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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홀러 류 씨 Feb 06. 2017

週刊 <워킹홀리데이@타이베이> 제 4호

週刊 <워킹홀리데이@타이베이> 제 4호

춘절 연휴로 시작한 이번 주. 공휴일과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의 연휴도 함께 겹쳐 이번 일주일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게 지나갔다. 매일 귀가 후의 일과인 영수증 복권 입력도 이 바빴던 한 주가 끝날 즈음에 겨우 몰아서 입력할 정도로. 체력이 고갈된 일주일이었던 만큼 체력 보충하겠다며 막판엔 고기를 연신 외치게 되었다. 식비에 아낌없이 돈을 썼다. 일일 식비 제한을 두고 있긴 하지만 아이고 의미 없다. '또' 이렇게 먹는 거에 돈 안 아끼다가 다음 달엔 파산할지도 몰라.



2017.01.31 화

花月嵐拉麵, 台北 忠孝敦化

大蒜拳骨白濃拉麵 (TWD 160 豆芽 TWD 30+10%)


브런치가 대표 사진을 지정해주지 않고 맨 처음에 오는 사진을 대표 사진으로 멋대로 지정하기 때문에 월요일 식사와 화요일 저녁 식사를 바꾸었다.


'카게츠'는 일본에서도 몇 번 간 적이 있는 라면 체인점이다. 부추김치가 무료로 제공된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던 곳으로 기억하고 있고, 전에 다른 지점을 지나가다 봤을 때 부추김치 용기가 보여 이번에 들러보았다. 사실 다른 곳에서 먹고 싶었으나 얼마 전에 수술을 한 집주인이 밥 차려 달라고(!) 빨리 돌아오라고 전화를 해 급하게 빨리 먹을 수 있는 곳을 다시 찾아야만 했다.

일본어가 통하지 않는 일본 음식점은 대부분 대만 현지인이 운영하는 곳일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이번 주 세 곳의 일본 음식점을 다니며 알았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곳이고 일본인 스탭이 있는 가게라면 반드시 일본어가 통한다. 현지인이라 하더라도 다른 직원들 간의 의사소통, 오해가 발생하지 않는 정확한 교육 등을 이유로 일본어가 어느 정도 이상으로 가능한 사람을 뽑는다.

내가 주문한 라면은 일본어로는 にんにくげんこつ ラーメン(白)라고 쓰여있는 라면이었다. 수프는 인스턴트의 느낌도 직접 우려낸 느낌도 없는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는 그런 맛. 부추김치는 일본이나 한국에서 먹던 부추김치를 상상했는데 대만답게 내겐 너무나도 매웠다.

일본에선 라면을 잘 먹지 않았는데 오히려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일본 라면을 자주 먹게 되는 것 같다. 호주 멜버른에서도 유명하다는 일본 라면집은 거의 다 갔고, 독일에선 뒤셀도르프에 본거지를 두고 있고, 현재 베를린, 뮌헨, 최근엔 네덜란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匠 TAKUMI'에서 운영하는 다른 라면집에서 일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 음식에는 나름 까다로운 입맛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곳은 다시 갈 것 같진 않다.

아무튼 이곳에서 체할 것 같이 급하게 먹고 동네로 돌아가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길래 꽤 오래 기다렸다가 집으로 돌아가니 나를 기다릴 수 없어 '이미' 식사를 마쳤단다. 이날 이후로 나는 매일 늦게 들어가기 시작했다.


2017.01.30 월

첫 대만 컵라면 (세일 중 TWD 24?)


휴일이었다. 연휴라 문 연 가게가 거의 없다. 아침과 점심으론 전에 사다 놓은 캔 옥수수를 한 캔씩 까먹었지. 저녁은 다른 걸 먹고 싶어 역시 비상시를 대비해 사다 놓은 컵라면을 먹어보기로 했다.


물을 어디까지 넣으라는 표시가 없는 불친절한 라면. 조리 방법에 물의 양만 적어주었으나 450ml 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물을 많이 넣은 건지 국물이 생겼다. 맛은 맛없는 한국의 짜장라면 컵라면의 맛. 졸업논문 쓸 시절엔 집 앞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내가 생각해도 난 짜장라면의 컵라면을 참 맛있게 잘 끓였다. 손님들도 내가 끓이는 짜장 컵라면이 유난히 맛있다고 할 정도.

하지만 이 라면은 실패한 것 같다. 난 별로였는데 집주인은 이 라면의 냄새를 맡더니 내게 인스턴트 컵라면을 먹었냐고 물어본다. 본인은 엄청 좋아한단다. 자긴 몸과 건강을 끔찍이 생각하는 사람이라면서 나도 잘 먹지 않는 인스턴트 컵라면을 좋아한다니. 내 남동생은 초등학생 때부터 어디서 뭘 봤는지'인스턴트 라면은 환경 호르몬 때문에 정자 수가 줄어든다'며 가급적 피해왔건만.

특별한 맛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허기를 때우는 정도에 불과했다. 내게 어땠냐고 묻길래 '네가 가져다준 한국 라면이 이런 맛이야'라고 대답했다. 아래층에 사는 집주인의 부모님이 한국 라면을 구입해봤는데 아무래도 매울 것 같다며 내게 가져다주라며 준 것이 짜장라면(네 글자 말고 '@王')이었다. 그러자 이 짜장라면을 먹어보고 싶은가 보다. 본인이 늘 텔레비전을 볼 때 앉는 소파 위로 라면의 위치를 바꾸어놓았다. 정작 나는 인스턴트 라면은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은 사람이고. 게다가 짜장라면은 조리하기 힘들지 않은가. 라면마다 다르겠지만 네 글자 짜린 그 망할 '물 8스푼'의 양을 맞추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2017.01.31 화

7-Eleven, 台北 忠孝敦化

招牌雙手卷 (TWD 39)


후회할 걸 알면서도 시간 관계상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이 편의점이다. 난 정말 먹고 싶지 않다. 맛있다는 생각은 코딱지만큼도 들지 않는다. 지난주에도 썼지만, 일본에서 4년 동안 편의점 사랑으로 살았지만, 한국에 돌아가니 동양의학에선 '피가 흐르지 않는다' 서양의학에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소리만 들었다. 매일 아침 후회한다.


2017.02.01 수

邢記鼎邊趖, 基陸 廟口夜市

鼎邊趖 (TWD 60) 魯肉飯 (TWD 20)


예류에서 지롱基陸으로 가는 길에 한국인들, 현지인들에게 인기라는 해산물 음식점이 있다길래 들르고 싶었지만,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니 비는 내리기 시작하는데 가게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다음 기회에 가기로 했다. 여행이라면 나도 아쉬움에 밖에서 기다렸겠지만 나는 여행객이 아니라 거주인 아니던가. 특권이다.

그렇게 해서 들른 곳은 지롱의 야시장 안에 있다는 수제비 집. 휴일의 낮임에도 시장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이곳은 특이한 것이 간판에 영어, 일본어 이름과 가게 번호가 적혀있었던 것. 일단 나는 블로그(..)에서 발견한 곳으로 향했다.


역사가 80년 정도 된 듯한 이 가게는 오직 한 메뉴, 수제비만 판다. 자리에 앉는 순간 나의 수제비는 자동으로 식탁에 올라간다. 처음엔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들고 오고 앞에 한 아주머니가 서 있어서, '아 이 자리는 이분들의 자리구나'하고 일어났는데, 알고 보니 아주머니는 직원분이셨고, 그 아이는 아주머니의 딸로 보이고, 가게 일을 도와주고 있던 것이었다. '일단 손님들이 오면 한 그릇 퍼서 가져가기'가 아이들(!)의 이날의 일이었던 것 같다. 의사소통의 실패로 얼떨결에 함께 받게 된 루로우판魯肉飯은 오히려 실패하길 잘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수제비의 경우 미끌미끌하고 부들부들한 식감이 먹는 재미가 있었다. 항구 도시답게 육수는 바다에서 나는 것들을 사용한 기름지지 않은 깔끔한 맛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대만 냄새'는 없고, '바다 냄새'가 났다. 루로우판은 매우 익숙한 맛, '@분 짜장'의 맛과 매우 비슷했다.

검색해보니 이 시장엔 두 개의 오래된 수제비 가게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이날 방문했던 邢記鼎邊趖이고, 또 하나는 吳家鼎邊趖라는 곳이다.


2017.02.02 목

小林麵食館, 台北 忠孝敦化

五種蔬菜湯 (TWD 50)


하루 휴일을 보냈으니 이제 일해야지. 흐흑. 이제 연휴도 끝났겠다, 근무지 근처의 아침밥 집들을 공략해보기로 했다. 여러 곳 중에서 일단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곳, 손가락만으로도 주문하기 쉬운 곳(...)으로.

다섯 가지의 채소가 들어간 탕이라는데, 약간의 대만 맛이 나긴 했지만 이 정도 대만 맛(?)은 어지간히 거부감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괜찮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브로콜리 대신 옥수수를 하나 더 넣어준다면 딱 내 취향. 브로콜리가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별로 안 좋아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편식은 어른의 특권'아닌가. 어릴 때야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들이 있으니 편식이 좋지 않다고 하지만, 성장은 진작에 끝나고 노화만이 남은 시점에서 맛있는 것, 좋아하는 것만 먹어도 모자랄 판에 먹기 싫은 것을 굳이 먹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너무 많이 먹는 것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순 있겠지만, 싫어하는 것을 먹지 않는 것은 정신 건강에도 좋다. 저 브로콜리는 먹었지만.


2017.02.02 목

老鍾國雲吞料理, 台北 信義

蝦仁蛋炒飯 (TWD 90)


일을 끝내고 전에도 간 적 있는 근처의 가게로 향했다. 예전에 한 남녀가 볶음밥을 먹는 것을 봤는데 청경채가 들어가길래 나도 이번엔 볶음밥으로 주문. 하지만 청경채가 없다!


전에 다른 곳에서도 그렇고, 대만에서 볶음밥을 시켜먹을 땐 늘 같은 과정의 심경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양이 생각보다 적은데?'→'꽤 먹었는데 양이 안 줄어..'→'배불러 죽겠는데 아직도 꽤 남았어ㅠㅠ'→이러나저러나 다 먹긴 했는데 배 터지겠다...' 순으로.

대만에선 보통 탕이나 밥 종류의 식사를 할 땐 고기보단 새우 위주로 시키는 것 같다. 일단 고기는 온전하게 고기로 먹고 싶은 마음이 크고, 그리고 왠지 괜히 새우가 땡긴다.


2017.02.03 금

MOS BURGER 摩斯漢堡, 台北 信儀

柚香胡麻豬排堡 (TWD 60)


이 날은 근처의 유명 버거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4일까진 춘절 휴무란다. 은근히 아직 휴무인 곳이 많아 선택권이 없어 일단 문 열린 곳으로.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주문하느라 아무 거나 닭이 들어간 것으로 찍었다. 어이쿠 엄청난 크기의 양상추.

주문할 때 이름을 확인도 안 했는데 먹으면서 유자향이 났다. 온전한 유자향이 아니라 일본에서 먹던 유즈코쇼柚子胡椒(직역하면 유자 후추지만, 고추와 유자 껍질, 소금을 함께 숙성시킨 것이다.)의 맛이 났다. 엄청 좋아하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 반 기대감 반으로 먹었다.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이름을 보니 맞네! 1월에 시작한 신메뉴란다. 다음에 한 번 더 먹을까 생각 중이다.


2017.02.03 금

開丼 燒肉vs丼飯, 台北 忠孝敦化

經典燒肉丼 (TWD 220)


체력적으로 너무너무 힘들어서 어떻게든 고기를 몸속에 넣어 체력 충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줄이 길든 말든 난 고기를 먹어야겠어'라며 기다렸더니 마침 단체가 빠져나와 대기 시간은 1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다른 지점들을 몇 군데 지나가다 봤는데, 어디든 긴 대기줄이 형성되어 있다.

따뜻한 차와 된장국이 무료로 제공되며, 주문한 메뉴엔 쌈으로 싸 먹을 수 있는 양상추와 일본식 단팥죽이 디저트로 포함되어 있었다. 대만에서 만나는 된장국은 대부분 味噌Miso라고 표기하고 있지만 그 맛은 일본의 것과는 다르다. 일본도 역시 종류가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염분이 꽤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대만의 된장국은 염분보단 당분이 더 많이 포함되어 단 맛이 좀 더 강하다.

처음 받았을 땐 '애개 고기가 이것뿐이냐!'했지만 한 그릇도 겨우 비웠다. 일본에서 4년 내내 덮밥 체인점인 마츠야松屋에서 일했기 때문에 당시에 좋아했던 메뉴가 연상되는 메뉴로 주문해봤지만 일본에서의 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크게 다른 것은 없었다. 빨간 것은 후리카케(대체할 수 있는 한국어가 없는 것 같다)인 것 같다.

당분간은 고기가 땡길 땐 이곳에 와서 종류별로 먹어봐야겠다. 체력을 쓰는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체력 보충이 중요한데, 요 며칠 업무 스케줄이 빡빡하다 보니 결국 체력이 고갈되기 시작했다. 버는 족족 죄다 먹는 것에 쓰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 것 같다.


2017.02.04 토

永吉涼麵, 台北 後山埤

肉燥涼麵 (小) (TWD 40)


아침은 먹어야겠고, 출근지인 둔화 역~국부기념관 역 근처에 아침 먹을 곳을 찾기엔 귀찮고, 집 근처의 아침 밥집으로 갔다. 저번에 한 번 다녀온 적 있는 량면 집으로. 이번엔 고기를 넣어보았고 두 번의 실패로 배운 '소'자로 주문했다. 점원분들이 역시 친절하다. 내가 말을 못 하니 영어 메뉴를 가져다준다.

아침이라 그런지 면이 전혀 먹히질 않는다. 안 들어가는 배에 억지로 꾸겨 넣느라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더라. 다음부턴 쉬는 날 느지막한 아침 식사로 먹으러 와야지.


2017.02.04 토

讚岐製麺所, 台北車站

炸蝦牛肉烏龍麵 (TWD 219+10%)


라면, 덮밥, 우동- 일식으로 도배된 한 주였다. 기름지지도 않고 고기도 가득 주지 않는 대만 음식에 비해 일본 음식은 기름지고 고기도 많이 줘서(...) 온몸이 고기를 부르짖는 현재 상황에선 자연스러운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고기라면 한국 음식도 고려 가능하지만, 한국 음식은 일단 '혼밥'하기엔 어려운 게 실정이다. 한국에서든 해외의 한국 식당에서든 한국 음식은 일품요리를 제외하곤 보통 2인 이상으로 설정되어 있어 혼자 먹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과 나 혼자선 절대로 다 먹을 수 없는 양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적은 양에 낮은 가격'을 바라게 되지만 '고기'의 경우 대부분의 한국 식당들은 2인 이상에 맞춰져 있다. 하긴 서울 역삼에서 잠시 단기 아르바이트할 때 근처 음식점에선 1인은 받아주지도 않았다.


아무튼- 일본 음식엔 까다로운 인간이 또 일본 음식을 먹었다. 일본에선 라면보단 우동을 더 많이 먹었다. 특히 경마장에서 일할 때는 늘 큰 유부가 들어간 '키츠네 우동きつねうどん'을 먹곤 했다. 내가 먹어본 우동 중 가장 맛있는 우동으론 동경 후츄시府中市에 있는 동경경마장東京競馬場 안의 7층인가, 매스컴 관계자들이 있는 층에서 파는 300엔짜리 키츠네 우동을 꼽는다. 출입증을 갖고 있는 매스컴 관계자 외에는 들어갈 수 없다는 곳(나는 한 라디오사의 중계 기술 스탭이었다)이라는 게 참 아쉽다.


아무튼. 이 우동은- 일본의 우동이 아니다. 물론 가게마다 만드는 사람마다 그 맛은 다 다르지만 큰 흐름이라고 해야 하나 큰 카테고리라고 해야 하나. '매움'에도 종류가 다양하고, 한국음식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매움이 있지 않은가.

일본에 있는 회사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일단 국물이 일본의 것이 아니다. 공장에서 보내진 듯한 이 국물은 깊은 맛은커녕 일본 우동 국물의 맛을 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다시'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다. '다시'의 종류야 여러 가지지만, 주로 해산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국물에서 늘 바다 맛이 난다. 그런데 이 우동의 국물에선 바다 맛이 아~~예 없다. 마치 젓갈 빠진 김치 같은 느낌. 심지어 간장의 느낌도 나지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만든 우동 국물인 걸까. 체인점에 뭘 바라냐도 싶지만 240원이 넘는 가격, 한화로 약 만원에 가까운 돈을 내는 입장에선 가격에 대한 보상은 받고 싶은 게 당연하지 않은가. 일본의 슈퍼에서 파는 200~300엔짜리 시판 국물도 이보단 낫다. 이곳 역시 다시 갈 일은 없을 듯하다.


2017.02.05 일

永和豆漿, 台北 信義

飯團 (TWD 30)


원래는 소룡포를 먹으려고 했지만, 주문하고 나오는 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모르기 때문에 확실하게 빨리 나오는 것으로 주문해야 했다. 마침내 앞 손님이 점원이 밥을 말고 있는 것을 사가길래 나도 같은 것을 달라고 했다.

찹쌀을 사용한 대만식 주먹밥이란다.  

안에는 이렇게... 뭐가 들었는지 설명이 힘들다. 양념을 한 튀긴 빵도 조금 들어가 있고. 다음엔 다른 거 먹어봐야지.  


2017.02.05 일

楊記大餛飩, 台北 忠孝敦化

綜合大餛飩湯麵 (TWD 90)


오랜만에 먹은 소울푸드. 그런데 요즘 소울푸드가 조금 바뀌고 있다. 지파이雞排, 쩐쭈나이차珍珠奶茶가 내 마음속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다. 뭐 어떤가, 늘어나면 좋은 거지!


2017.02.05 일

東區粉圓 Eastern Ice, 台北 忠孝敦化

紅豆湯 (TWD 60)


한국으로 치면 단팥죽을 파는 곳. 대만에선 '탕원湯圓'이라고 한단다. 4가지 코스가 있고 그중에서 하나를 골라, 코스에 따라 토핑을 3~4개 얹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홍두탕의 경우엔 3개.

나는 팥小紅豆과 경단湯圓, 그리고 곤약蒟蒻을 선택했다. 경단은 간이 전혀 안 배어있는 쌀?로 만든 것 같다. 식감은 괜찮은데 맛이 생쌀 먹는 기분이 들어 아쉬웠다. 곤약은 내가 좋아하니까. 한국의 단팥죽의 경우 설탕을 많이 넣어 먹 덜 달고 한국의 것처럼 걸쭉하지도 않다. 이곳도 30년인가 40년인가 된 가게란다. 다음엔 다른 곳에 가봐야지.


1)

일요일 오후, 이번 한 주는 안개비가 내리며, 내 아이팟 클래식이 또 사망하며 마감하게 되었다. 다행히 한국에서 cd를 리핑한 파일을 외장하드에 저장해온 덕분에 음악은 모두 살릴 수 있었고, 백업의 중요성은 늘 일이 벌어진 후에 새삼 깨닫는 것이지. 크흑.

일본에서 살 때엔 아주 작은 비, 비라고도 할 수 없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셀 수 있는 물방울에도 꼬박 우산을 챙겨 쓰는 것이 '일본 문화'라고 생각해서 그걸 또 흉내 내며 살았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스킵'할 수 있는 정도의 물방울에도 꼬박 우산을 챙겨 쓰곤 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호주로 넘어가면서 완전히 사라졌다. 작은 비 따위에 우산은 무슨, '쿨하게' 후드를 뒤집어쓰고 가는 것이 보통이었고, 나는 또 그것을 '서양 문화'라 하며 따라 하게 되었다. 이것은 독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호주에서도 독일에서도 옷에 달려있는 후드를 뒤집어쓰는 것으로 해결될 정도의 비라면 우산을 펴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일본인들의 그러한 문화를 '옷이 망가지는 것이 싫어서', '일본인들은 깔끔쟁이라서' 그리고 '일본인들은 유난스러워서' '일본인들은 쿨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생각들은 대만에 와서야 왜 일본인들이 매번 우산을 썼는지, 서양문화권에선 쿨하게 우산 대신 후드를 쓰고 다니는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나는 대만에 와서 다시 우산을 꼬박꼬박 쓰고 있다. 이유는 '습하기' 때문이다. 약한 비라도 옷이 젖어버리면 쉽게 마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습한 기후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옷이 조금이라도 젖는 것을 피하고 싶다. 다행히 대만은 상점이 있는 거리의 경우 회랑식으로(확실하지 않다) 상점이 있는 곳이라면 대부분 지붕이 있어 비를 피할 수 있다.(이것도 덥거나 비가 자주 오는 곳의 특징인가 보다. 호주 멜버른에도 상점가들은 모두 이러했다.) 일본도 강한 태풍이 있고 습하기도 징그러울 정도로 습한 나라다. 일본의 경우엔 많은 상점가들이 회랑보다는 마주 본 상점을 하나의 지붕으로 덮는 아케이드 형식을 띄고 있다. 한국의 시장도 아케이드 형식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일본인들이 매번 우산을 쓰는 것은 각자의 성격도 있겠지만, 습한 기후가 가장 큰 배경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생활을 시작한 것이 10년 전의 일이었는데, 10년 동안 일본인들의 유난히 비를 피하는 환경적 이유에 대해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나 자신에게 놀랐다.


물론 이것은 근거 없이 오직 나의 경험을 근거로 생각한 아무 말 대잔치이니 일반화는 곤란하다.


2)

일본도 습한 걸로는 그 어떤 나라에 비교해도 지지 않을 곳으로, 여름의 일본(특히 분지 지형인 '교토' 등)은 덥고 습한 공기에 숨이 막힐 정도라고 생각했다. 대만에 온 지 이제 4주, 4년 동안 살았던 일본과 감히 습도 대결(!)을 하자면 일본은 완패다.

일본에 살 땐 이렇게까지 '곰팡이'와 싸워본 적이 없다. 대만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바퀴벌레 등의 벌레 이야기만 들었지, 곰팡이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거 같은데, 정말이지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창문이 없는 욕실의 경우엔 2~3일이면 곰팡이가 피기 시작한다. 일본은 워낙 큰 나라니까 전체를 일반화할 순 없고, 내가 살았던 동경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면, 동경도 바다와 인접해있어 습기가 많긴 하지만 여름을 제외하곤 살면서 습도를 체감하는 일은 별로 없다. 다만 겨울에 동경에 있다가 서울로 가면 얼굴이 바짝 마르는 것은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독일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서울이 건조한 나라인 줄 알았다. 호주의 멜버른은 서울과 큰 차이가 없었는데, 바닷가 근처면서도 습하지도 않고 서울과 차이가 없다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나의 오산이었다. 서울은 건조한 곳이 아니다. 오히려 습하거나 적절하거나.

독일의 건조함은 말도 못 한다. 독일에서 지낸 8개월 동안 내 코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괴로웠다. 안 그래도 비염으로 고생하는데 내 코 이러다가 뭔 일 생기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콧 속은 심각하게 건조해졌다. 오죽했으면 콧 속에 넣고 뿌리는 식염수를 구입해서 썼을 정도겠는가. 하이쭝 heizung이라는 라디에이터 난방 장치(라고 쓰고 '빌어먹을'이라고 읽는)는 안 그래도 건조한 공기가 실내에서 얼마큼 더 건조해질 수 있는지 실험해보는 도구이기도 하다. 다시 독일 가라고 하면 싫진 않지만 망설이거나 거절한다면 그 이유의 80%는 건조한 공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독일은 큰 나라이니 동네마다 다를 것이다. 내가 살았던 곳은 라인 Rhein강으로 유명한 뒤셀도르프 Düsseldorf 다.


3)

대만의 춘절 연휴는 길었다. 그리고 긴 연휴의 끝엔 나의 생일이 있었다. 만 서른두 살이 되었다.


해외에서 맞이하는 생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보니 '어머나 해외에서 맞이하는 생일이야!'라고 할 정도로 특별한 의미는 없는 평범한 생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일에 의미를 두지 않고 생일이 아닌 날과 다르지 않다고 하지만, 그중 대부분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생일임을 기억해주는 사람들에게 축하받고 싶은 것, 메시지 하나라도 기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걸. 일 년 365일 중 하루 정도는 특별하게,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보내도 되지 않을까.

 

나이가 들 수록, 주변에 부모가 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태어나다'는 것보다 '낳고 기르다'라는 부모 입장에 무게를 두게 된다. 그러다 보니 32년 전, 스물일곱의 나이로 첫 아이를 출산하신 울 어머니가 유난히 생각난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것이니 기대 반 두려움 반이었겠지. 내 삶이 시작됨과 동시에 엄마도 전혀 다른 삶이 시작됐을 것이다. 아빠 역시 마찬가지였을 테고. 나는 결혼도 출산도 육아도 경험이 없는데, 난이도는 결혼<<출산<<<<육아인 것 같지만, 개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되는 것은 '부부가 되는 것'보다는 '부모? 가 되는 것'인 것 같다.  

음, '부모父母'라는 말 대신 쓸 수 있는 단어 없을까. 영어에선 둘 다를 지칭할 땐 parents지만 성별 상관없이 한쪽만 칭할 땐 parent고, 일본어에서는 親おや라는 단어를 쓸 수 있으니까. 親의 경우엔 한국어에선 '어버이', '부모'라고 한다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부와 모가 둘 다 존재한다고 할 수도 없고, 남편 없이 아이를 낳는 사람들도 있고, 본인이 낳지는 않았지만 남성이 혼자 키우는 경우도 있고. 대리모도 있고, 입양도 있고. 그럼 '부모가 되는 것' 대신 '자식이 생기는 것'으로. 라임을 맞춰보려고 했으나 실패.


4)

만 서른두 살이라는 나이가 와 닿지 않는다. 일본에 건너갔던 한국 나이 스물세 살 땐 나 자신이 늘 스무 살 같았고, 일본에서 학생 생활을 보냈던 스물다섯엔 나 자신이 스물세 살 같았고, 한국으로 돌아왔던 스물일곱 살 땐 나 자신이 스물다섯처럼 느껴졌고, 서른이 되었을 땐 스물일곱 살처럼 느껴졌다. 아니, 스물일곱 살이길 바랐다. 이 공식대로라면 만 서른두 살, 한국 나이 서른세 살은 서른 살처럼 느껴지겠지~라고 짐작한다면 아쉽게도 땡~ 난 여전히 나 자신이 스물일곱... 은 좀 죄책감이 든다, 스물아홉처럼 느껴진다. 아직 나 자신이 서른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나이를 먹을 줄은 몰랐다. 일본 유학 시절만 해도 만 나이 서른이면 이미 가정을 갖고, 지금 나이 즈음엔 아이가 있지 않을까-라고 막연히 미래를 상상하곤 했다. 워홀 네 번에 대만이 웬 말이야, 스물일곱(만 스물여섯) 땐 상상도 못 하였던 일이다. 아니지, 스물아홉(만 스물여덟)이 될 때까지도 생각도 안 해봤던 일이다.

다시 찾은 'stone espresso bar'. 커피는 생각보다 썼고 케이크는 생각보다 달았다. 하지만 같이 먹으니 딱 좋은 정도. 단 맛도 쓴 맛도 모두 있는 것이 인생이니, 뭐- '사는' 기분이 든다. 적당한 것이 나쁘지 않다. 


5)

서른두 살의 생일엔 대만에 있으니까 기념으로 '예류野柳'에 다녀왔다. 내 성도 柳이기 때문에 괜히 친근감을 느끼는 곳. 필름 카메라와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어왔다. 브런치에는 필름 카메라 사진만 올릴 예정인데, 필름 카메라는 언제 현상할지 모르니 혹~~~~시라도 사진이 궁금하신 분이 계시다면 아래의 블로그 링크에서 아이폰(5s)으로 찍은 사진을 볼 수 있다.(흑백 사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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