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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홀러 류 씨 Jan 30. 2017

週刊 <워킹홀리데이@타이베이> 제 3호

週刊 <워킹홀리데이@타이베이> 제 3호

완전히 그친 줄 알았던 비는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한 주의 시작점엔 슈퍼에서 우롱차, 쟈스민차를 티백으로 구입했다. 대만에 오기 전부터 다기茶器를 사고 싶다는 생각은 줄곧 했지만 아직은 티백인가 보다. 뜨거운 물에 쟈스민차 티백 하나를 따뜻한 물에 담가놓고 참 좋아하는 콜드플레이의 음악을 틀어놓고 전기 히터 앞에서 양말을 개면서- 지금 이 순간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한 주였다.



2017.01.23 월

易郷涼麵, 台北 永春

麻辣涼麵 (中) (TWD 50)


여동생 느님께 받은 용돈이 모두 동났다. 이케아에서 물건 살 때 등등 꽤 큰돈들을 현금으로 지불한 죄다. 아직 이르지만 다음 달 월세도 마련할 겸 근처 우체국으로 환전하러 다녀왔다. 맛있는 쌀국수 집이 있다고 들었지만 점심시간 지나서 가서 그런지 이미 그날 영업은 모두 끝났다. 환전을 마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들어간 량면 집. 전에 '마라 우육면'을 먹었기 때문에 매콤하게 먹어볼까? 해서 마라량면을 주문했다. 배가 고팠던 차라 사이즈는 '중'으로. 제발, 제발- '소'로 주문해. 가게가 다르니 양도 다를 줄 알았던 내가 바보다. 또 배가 터질 것만 같았다. 게다가 저 작은 양의 매운 소스가 내 콧 등의 땀구멍을 모두 활짝 열어줄 줄이야. 저 소스, 얕잡아 보면 안 되겠다.


2017.01.23 월

Stone Espresso Bar, 台北 永春

美式咖啡 (TWD 140)


쌀국수 집을 찾아서 가던 도중에 눈에 띈 카페. 량면을 먹고 다시 찾아갔다. '피콜로 라떼'가 있는 것으로 보아 호주식 카페인 듯 해 플랫 화이트가 있기를 기대했지만 메뉴에도 없었고 물어보기엔 중국어를 못하고. 고민하다가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테이크아웃 용 용기가 서랍에서 나오는 걸 보니 역시 대만은 커피, 카페 문화가 테이크아웃 문화가 아닌 '매장에서, 디저트와 함께'인 것 같다. 아직 커피, 카페 투어를 시작하지 않은 것은 타이베이의 커피, 카페 문화에 대해 파악이 되지 않았기 때문.


이 아메리카노는- 감히, 말하고 싶다. 내 인생의 베스트 5 안에 드는 커피였다고. '환상적이었다'는 단어 외에 어울리는 말은 없다.

호주에 가기 전까진 커피는 거의 마시지도 않았던 내가, 친구들이 모두 놀랄 정도로 하루에 1~3잔의 커피를 마시게 되었고, 그렇게 5개월 동안 150개의 카페에 들러 '플랫 화이트'를 마시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처음 시작할 땐 커피 맛은 전혀 모르는 상태였지만, 150개의 카페에서 같은 메뉴로만 비교하며 마시다 보니 맛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커피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내 코와 혀에만 의존했다.(한국에 돌아가 잠시 지내는 동안 카페 투어를 하고 싶었지만 내 임금에 비해 비싼 커피 값+한국 커피 특유의 그 콩이 탄 듯한 요상한 쓴 맛에 질려 결국 서울에서의 카페 투어는 오래가지 못했다)

내가 좋아하는, 나의 취향의 커피는 산미가 어쩌구-가 아닌, '독특한 경험을 하게 해주는 맛'이다. 참으로 변태 같은 취향인데- 콩 산지, 콩의 신선도, 로스팅 방식, 물/우유의 종류, 바리스타 등 그 한 잔의 커피의 맛을 정하는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커피의 전쟁지라고도 할 수 있는 멜버른에서 카페 150군데를 다니면서 내 나름 내린 '가장 맛있는 커피의 비결' '그 순간의 나의 기분'이었다. 재밌고 유쾌한 바리스타를 만나면 더 맛있게 느껴지고, 끊임없이 밀려드는 주문에 짜증을 내는 바리스타가 내려 준 커피는 맛있게 마시고 싶어도 커피 컵을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괜히 마음이 무거워진다. 아무튼, 멜버른에서의 커피 이야기는 다음에 따로 하기로 하고.


사실 마시고 있는 음료는 여기엔 올리지 않고 있는데 이 카페를 굳이 넣은 이유는! 정말 맛있었으니까.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짧은 시간 동안 '카페 투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휴일마다 여기 와서 마실까', '내가 커피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있었다면 이게 어떻게 로스팅해서 이런 느낌이 나는지 알 수 있었을 텐데' 등등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다. 상큼한 꽃? 과일? 향이 입천장을 타고 목구멍으로 도달하면 그 순간 그 상큼함이 터져 입 안에 가득 찬다. 그리고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엔 초콜릿? 흑설탕? 캐러멜 같은 달짝한 말이 느껴지고. 도대체 어떻게 로스팅하면 이런 신기한 맛이 나는 걸까. 점원들은 중국어를 전혀 못하는 영어로 말을 건네주었다. 귀여움이 섞인 친절함은 덤. 오랜만에 만난 '짜릿한' 커피였다.


2017.01.24 화

點子營養早餐吧, 台北 後山埤

蘿蔔糕 (TWD 30)


집 근처에 있는 아침 식사 가게다. 늘 사람들이 꽤 있는 곳이다. 이날은 지나가는데 길가 쪽에 앉아서 먹는 분이 이 蘿蔔糕뤄보가오를 맛있게 먹길래 나도 한 번 들러보았다.


음식을 주문할 때마다 중국어 학습의 필요성을 아주 절실히 느낀다. 뭔지 모르니 일단 손가락으로 찍었다. 그 자리에서 다시 구워주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려서 늦진 않을까 조금 불안했다. 무로 만든 떡이라는데, 맛이 강하지 않고 순해 아침 식사로 많이 먹는 음식이란다. 예전에 타이중의 음식점에서 먹었던 떡과 같은 것일까 싶었지만 전혀 다른 식감이었다. 그때 애피타이저로 나왔던 그 떡이 무척 맛있던 걸 기억한다.


2017.01.24 화

台灣阿誠現炒菜, 台北 市政府

蝦仁肉絲蛋炒飯 (TWD 90)


누군가의 후기를 보고 방문한 곳이다. 말 그대로 '로컬'의 음식점. 볶음밥은 아마 처음 먹는다. 맛이 강하지 않은 심심한 맛이 처음엔 별 느낌 없다가 다 먹을 때 즈음이 되어서야 '맛있는데?'란 느낌이 오더라. 무료로 제공되는 계란 미역국 역시 고기로 육수를 내지 않고 아마 미역만으로 육수를 낸 건지 전혀 기름지지 않고 깔끔하고 가벼운 맛이었다. 다소 염분이 강한 국 문화를 갖고 있는 한국인, 일본인 입맛에는 맹숭맹숭할 수 있다는 생각은 든다.


2017.01.25 수

三味食堂, 台北 西門

鮭魚手握壽司 (三貫) (TWD 190)


이제는 타이베이 필수 코스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 삼미식당. 인기 있고 유명하기도 하고 그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식당이다. 하도 유명하길래 나도 한 번 가봤다. 점심 영업이 오후 2시 반 까지고, 내가 도착한 것은 오후 1시 50분경. 줄이 많이 서 있을 줄 알았지만 내가 갔던 순간은 웨이팅이 없었고 나 하나만 웨이팅이었다. 문 앞에 그 유명한(!) 한국어 하는 분이 서 계셨고 대뜸 내 이름을 부르더니 한국어로 "한국인? 한 명? 이층~"이라고 능숙하게 안내해준다. 이층에 올라가니 미소가 예쁘고 상냥한 여성 직원분께서 한국인이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하자 안쪽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바깥 홀 쪽에도 테이블이 있는데 왜 안 쪽이지? 라며 들어가 보니 안쪽 방은 모두 한국인. 한국인만 몰아넣은 건가?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주변을 둘러보고 어쩌면 '특급 손님'일 수 있는 한국인들에 대한 '특별대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은 조명이 다소 어두웠던 것에 비해, 이 방은 창문이 있어 자연광이 들어온다. 즉, '음식 사진 찍을 때 예쁘게 나오는 곳'으로 보인다는 것. 그 의도가 예쁘게 찍힌 사진으로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함인지, 단순히 예쁘게 찍고 가세요 인지는, 아니면 이 모든 것이 나의 지나치게 앞서간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음식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의도야 어떻든 반가운 자리 안내였다.

내가 주문한 것은 이 가게의 대표 메뉴인 '대왕 연어 초밥'. 한국인들은 연어를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나는 그렇게 연어를 좋아하진 않는다. 회전초밥집 가서도 연어는 내 선택을 못 받는 일이 많다. 일본에서 귀국 직전까지 8개월 동안 모 유명 실내 테마파크 안에 위치한 초밥집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그 영향인지 꽤 다양하게 먹어봤고 좋아하는 메뉴들이 정해져 있는 편이다. 모둠회 초밥으로 주문하고 싶었으나 어떤 종류의 생선이 모둠회에 오는지 알 수 없어 그것은 다음으로 기약하고 일단 연어로 주문했다.

아니 웬걸, 분명히 3관짜리로 주문했는데 6관짜리가 나왔다. 처음에는 주문을 내가 직접 이름을 적어 주문하는 건가 싶어 주문 용지에 내가 적고, 주문받으신 분이 밑에 또 적긴 했는데 '이래서 6관이 나온 건가? 그럼 도대체 얼마야? 내가 지금 300원 넘는 돈을 한 끼에 쓰다니' 등등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소문대로 엄청난 크기와 두께의 연어였다. 위에는 달짝 짭조름한 간장 소스가 옅게 발려있다.('때깔'은 그 소스가 반사된 것이다) 첫 번째 초밥은 한 입에 다 넣어봤지만 입 안에 가득 차 씹기가 불편하여 그다음부터는 젓가락으로 반으로 나누어 먹었다. 턱관절 장애가 있어 입을 크게 벌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밥 부분(일본어로는 '샤리 シャリ'라 불리는 그것)을 보니 일반적인 초밥 양의 1/2 정도밖에 안 되었다. 설마 3관을 반반씩 6관으로 나눈 걸까. 머리가 복잡한 상태로 열심히 천천히 씹고 있는데 내 맞은편으로 한국 여성분 한 분이 합석하게 되었다. 혼자 여행 오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분이 받은 6관짜리 접시를 보고 나의 것이 3관짜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릇 사이즈부터가 다르다. 맞은편에 앉으신 분 덕분에 나는 남은 초밥들을 좀 더 편한 마음으로 먹을 수 있었다.

맛 이야기를 하자면 위에 발린 간장 소스는 살짝의 단맛과 짠맛을 줄 뿐 간을 맞춰주지는 않는다. 연어는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기름 진, 입에서 살살 녹는' 연어는 아닌, 좀 더 담백한 맛이 나는 연어였다. 나는 간장에 고추냉이를 풀어 찍어먹어야 역시 초밥 먹는 느낌이 나더라. 그리고 밥. 개인적으로 초밥을 먹을 때 '구(일본어로 '네타 ネタ'라고 부르는 그것)'보다는 '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생선은 신선도에 따라 맛이 다르긴 해 그 관리 능력이 그 가게의 맛을 결정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식초가 섞인 밥(일본어로 '스메시酢飯'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초반, 식초가 들어간 밥, '초밥'이다.)이야말로 그 가게에서 내고 싶은 맛을 결정하는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삼미식당의 밥은 꽤 실망스러웠다. 부서져있기도 했고, 식초의 맛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구에 지나치게 중점을 두다 보니 밥 부분은 뒷전이 된 느낌이었다. 유난히 큰 구, 보통 초밥의 반 밖에 되지 않는 밥의 양이 만들어내는 한 관의 초밥은 '일반적인 초밥'과 비교해 구와 밥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초밥이다. 하지만 이곳은 애초에 균형 있는 초밥이 아닌, '거대한 구'로 자신들의 특징을 잡은 곳이라 아쉽지만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일본이 아닌 해외에서 먹는 초밥 중에서 식초를 제대로 사용하는 집은 만나기 힘들다. 가게 운영자가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 이상은 대부분의 초밥은 식초가 들어가지 않은 밥 위에 구를 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인과 중국인들이 경영하는 초밥 관련 음식점은 식초에 크게 중점을 두지 않고, 일본인들이, 특히 '장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운영하거나 근무하는 경우엔 초밥에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생각하면 전자의 경우엔 값이 싸고 후자의 경우엔 고급 레스토랑으로 나뉘는 이유도 납득이 간다. 물론 일반화는 힘들다. 저번에 프랑스 파리의 중국인이 경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일본 음식점에서 먹었던 장어 덮밥엔 식초가 들어간 밥이 들어가 있었다. 함께 식사했던 분 역시 일본에서 오래 산 분이라 둘 다 '초밥으로 만든 장어 덮밥'에 놀라며 먹은 기억이 있다.(장어 덮밥은 초밥이 아닌 일반 밥을 사용한다. 초밥 덮밥인 치라시 즈시 ちらし寿司나 장어 초밥의 경우엔 '초밥'이라서 식초를 사용한 밥을 넣는다. 초밥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장어 덮밥 うな重이 아닌 '초밥'으로 구분될 것이다.)

삼미식당에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은 '신선하지 않다', '싸구려 맛이 난다'였는데, 이 부분은 아무래도 '복불복'인 것 같다. 늘 같은 퀄리티를 제공하면 좋겠지만, 퀄리티가 들쑥날쑥하는 것 같다. 내가 먹은 연어 초밥은 구가 꽤 신선했기 때문에 이 집의 생선이 모두 신선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싸구려 맛이 나는 것은- 이곳의 장점은 큰 구에 비해 '싼 가격'이니 고급진 맛이 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이 가게를 선택하는 이유가 '싼 가격에 비해 큰 연어'때문이 아닌가. 이 가격에 고급스러운 맛을 원하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과장해 말하자면, 마치 일본의 100엔 회전 초밥집에 가서 미슐랭의 별이 붙은 초밥집에서 먹던 맛이 나지 않는다며 불평하는 것이랑 크게 다를 것이 있을까. 고급스러운 초밥을 먹고 싶다면 고급스러운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는 곳에 가면 된다. '가격 대비 성능'을 고려하면 이 가격에 이 정도 크기의 연어로 제공해주는 곳은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보기 힘들다.

다음엔 모둠 초밥으로 먹어볼 생각이다.


2017.01.26 목

7-Eleven, 台北 忠孝敦化

紐奧良風味烤雞三明治 (TWD 35)


지금 보니 저번에 먹었던 샌드위치와 같은 샌드위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안의 닭고기가 치아로는 끊기지 않아 결국 한 입에 꾸역꾸역 다 넣어야 했다. 앞니가 부정교합이라 라면조차도 앞니로 끊기 힘든 나다.(턱관절 장애에 부정교합까지...) 그리고 남겨진 적은 양의 채소와 소스 발린 빵만으로 먹어야 했지. 역시 출근 직전에 꾸역꾸역 쑤셔 넣은, 맛보다는 그저 허기를 때우는 행위였다.


2017.01.26 목

鬍鬚張Formosa Chang, 台北 後山埤

雞肉飯 (TWD 37)


총괄 매니저님(대표님)과 면담? 이 있어 꽤 길고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져 동네에 도착해서 일단 뭣 좀 먹어야겠다 싶어 만만한 이곳으로. 이번엔 닭고기로 주문해 보았다. 여전히 변함없는 코딱지만 한 양. 도시락(便當)으로 파는 메뉴는 매장 안에선 판매하지 않는 것 같다. 다음부턴 도시락을 이용해봐야지.


2017.01.26 목

台灣2派克脆皮雞排, 台北 後山埤

胞皮雞排 (TWD 60)


역시나 코딱지만 한 양이다. 배가 70~80%밖에 차지 않아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파이를 하나 주문해 받아왔다. 이번엔 자르지 않은 크기로. 원래 이 동네 닭튀김은 이리도 거대한 것인가. 한국 돈으로 약 2400원 쯤하고 일본에서 즐겨 먹던 패밀리 마트의 '패미 치킨' 두 개쯤 되는 가격이지만 지파이는 크고 맛있으니까. 동네에 있고 역에서 집에 오는 길에 위치해있다 보니 자주 가게 된다. 이것으로 메뉴의 1, 2, 3번은 다 먹어보았다. 작게 자른 것보다 큰 게 먹는 맛이 있네.(사진을 잘못 찍었다. 책상에서 찍느라 빛 때문에 저리 찍었는데 원근법 적용됨. 시먼 쪽의 야시장에서 판다는 핫스타? 지파이만큼 크진 않다.)


2017.01.27 금

7-Eleven, 台北 忠孝敦化

溏心蛋總匯三明治 (TWD 35)


이쯤 되면 내가 편의점을 선택하는 이유는 '어쩔 수 없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어떻게 4년 내내 편의점을 애용하며 살았는지 당시의 나를 지금의 나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일본의 편의점이 특별히 맛있고 대만의 편의점이 특별히 별로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2017.01.27 금

McDonalds, 台北 忠孝復興

麥香鷄經典配餐 (TWD 95)


집주인은 이날 오전에 준비하는 내게 '모든 가게들이 다 닫을 거야.'라고 무서운 예언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연 음식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방문한 첫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패스트푸드이자 첫 맥도널드.

프랜차이즈의 햄버거라면 일본에선 오직 '테리야키 버거'와 한국에선 오직 '불고기 버거'만 먹는 내게, 마요네즈+달고 짠 간장 소스의 조합이 아닌 일반 치킨 버거는 다소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게다가 패스트푸드라면 '싼 가격'이 장점인데 일반 식사류가 싼 대만에서 패스트푸드 점이 비싸게 느껴질 정도다. 차라리 돈을 더 내고 일본 음식점에서 먹을 걸 하는 후회가 들 정도였다. 세븐일레븐과 함께 나의 4년 동안의 일본 생활을 책임지며 나의 콜레스테롤 치수를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 맥도널드지만, 이제는 우리 헤어질 시간이 된 것 같다고 느꼈다.


1) 볶음면

2017.01.28 토

中央市場生猛海鮮, 台北 中山


한국 관광객들에겐 '100원 술집'이라고 불리는 곳 중 하나로 알고 있다. 일하고 있는 회사의 신년회가 열렸다. 메뉴 선택은 중국어를 할 줄 아는 매니저님과 대표님께 전적으로 맡기고 나는 그저 나오는 음식들을 열심히 맛봤다. 시킨 양이 꽤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워낙 소식하는 나는 각 메뉴들을 많이 먹을 순 없었다.

2) 고기 볶음

정확한 이름들은 하나같이 모르기 때문에 내가 '먹은 감상'을 기준으로 임의로 붙인 것이므로 실제 명칭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

처음에 등장한 것은 1) 볶음면. 면은 중화면보다는 스파게티면 같았다.

2) 고기 볶음은 돼지고기였는지 소고기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다소 달고 짰던 걸로 기억한다.

3) 튀긴 두부

3) 튀긴 두부엔 파와 고추가 들어갔는데, 파와 고추를 먹지 않아도 두부만으로도 충분히 매웠다. 매운 걸 전혀~거의 먹지 못하는 사람들은 힘들 걸로 예상한다. 매운 잘~거의 먹지 못하는 나는 매워서 혼났다. 내 맞은편에 앉았던 매운 것을 무척 좋아하는 사무실 직원분은 밥에 고추, 파, 소스까지 모두 넣어 비벼 먹었다.

4) 연어회

4) 연어회는 일반 연어회다. 여태껏 먹어온 연어회와는 크기도 두께도 남다르다. 이 가게에서 제공되고 있는 고추냉이는 맛이 상당히 약했다. 보니까 고추냉이 분말에 물을 섞어서 만든 것 같은데, 애초에 분말 자체가 맛이 연한 고추냉이인 것 같다. 분말 고추냉이는 물을 많이 넣으면 묽어지기만 하지 매운맛에는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코에 와 주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고추냉이를 꽤 많이 발랐지만 그분은 내 코에 오시지 않았다.

5) 파인애플 새우 튀김

5) 파인애플 새우튀김은 메뉴판의 이름도 파인애플의 펑리, 새우 하 등이 쓰여 있었다. 파인애플과 함께 넣고 조리한 것 같진 않았다. 파인애플은 미지근한 평범한 파인애플의 맛이었고, 새우튀김은 파인애플의 영향인지 위에 뿌린 소스의 영향인지 단 맛이 났다. 개인적으로는 맛있게 먹었다.

6) 양배추 볶음

6) 양배추 볶음은 처음 먹었을 때 '상당히 익숙한 맛'을 느꼈다. 가쓰오부시의 맛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내 입에는 다른 의견이었던 '멸치 볶음'이 좀 더 강했던 것 같다. 가쓰오부시에 멸치 볶음의 익숙한 맛이 나는 양배추 볶음.

7) 이름 모름

7) 이름 모름의 채소 볶음은 가장 마음에 든 음식이었다. 아무래도 나는 채소를 기름에 볶은 중화권 요리를 좋아하는 것 같다. 호주에서 지낼 때에도 중국 음식점에 가면 공심채 볶음, 청경채 볶음 등을 가장 맛있게 먹었다.

8) 죽순 볶음

8) 죽순 볶음은 짠맛이 꽤 강했던 걸로 기억한다. 짠 음식은 딱히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지 않았지만, 가끔 한 입씩 먹어도 짜서 곧바로 후회했다.

9) 닭 탕수육?

9) 튀긴 닭을 탕수육처럼 만들었던 것 같은 느낌의 음식이었다. 닭고기가 아닐 수도 있다. 생긴 건 닭고기였는데 춘권 같은 느낌의 식감도 드는 음식이었다.

10) 가지 볶음

10) 가지 볶음. 이쯤 되니 배가 불러서 거의 손도 못 댔다.

이날 맥주를 '대만비주 台灣啤酒'라고 쓰여있는 맥주와 'Only 18 days'라고 쓰여있는 맥주 두 가지를 마셨다. 둘 다 한국, 일본 맥주들에 비해 탄산의 톡 쏘는 맛이 덜해 꽤 마실 수 있었다. 나는 Asahi Super Dry 같은 톡 쏘는 맛의 맥주를 무척 싫어한다. 독일에서도 주로 Weizen이나 Radler 등의 부드러운 맥주들을 주로 마셨다. Lager나 Pilsner 등의 맥주는 내 취향이 아니다. 아무튼 이날 마신 두 대만 맥주는 내가 몇 잔이나 계속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운 맥주들이었다. 매니저님께서 38도의 고량주를 드셔서 나도 맛만 봤는데, 입술에 적시는 것만으로도 매운맛이 강했다.  

말이 '100원 술집'이지, '100원 균일가'가 아닌 '100원부터 시작하는' 술집이었다. 메뉴판에 가격이 표시되어있지 않은 메뉴는 100원이고, 100원이 아닌 경우엔 가격이 적혀있는데, 얼핏 봤을 때엔 1/4~1/5만이 가격이 쓰여있지 않았다. 볶음밥, 볶음면은 80원이었지만 그 외에는 150~180이 대부분.

춘절 연휴라 사람들이 일할 사람은 충분하지 않은데 손님이 몰려서 그런지 일손이 매우 부족해 보였다. 자리가 나도 치워주지 않아 한참을 기다려야 했고, 메뉴는 적고 나서 한참을 들고 있고 흔들어야 겨우 봐주었다. 평소에도 홀을 보는 인원이 이 정도인 거라면 방문하는 사람들의 만족도는 점점 떨어질 것이다. 연휴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추가 주문은 새 종이를 받아서 해야 한다.


+) 추가(2017.02.02)

페이스북 '대만여행연구소'페이지에 같은

음식의 글이 올라왔으니(같이 먹었으니까 같은 음식이...) 요리 이름 등은 페이지를 참고하면 될 듯.

https://www.facebook.com/taiwantravellab/posts/1099097486879570



일주일에 한 번씩 올리는 이 포스팅엔 매주 대만에서 지내며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지난 해외 생활들과 함께 녹여서 쓰려고 노력 중인데 이번 주는 생략하기로 했다. 써놓은 것이 있긴 한데 좀 더 내용을 보충하고 잘 다듬어서 올리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듬기엔 주말 내내 일하는 곳에서 식사 모임이 있어 늦게 귀가하는 바람에 시간이 부족했고. 본의 아니게 이번 포스팅은 '먹방 후기'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번 주는 특별편(?)을 준비해봤다.


누가 크래커 牛軋餅 Nougat Cracker


예전에 4년 전에 대만에 왔을 땐 아직 '꽃보다 할배'가 방영되기 직전이라 한국인 관광객도 많지 않았고, 선물로도 펑리수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 누가 크래커가 인기인 것 같다.

대표님께서 맛있는 누가 크래커를 발굴하기 위해 이것저것 가게 별로 구입 중이셔서 덕분에 나도 여러 종류의 누가 크래커를 먹어보고 있다.

처음 누가 크래커를 먹었을 때 도대체 이것이 왜 인기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매니저님께 물어보니 '한국에서 유행하는 단맛+짠맛' 때문이라고. 크래커는 짭조름한 야채 크래커(야채는 일본식 표기고 우리말은 '채소'지만 한국에서의 상품명이 '야채크래커')에 안에는 달콤한 누가 nougat를 넣은 것이다.

프랑스의 프로방스 지역을 여행했을 때 누가를 일하던 가게에 선물로 구입한 적이 있다. 나도 몇 개 먹긴 했는데, '누가'라는 것을 그대로 먹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때 먹었던 누가를 기준으로 맛을 보면 몇몇 크래커는 전혀 누가의 맛이 나지 않았다. 딱딱하기도 하고, 단 맛은커녕 누가 맛 조차도 느껴지지 않는 것들이 있고. 딱딱한 것은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괜찮아진다고 하는데 누가가 원래 이렇게까지 딱딱해지는 건가도 싶고. 게다가 돌리면 크래커 부분도 같이 부드러워져 크래커의 바삭함이 사라지지 않을까.

사진의 누가 크래커는 Sogo 백화점에서 구입한 누가 크래커인데, 몇 종류 먹지 않았지만 그중에서 그나마 누가의 맛이 느껴졌다. 하지만 크래커가 평범했고, 대표님은 누가의 끝 맛이 별로라고 평하셨다. 조만간 줄 서서 구입해야 하고, 인당 구입 가능 개수가 한정되어 있다는 그 유명한 '미미크래커 蜜密牛軋餅'를 도전해봐야겠다.


석가 釋迦, 番荔枝, Sugar Apple


부처님의 머리와 닮았다 하여 그의 이름을 따 '석가'라 불리는 과일은 본디 이름은 番荔枝Fān lìzhī판리쯔? 란다.

일반 석가와 파인애플 석가旺來釋迦 두 종류가 있고, 익기 전에는 딱딱하지만 익으면 물렁해져서 냉장고에 넣어 시원하게 먹는단다.

내가 먹은 이 석가는 선물 받은 석가인데, 일반 석가가 아닌 파인애플 석가란다.

소문대로 당도가 어마어마하다. 어떤 느낌이냐면, 먹으면 살찔 것 같은, 과일이 아니라 무척 단 디저트를 먹는 기분이었다. 배가 터질 듯이 불렀음에도 계속 손이 가는 석가, 밤늦게 먹는 과일에 대한 죄책감은 내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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