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일부터 5월 7일까지의 일주일.
와 드디어 5월이다!! 귀국까지 세 달 남았는데 과연 나는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피자를 사랑하는 일본 가게 주방장이 도저히 피자를 참을 수 없어 대만인 스탭 M에게 부탁해 피자를 주문했다. 대만에서 먹어보는 첫 피자! +_+ 피자헛이었나 도미노였나에서 주문했던 걸로 기억한다. 얇은 도우의 피자를 주문하고 싶었지만 없어서 두꺼운 도우로.
집 근처의 아침 식사 집을 새로 가보았다. 평소에 지나다니면서 눈에 들어왔던 가게다. 내가 주문한 것은 또우장과 프렌치토스트.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는데 식빵에 우유를 섞은 계란물을 입혀 철판에 구웠다. 지극히 대만 스타일. 가격은 안 찍어와서 기억이 안 나지만 25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식빵을 이용한 프렌치토스트는 어릴 때부터 엄마가 종종 만들어주곤 하던 간식이었고 일본 유학 시절 우리 집 단골 아침 식사 메뉴였다. 친구들이 집에 놀러와 삼겹살과 부침개를 배 터지게 먹고(나는 영원히 만들기만 하고 먹진 못함) 밤을 새운 다음 날 아침에 늘 아침 식사로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어 주었다. 종종 '난 빵 꼬다리가 싫어. 잘라줘.' 따위를 지껄이는 친구가 있어 빵 테두리를 잘라주기도 했지.(다른 친구들에게 욕을 많이 들었다고 들었다) 맛있게 먹어주던 친구들이 떠오르네.
대만에선 요리 자체를 하지 않지만 호주에서도 독일에서도 만들어 먹었던 적이 있다. 뜬금없게 독일에서 만들어 먹었던 토스트. 일본에서도 대충 이런 식으로 친구들에게 만들어주었다. 내가 돈 주고 먹어 본 프렌치토스트가 없긴 하지만 제일 맛있던 것은 호주 멜버른의 옥션 룸 Auction Room의 프렌치토스트였다. 팬케이크가 없어 토스트를 주문했는데 와, 입에서 사르르 녹더라. 옥션 룸은 커피 격전지인 멜버른에서도 유명하고 인기 있는 카페다. 한국인 바리스타 분이 계시기도 하고.(지금도 계신지는 모르겠다)
정작 프랑스에선 먹어보질 못했다.
오랜만에 들른 옌지량몐. 뭐가 문제인 걸까. 나는 무얼 시킨 것일까. 내게 한국어였는지 일본어였는지 '외국인을 위한 메뉴'를 건넸고 나는 그걸 보고 손가락으로 찍어서 주문을 했는데. 나는 왜 또 사진을 찍어와도 중국어 메뉴를 찍어온 걸까. 메뉴를 보니 아무래도 榨菜肉絲涼麵 같다. 榨菜는 갓, 자차이고 가는 고기라 쓰여있으니. 무슨 맛이었는지 양이 어땠는지 기억이 안 난다.
늘 쫑샤오둔화 역 근처의 가게만 가다가 걷다가 우연히 들러본 쫑샤오푸싱 역 쪽의 가게. 간판도 같고 메뉴도 같다. 가게는 푸싱역 SOGO 백화점 뒤쪽에 위치해있다.
같은 가게여도 같은 레시피여도 역시 지점에 따라 만드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늘 가던 둔화역의 지점은 언제 먹어도 맛있는데 이 곳은 맛이 없었다. 그냥 맛이 없다는 단어로 밖에 맛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
나는 역마살이 낀 삶을 살고 있지만 지박령 역시 함께 껴있어 이사는 안 한다. 음식점도 한 번 간 곳은 잘 안 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간 곳을 계속 가고 먹은 거 또 먹는 정반대의 성향도 함께 갖고 있다. 같은 가게, 같은 메뉴. 빠지지 않는 오이.
근무지 근처에 새로 오픈한 스키야すき家. 일본에서 지낼 시절에도 소고기 덮밥 업계 톱 3 중에서도 톱 1이기도 했다. 보통 이 업계의 원조격인 '요시노야吉野家'를 톱 1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스키야의 젊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뒤진 게 수년 전이다. 점포수에서 이미 스키야가 넘사벽의 수로 1위를 강탈한 지 오래고, 점포수가 많은 만큼 총매출 역시 스키야가 단연 가장 높을 수밖에 없다. 내가 일본 생활을 정리할 때 즈음 새로 생기는 소고기 덮밥 집들이 많아서 요즘도 저 세 회사가 건재할지는 모르겠다. 최근 기사를 찾아보니 점포수 추이를 알려주는 기사가 있다.
吉野家・松屋・すき家「牛丼御三家」の現状 店舗数の推移
http://news.livedoor.com/article/detail/13185997/
일본에서 생활할 당시 스키야는 잘 가지 않았다. 살았던 동네에 있긴 했지만 역의 반대쪽 출구 쪽이었고, 내가 찾는 시간은 일이 끝나 동네로 돌아오는 밤 11시가 넘는 시간이다 보니 들르기 힘들었다. 게다가 톱 3 중 한 곳이었던 '마츠야松屋'에 몸을 담고 있기도 했고 이것저것 기발한 메뉴들이 오히려 손이 안 가더라. 무엇보다도 아르바이트 시급은 스키야가 어느 지역이든 가장 높았지만 당시엔 새로 생긴 회사라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아서인지 직원 교육이 엉망이었다. 어느 지점을 가든 느꼈다. 요식업계에서 일하고 같은 소고기 덮밥 업계에서 일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매서운 눈으로 보게 되더라. 내심 내가 대만에 있는 동안 마츠야도 대만에 진출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더라. 대만에는 마츠야를 제외한 요시노야와 스키야가 진출한 상태다. 요시노야의 가격은 다소 높지만 스키야의 가격은 일본에서처럼 비교적 낮은 가격.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사이즈는 네 종류. 나는 가장 작은 사이즈로 주문했다. 변함없는 일본의 맛- 짜다.
훈뚠탕과 함께 나의 소울푸드. 다른 집에서도 먹어볼까 해도 먹어볼 마음이 안 생긴다. 온리 원. 자극적이지 않아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고 내 입에 딱 맞는다.
새로 시작한 일본 이자카야는 근무 전에 식사를 줘서 일이 끝나면 배가 고프다. 집에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브리또를 사 먹었다. 일본에 있을 때 정말 많이 사 먹었던 메뉴다. 편의점 음식이 너무 좋아서 편의점에서 3년이나 일한 편순이가 바로 나다. 치즈와 베이컨이 들어간 걸 먹었다.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다 보니 소스가 역시 뜨겁다. 조심해야 한다. 일본에서 가장 좋아했던 브리또는 햄과 치즈가 들어간 브리또(ブリトー ハム&チーズ)였다. 모짜렐라 치즈와 햄이 부드럽게 조화된 상품이다. 아 진짜 아쉽다, 내가 일본 살 때에도 스마트폰과 sns가 있었으면 정말 재밌게 살았을 것 같은데. 쉬는 날 시간을 내서 모아서 올리기엔 쉬는 것조차도 아까운 육체적으로 많이 힘든 삶이었다.
가격은 깡패, 맛은 안 깡패!!!!!
지금껏 대만에서 먹은 가장 비싼 한 끼였다. 그래서 더더욱 화가 난다!!!!!!!! 화가 난다아아아!!!!!!
맛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맛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가격 대비 만족도가 낮다 보니 아아아아아 화가 난다아아아아아아아아!!!!!!!!! 일본의 저가 튀김 덮밥 체인점인 '텐야 てんや'가 그리워진다. 비싼 만큼 서비스는 좋다.
일본 이자카야 분들과 함께 중앙시장을 찾았다. 예전에도 한국 회사 분들과 온 적이 있다.
週刊 <워킹홀리데이@타이베이> 제 3호
맥주를 마시지 않는 내 입맛에 타이완 맥주는 잘 맞는 편이다.
이 날은 함께 일하게 된 한국인 A 씨랑 일본인 주방장, 대만인 스탭 M 씨 이렇게 넷이서 마셨다. 택시비를 내줄 테니 늦게까지 마시다가 택시를 타고 가라는데 나는 '밤에는 택시를 타지 않는다'는 나의 룰이 있는 사람이라 거절하고 막차를 타고 왔다. 나와 A 씨는 파인애플 새우튀김을 주문했다. 역시 키키 레스토랑 가서 비싼 돈 주고 먹을 필요가 없다.
대만인 M 씨가 주문한 메뉴. 대만인들은 일단 이걸 주문한다고 소개해주었다. 일본의 '일단 とりあえず'메뉴인 강낭콩(에다마메枝豆)이나 문어 고추냉이(타코 고추냉이 たこわさび)와 같은 메뉴인 건가. 중국어를 못하는 주방장을 위해 대만인 M 씨가 이 집의 일본어 메뉴를 검색해 보여주었다. 이 메뉴는 '오징어 입'이라고 설명해주었는데 인 것 같다. 지금 검색해보니 요즘은 한국어 메뉴가 있네! 한국어 메뉴에는 '낙지 입 튀김'이라고 쓰여있다.
양배추 볶음과 다 같이 한 컷!
이건 새우찜이려나?
이거 맛있다. 새콤 매콤한 소스가 자꾸 손이 가요 손이 가~ 바닥에 깔린 양파마저도 싹싹 먹게 된다.
아직 카페 메뉴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기에 대충 주문했더니 카페라떼 咖啡拿鐵가 나왔다. 라떼拿鐵가 철관음 같은 차의 이름인 줄 알았다니. 고양이가 있는 카페였다.
개인적으로 라테는 우유가 많아 콩의 향을 느끼기 어려워 맛있는 콩이어도 나 개인이 즐기는 커피의 재미가 감소되기 때문에 거의 주문하지 않는 메뉴다. 우유 양 때문에 배가 아프기도 하고.
플랫화이트가 있길래 고민 없이 주문했다. 오랜만의 플랫화이트. 이름만 봐도 마음속에 플랫화이트 뽕이 차오른다. 플랫화이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호주에서 어떤 생활을 보냈을까 싶고, 무엇보다 내 팔은 부러지지 않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서 행복하다고. 호주에 가기 전까진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았는데 말이다.
맛이 독특하다. 첫 느낌은 한약재에 가깝단 느낌. 오랜만에 듣는 예쁜 스팀 밀크 소리였고, 소리만으로 오늘의 내 커피는 맛있겠군ㅡ 하고 기분과 기대감은 점점 높아져갔다. 하지만 스팀 하는 시간이 살짝 짧다고 느꼈는데 역시나 온도가 살짝 부족해 미지근한 맛이었다. 이 점이 다소 아쉽지만 그래도 뭔가 기분 좋은 카페였다.
똑같이 에스프레소에 우유가 들어간 커피인데 왜 라떼는 안 마시고 플랫화이트만 마시냐! 구별이나 할 줄 아냐! 한다면 무어라 설명해야 하나. 나는 커피를 만드는 입장이 아니라 오직 마시기만 하는 소비자의 입장인데, 내 기준에서 그 차이를 설명하자면 '라떼는 커피<우유, 플랫화이트는 커피>우유'일 것 같다. 라떼는 커피가 들어간 우유 마시는 느낌이고 플랫화이트는 우유가 추가된 커피를 마시는 느낌이다. 오히려 카푸치노와 플랫화이트의 구별은 못하겠다. 독일에 있을 때 플랫화이트 있냐고 물어보면 반 이상이 카푸치노랑 플랫화이트랑 같다며 카푸치노를 만들어 주었다. 마시면서도 맛은 늘 뭔가 이게 아닌데, 좀 다른데ㅡ하긴 했지만.
개인적 커피의 선호도는 1) 플랫화이트 2) 아메리카노 3) 에스프레소 4) 라떼 순으로 이 외의 커피는 마시지 않는다. 나는 아이스도 안 마신다. 여름에도 무조건 뜨거운 커피를 마신다. 이건 완전히 호주 생활의 영향이다. 호주에 갔을 때가 여름이 시작할 시기였는데 카페에서 찬 커피를 팔지 않는 것을 보고 당황했고 어쩔 수 없이 뜨거운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찬 커피는 마시지 않는다. 커피는 배워보고 싶긴 하지만 원두에 관한 정보를 지식으로서 배우고 싶을 뿐, 만드는 쪽보다는 마시는 쪽이 더 관심 있다. 카페인이 잘 안 받는 몸뚱이라 그게 문제.
에스프레소식 커피보단 필터 커피가 더 맛있지만 필터 커피가 맛있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 보통은 에스프레소 계열의 커피를 주문한다. 그러나 오늘은 필터 커피를 주문해보고 싶었다.
추천을 부탁했고, 과일향 계열을 추천받아 파마라? 의 못 읽는 한자의 커피로 추천받았다. 일본분 같은데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마음이 편해지는 좋은 카페다.
1)
대만 워홀을 마지막으로 워홀러 생활을 끝내면 '어디서 어떻게 살게 될까'는 내게 가장 큰 고민이자 숙제였다. 그리고 여러 나라를 여행이든 거주든 다양한 형태로 방문하며 마음속에선 작은 조각들이 모여 점점 형태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제는 완전 마음을 굳혔다는 것을 나 스스로도 느끼고 있다. '만 나이로 30대의 나머지는 유럽에서 보내고, 40대 이후는 호주에서 보내고 싶다'는 여전히 나의 가장 큰 소망이다. 내 힘으로, 내 전공으론 어차피 호주 영주권은 힘들다. 그리고 언젠가 평생의 동반자를 만나게 된다면 또 거주지는 바뀔 수도 있겠지. 늘 그렇듯 모든 것에 가능성은 열어둔다.
프랑스에서 미술사 유학을 시작할 것이고(정말 긴 시간 동안 먼 길을 돌아 결국 원점으로), 그 시기는 서두르지 않기 때문에 그전에 남미 or아프리카 여행, 멜버른에서 3~6개월 생활, 프랑스 유학 비용을 위한 독일 생활 다시 시작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있다. 소요시간은 3~4년 정도 잡고 있다.
이미 마음의 좌표는 찍힌 상태다. 나는 그 좌표를 향해 전진하기만 하면 된다.
2)
포트라 필름은 몇 번 안 써봤지만 사용할 때마다 느끼는 건 파랑 계열은 정말 매력적이다. 무어라 표현해야 하나, 볼 때마다 푸른색의 색재현에 '와..'란 감탄사만 나온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가- 내 사진이랑 안 맞는다. 진짜 내가 다 설레는 색감이다. 근데 너무 안 어울린다.
사진을 잘 찍고 싶다. 사실 사진에 대해선 욕심이 많다. 솔직히 내가 '잘' 찍는지는 모르겠다. 찍고 싶은 대로 찍고 내가 마음에 들면 그만이라며 찍고 있는데, 이상한 성격과 취향 때문에 '타인에게 인기 있을 사진'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나는 '감성'이 메말라있고 여행 사진은 무슨, 내가 찍는 모든 사진을 죄다 답사지의 자료 사진이라고 인식하고 기록용으로 찍고 있다. 써놓고 보니 슬퍼지네. 아무튼. 피드백을 받고 성장하고 싶은데 사진 동호회 그룹이나 사이트 등에 업로드해서 평가받는 것은 두렵다. 평가받기도 전에 외면당할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풍경 사진도 인물 사진도 수준이 낮다고는 생각 안 하는데- 갖고 있는 장비로는 잘 찍어보려고 바둥바둥하고 있다.
그나저나 이번에 현상한 필름을 보는데 대만에서 이런 곳이 있었나? 했더니 작년 12월 초, 정확히 5개월 전에 다녀온 일본의 사진이었다. 나와 일주일을 함께 했던 초등학생은 잘 지낼까.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해서 육체적으론 힘들었지만 그래도 '엄마 체험'은 나름의 재미는 있었다. 임신-출산-육아를 한 세트로 포기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3)
세탁도 싫어하고 세탁물 접는 것도 귀찮아하는데 양말 접는 순간은 왜 이렇게 여유 충만에 기분이 좋아지지? 했으나 이내 여유 충만하고 기분이 좋아야 귀찮은 세탁물 정리를 할 마음이 생겨서 그렇다는 걸 알았다. 여유 충만은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었어.
4)
일본 가게 일과 한국 숙박 청소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 시작하면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날이 많았다. 나는 피곤해 죽겠는데 잠 잘 체력 조차도 없어 새벽 5~6시에 눈이 떠지더라. 이렇게 3주 정도의 시간을 보냈는데 드디어 기상 시간이 정상화되었다.
5)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어학 사전, 번역 서비스는 수 십 가지 언어로 제공하면서 수화 사전은 없네. ㄴㅇㅂ 돈도 많이 벌면서 수화 사전 좀 만들어줘라. 그림, 영상으로 올려서 검색하면 알 수 있도록. 장애인 일자리도 창출되고 얼마나 창조경제냐. 나는 수화 사전을 원한다. 돈도 많이 벌었으면 가끔은 사회를 위해서 써봐. 안 그래도 한국은 장애인 고용에 너무나도 소극적인 나라인데.
6)
중국어는 여전히 주문만 하는 먹고살기 위한 생존 수준밖에 못하지만, 아는 말들이 늘어갈수록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많아질수록 중국어의 파워가 느껴진다. 내가 몇 달 전처럼 중국어를 아예 몰랐다면 이 정보들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살았겠지? 라 미지의 세계의 존재에 자각함과 동시에 수많은 정보가 내 앞으로 쏟아지면서 오히려 좀 더 일찍 배울 걸 하는 아쉬움도 생긴다. 고등학교 시절, 수능 대비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학교에서 제 3 외국어 씩이나 가르치는 것에 불만이 있었던 학생들에게 '언젠가 성인이 되어 이 언어를 배우게 될 때 시작이 좀 더 수월할 거다'라고 하셨던 어떤 선생님께서 말씀이 생각난다.
하다 보면 일본어처럼 어느 날 갑자기 언어가 몸의 세포에 진하게 녹아드는 듯한 신내림 받는 기분이 드는, 혹은 주변의 사람들이 하는 대화들에 촉수를 꽂아 쭉쭉 흡수하는 느낌을 다시 느낄 날이 오겠지. 중국어도 영어도 그런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
7)
이번 선거는 축제 분위기로 시작하더니 한국의 부끄러운 민낯이 수면으로 드러나는 사건만 생기는구나. 사회적 소수자, 약자를 대하는 누군가들의 사실은 가시를 갖고 있던 입과 손가락, 더러운 혓바닥. 그 와중에 인상적인 태생은 못 속이는 정치인들의 철판. 이 난리인지 축제인지 알 수 없는 선거도 곧 끈난다.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에 없어서 좋은 것 두 가지를 꼽자면 1) 여당 2) 단일화라고 할 수 있다. 모 후보를 보면 그동안 한국에서 한나라당-새누리당이 어떻게 기득권 세력으로서 목숨을 이어왔는지 정말 잘 알 것만 같다. 더럽고 치사하기 짝이 없다. 진짜 이런 단어 선택하고 싶지 않은데 한국의 "국민 수준"은 그가 얻게 될 지지율과 반비례할 것이다.
지난 선거 때 "비서울대 출신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했다. 19대 대통령 선거는 "양보"를 한 두 사람,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후보의 양강 구도가 될 것이라 그땐 생각했는데 이렇게 흘러갈 줄이야.
8)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기 직전, 프랑스에서도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었다.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europe/793780.html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 결과였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극우화가 유행이라서 솔직히 프랑스도 불안 불안했던 차다. 프랑스도 eu 탈퇴하는 줄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