고 등 수확된 망고 중 품질이 좋은 것은 모두 일본으로 수출한다는 이야기를 접한 적 있다. 미야자키에선 '히데지 ひでじ'라는 지역 맥주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https://hideji-beer.jp/ )
미야자키현의 관광청에서 미야자키 특산물을 소개한 페이지인데 가게에서 판매 중인 메뉴가 많아 놀랐다.
http://www.miyazaki-city.tourism.or.jp/gourmet/
미야자키현 출신의 손님들이 다른 지방 출신의 손님들과 함께 올 때 많은 손님들이 이거 미야자키 요리인데 있다며 일행분들에게 권유하기도 했다. 히야지루 冷や汁, 닭고기 숯불구이 地鶏 炭火焼, 양상추 새우 김밥 レタス巻き, 가마아게 우동 釜揚げうどん, 고기 말이 오니기리 肉巻きおにぎり 등이 미야자키현 출신의 손님들이 반가워한 메뉴다.
아, 이런 거 보면 일본 전국 일주하고 싶어 진다. 4년이나 살면서 국내 여행은 전혀 못 해봤다. 학생이 무슨 돈이 있겠나 싶지만, 4년 동안 교토 한 번 다녀온 게 전부라는 게 여전히 아쉬운 점으로 남아있다. 이게 다 일본 정부의 술수(?)라는 것도 알면서도(이것에 대해선 조만간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나도 모르게 혹한다.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에 학을 뗀 나도 이 정도이니 일본 식문화에 호감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얼마나 매력적일까. 요즘 동쪽에서 꽤 많이 떨어진 관서 지역과 규슈 지방이 한국인들에게 인기 관광지가 된 것 같은데 기왕 규슈 지방 가는 거 미야자키에도 들러보시길. 일하는 가게에서 파는 것 중에선 닭고기 숯불구이地鶏 炭火焼를 제일 좋아한다. 대만에서 일하는 가게 정보는 그만두게 되면 그때 올리도록 하겠다.
아무튼 이렇게 다시 저녁 없는 삶이 시작되었다. 누군가가 집 밖에서 누리는 저녁 있는 삶은 또 다른 누군가의 저녁 없는 삶 덕분에 가능한 것. 해외 생활 6년 넘는 시간 동안 저녁 있는 삶은 최근 세 달뿐인 것 같다.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투잡을 뛰는 만큼 생활고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가불 좀 그만 받고 싶다.
2)
<언니들의 슬램덩크>에 빠졌다. 시즌 1도 걸그룹 에피소드 외에도 전 에피소드 모두 재밌게 봤는데 시즌 1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또 재밌다. 누가 여자들이 나오는 예능은 재미가 없다고 했는가. 사실 처음 시즌 2의 멤버들이 발표되었을 때 상상이 안 가는 조합이라 긴가민가 했고, 또 걸그룹인가 싶었지만 전혀 다른 스토리텔링이라 시즌 1의 걸그룹 미션은 떠오르지 않는다.
시즌 1의 걸그룹 미션은 '민효린의 걸그룹'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모두가 하나의 꿈을 다 같이 나누었다면, 이번에는 각자의 꿈이 걸그룹이라는 하나로 모인 것 같다. 하나의 치즈케이크가 여섯 조각으로 나뉜 것이 시즌 1이라면 시즌 2는 다양한 맛의 케이크가 한 조각씩 모여 알록달록한 하나의 케이크가 된 느낌. 쉽게 예를 들자면 파란 에펠탑 간판의 빵집의 '마이 넘버원' 케이크 같은.(그러나 이 케이크는 맛이 없으므로 비추한다.-전 파란 에펠탑 순이)
언슬 보면 한채영은 정말 말도 안 되게 예쁘고 홍진경은 여전히 노력의 감동과 웃음을 주고 쑥 언니는 여전히 멋있고 홍진영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강예원은 응원하게 되고. 젊은 멤버들보단 나이 많은 멤버들에게 마음이 가는 걸 보면 나도 나이가 들었나 보다.
안무가 선생님인 화영 쌤이 댄스 메인으로 홍진경으로 지명하자 혹시 방송 봤냐고 조심스럽게 묻는 형토벤에게 단호하게 "네, 봤어요"라고 답하는 장면이 무척 멋있다. 사실 홍진경 씨는 춤에 있어서는 개그 캐릭터로 설정이 된 것 같고 종종 놀림당하기도 하는데, 화영 쌤은 그동안 아무도 봐주지 않았던 홍진경 씨의 숨겨진 장점을 매의 눈을 캐치해냈다. 제자들 한 명 한 명을 진심으로 대해주는 보컬 트레이너인 진영 쌤이랑은 또 다른 멋짐이었다. 아니 좋아하는 멤버가 어디 있겠냐 마는 개인적으로는 홍진경 씨를 가장 응원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가 안무가 선생님의 지지로 오프닝을 센터로 맡게 된 것이 내겐 감동으로 다가왔다.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 2 20170324 https://youtu.be/eP8xIMhQB64
그리고 이 장면! 초반엔 긴장한 탓에 흔들리다가 첫 후렴구부터 밀고 나가는 모습에 도대체 얼마나 연습한 것일까 싶어 보는 나도 감동받아서 눈물이 다 났다. 다시 봐도 감동이다.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 2 20170331 https://youtu.be/03Bsfue8LhU
시즌 1에선 제와피에게 말로 두들겨 맞으며 춤을 배워 연습하고 확인받는 매 순간이 힘들어 보였던 시즌 1과 다르게 마음이 편하고 힐링받는다는 평이 많은 것은 아마도 멤버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모두 순둥이라서 그런 것 같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보는 시간이 유일하게 육성으로 웃는 시간이 되었다. 보는 내내 마음이 편하고 즐겁다. 이래서 사람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빠져있구나 싶다. 텔레비전라도 보면서 웃어야지 안 그러면 생활 속에서 웃을 일이 드문 것 같다. 근데 나는 이렇게 재밌는데 재미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정말 다들 추구하는 게 다르구나, 그리고 내 취향은 마이너구나- 싶다. '웃긴 예능'에서 재미를 못 느끼는 걸 보면 정말 취향이 남다르다.
개인적으로는 김혜수, 엄정화, 이효리, 요즘 한국 활동 안 하는 하리수 씨 등도 본업 외에도 활동을 하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김혜수 씨는 오래전에 토크쇼를 진행하셨던 경험도 있고. 혼자 나오든 다른 여자분들과 함께 나오든 재밌을 것 같다. 다 같이 나왔으면 좋겠다. 히힛.
3)
콜드플레이의 대만 공연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피켓팅이 이루어졌지만 대만 공연은 무려 맨 앞 스탠딩이 30석 정도 남았다. 한국 입장에선 의아하긴 한데 그도 그럴 것이 나도 갈 엄두가 안 나더라. 가격이 대만 돈으로 7800원. 7800원이면 한국돈으로 29~30만 원 정도이고, 셰어하우스에서 방 한 칸 빌린 내 방의 월세는 8000원이다. 20대의 젊은 대만인들이 이 정도 가격의 공연을 보는 것은 이 곳의 임금 수준으로는 다소 힘겹다. 왜 동남아 쪽은 저렇게 비싸지는 건지 모르겠지만(빈부 격차가 심해서 그렇다는 말도 있고, 중간의 공연 기획사에서 높은 가격을 제시해 성사된 공연일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나라들이 공연 가격이 비싸고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들이 공연 가격이 비싸지 않다는 점이 재밌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하기까지 하다.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인데 대만은 중간에 엮여있는 이해관계(회사들)가 많을 것 같다. 유통과정에서 중간 업자들이 많아지면 최종 소비 가격이 올라가는 것처럼. 지극히 주관적이고 근거 없는 감에 의존한 의견이다.
4)
다큐멘터리 <아빠가 임신했다>(SBS, 20170409 방영)를 보았다. 진통 체험의 산부인과 의사가 예전에 가양동 산부인과의 주치의 선생님이 쉬는 날 대신 봐줬던 선생님이었다. 재밌는 영상이었다. 아내가 임신을 하게 된다면 남편들도 체험판이라도 해보면 좋을 것 같더라. 지방자치단체장이 나서서 경험하는 것도 조금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방송용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실제로 임신한 몸으로 일하는 여성에 대한 고민과 이해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일 테니 말이다. 난 그 영상을 보면서 역시 아이를 임신하고 낳고 키우는 일은 누구나 다 하고 있는 일처럼 보이지만 결코 쉬운 일도 아니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SBS [스페셜] - '아빠가 임신했다' 예고 https://youtu.be/uD5a617xU9U
5)
우리나라 청년 88%, "'헬조선'떠나 이민 가고 싶다."
http://www.insight.co.kr/newsRead.php?ArtNo=100792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정말 다들 이 나라가 이 꼴이 될 줄 몰랐던 걸까. 내 경우엔 이명박 당선과 동시에 이명박이 대통령인 나라에선 하루도 살고 싶지 않다며 바로 유학으로 노선을 틀어버렸다. 결국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기 후반기엔 한국에서 지내게 되었지만. 한편으론 이명박도 모자라 박근혜까지 대통령을 만든 나라이니 몰랐겠구나 싶긴 하다. 개인적으로 느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차이점을 말하자면 이명박 정부 때엔 "한국 돌아와라, 어차피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다 같지 않냐, 너만 살기 힘든 것 아니다, 유세 부리지 말아라, 환경 결벽증이냐" 등등 이야기를 들었고, 박근혜 정부 때엔 "한국 돌아오지 말아라, 어디든 이보단 나을 것이다, 괜히 헬조선이 아니다, 애 키워보니 알겠다"등등을 들었다. 물론 이명박 시절이 나았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자가 망국의 토대를 마련했기에 박근혜와 다를 것 없이 만만치 않다. 물론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의 존재는 상상도 못 하였지만. 근데 이 이야기 전에도 썼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6)
내가 사는 곳을 평가, 고려할 때 '계절감'이란 걸 중요시한다는 걸 깨달으면서 오늘도 또 이렇게 이제야 깨닫는 게 늘어간다. 호주가 좋았고 독일이 힘들었던 이유도 계절과 기후의 영향을 무시 못할 것 같다.
대만은 4월인데도 기온이 34도를 웃도는 날이 많다. 이미 3월부터 한여름이 된 것 같다. 난 이렇게 더운 날이면 시원한 캔맥주를 한 캔 까 마시는 그런 대만 생활을 상상했다. 그러나 현실은 손목, 허리, 다리 통증과 각종 염증, 출국 직전 산부인과 진료로 발견된 자궁근종 덕분에 술은 최소한. 나는 멜버른에서처럼 매일 카페 투어를 다닐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타이베이의 카페 문화는 테이크 아웃보단 매장에서+임금에 비해 비싼 커피+디저트 많음+늦은 오픈 시간(문 닫는 시간도 늦다) 덕분에 커피 한 잔 마시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아침에 잠 깨려고 마시는 커피는 프랜차이즈 매장이나 편의점에서나 만나볼 수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는 주로 오전 11시 이후에 문을 연다.
7)
콜드플레이는 대만에 이어 한국에서도 첫 콘서트를 열었다. 내가 지구 어디에 있든 콜드플레이의 첫 한국 공연은 꼭 가겠다고 다짐했는데 어쩌다가 딱 1년, 비자가 묶여 꼼짝도 못 하는 짧은 기간에 왔다갈 수가. 심지어 나는 친구를 통해 스탠딩 구역의 티켓도 구했음에도 결국 가질 못했다. 내 티켓은 첫날 공연도, 추가로 오픈된 두 번째 날 공연도 피켓팅에서 처참하게 패배한 친구에게 양도했다.
다행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Swallowed in the sea를 안 부른 것 같아 배 아픔도 가슴 아픔도 다 나아(?) 그나마-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첫 공연은 무조건 가겠다는 다짐을 수년 전부터 했기에 한국 공연에 참가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이 공연 1년 전에 나도 미친 독일인들 사이에서 게다가 무대에서 엄청 가까운 곳에서 봤기 때문에 아무도 부럽지 않아졌다. 아무도 부럽지 않으니까 진 건 아니야.
8)
작성일 기준으로, 7월 초인 현재. 일 벌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지금 브런치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또 일을 벌였다. 워킹홀리데이 워홀 통신원에 신청해 대만 통신원으로 6개월 동안 활동하게 되었다. 무슨 이야기를 적으면 좋을까 싶어 그동안 브런치에 적었던 것을 쭈욱 봤는데 죄다 먹는 이야기 거나 아무 말 대잔치 밖에 없다. 흐흑.. 안 그래도 브런치에도 무얼 써야 할까 요즘 고민이 많은데. 자꾸 한 얘기 또 하고 있을 정도니.
혹시 대만 워홀이나 워킹 홀리데이 전반적인 것에 대해 궁금한 점, 혹은 여러 나라에서 워홀을 경험한 제게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제가 아직 모르는 일이더라도 주변 워홀러들에게 물어봐서라도 답할 수 있는 범위라면 답변해드리겠습니다. 다만 저도 이곳에서 제 생활이 있고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겨우 컴퓨터를 사용하는지라 답변드리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이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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