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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홀러 류 씨 Feb 14. 2017

週刊 <워킹홀리데이@타이베이> 제 5호

週刊 <워킹홀리데이@타이베이> 제 5호

이번 주는 드물게 이틀의 휴가를 받았고, 스펀 천등 축제가 있는 날은 미리 휴가를 받아두어 이번 주엔 무려 3일이나 휴일이었다. 내 시간을 챙기는 것이 이리도 어렵다니. 어떻게 지나간지도 모를 일주일이었지만, 일주일 동안 먹은 음식 사진들을 보면 오히려 이 음식을 먹은 지 아직 일주일도 안 되었음에 놀란다. 대만 생활을 시작한 지 만 한 달이 되었고, 지난주 내 생일에 이어 이번 주에는 남동생의 생일이 있었다.



2017.02.06 월

圓圓小籠湯包, 台北 大安

鮮肉湯包 TWD 70


드디어 먹었다, 소룡포! 근무 끝나고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가 오늘은 그동안 미루어왔던 소룡포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독일에서 함께 일하던 일본인 동료가 소룡포는 먹었냐고 2주에 한 번 꼴로 묻고 있던 차다. 소룡포를 좋아하게 된 것은 호주에서 살 때의 일. 멜버른에 Shanghai Street라는 유명한 중국 음식점이 있는데, 한 번 간 가게는 다시 가지 않는 내가 여러 번! 한국에서 친구가 놀러 왔을 때에도, 심지어 워홀로 왔던 친구들이 떠날 때마다 매번 마지막으로 함께 식사를 했던 곳이 바로 Shanghai Street였다. 얇은 만두피 안에는 육즙이 가득 차있고, 간장을 따로 찍어먹지 않아도 적당하게 간이 배어있어, 호주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정리할 때에도 이 Shanghai Street만큼은 한국으로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다.

일단 가장 가까운 소룡포 가게를 검색했다. 가깝고, 구글 평점이 4.0 이상, 최소 3.8 이상인 곳으로.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곳이었기 때문에 바로 이동했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처음 가는 동네는 늘 신난다. 집-일터의 반복인 일상생활 속에서 그 동선을 벗어날 일은 드무니 이렇게 식도락을 통해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이 내게는 중요한 즐거움 중 하나다. 입이 짧아서 문제지만.


시장은 아니지만 많은 음식점들이 모여있는 식당가에 위치한 작은 가게였다. 주문을 하고 길가에 펼쳐진 테이블에 앉아 기다렸다. 대만에서 먹는 첫 소룡포. 다행히 맛있게 먹었다. 신기한 것은 생강이 들어있다는 점. 테이블 세트에도 잘게 썬 생강채가 통에 담겨 놓여있었고, 소룡포 안에도 생강이 들어있었다. 실제로 대만 사람들은 요리에 생강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생강을 싫어하고 먹지 않는 나도 이 정도면 뭐~하고 넘길 수 있는 정도로 아마 한국의 생강에 비하면 매운맛이 덜한 것 같다.

호주에서 일했던 일본 가게는 일본의 식료품도 함께 파는 곳이었는데, 하루는 서양인 손님이 초밥을 먹을 때 먹는 초생강을 들고 오더니 내게 '생강을 먹으면 몸이 어떻게 좋아지냐. 너희 아시아인들은 음식을 통해 건강을 관리한다고 들었다.'라고 물었다. 초밥 먹을 때 먹는 초생강과 건강을 연결 지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와 옆에 있던 일본인 언니는 서로에게 자신은 모르는데 너는 아냐며 결국 "몸을 따뜻하게 한다?" 정도밖에 대답하지 못했다. 아직도 '생강'하면 이때 일이 생각나네.

식후엔 바로 옆 가게인 버블티 가게로 옮겨 음료를 주문했다. 소룡포를 먹을 때 눈 앞에 바로 보이는 저 가게를 지나칠 수가 없었다. 정작 내가 주문한 것은 딸기 밀크티였다.

대만 식문화 중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바로 이것. 대만 사람들 참 귀엽지 않은가? 대만은 도로변에 위치한 가게들의 상당수가 길가에 테이블을 펼쳐놓는 경우가 많다. 일회용 젓가락을 사용하는 가게의 경우, 이렇게 가벼워 날아가기 쉬운 젓가락 포장지를 끼워놓는 클립이 있다. 물론 가게 내부에 클립을 두는 경우도 있고. 점원들이 그릇을 치우며 바로바로 빼는 경우도 있고, 바쁜 가게의 바쁜 시간대에 가면 꽤 많이 꽂혀있는 걸 볼 수 있다.


소룡포를 먹었더니, 뜬금없이 독일의 되너 케밥 Döner 이 그리워졌다. 


2017.02.06 월

尚大娘水煎包, 台北 忠孝復興

高麗菜包 TWD 14  韭菜包 TWD 14

豆漿 TWD 15


대만은 외식 문화가 발달되어있고, 특히 아침 식사만 취급하는 조찬早餐 가게들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왜!! 내가 일하는 곳 근처는 아침 식사할 수 있는 곳 찾기가 왜 이리도 어려운 것인가. 보통 전철을 7~15분 정도 타고 가는데, 전철을 기다리는 순간부터 아침 먹을 가게를 찾기 시작한다. 이날은 구운 만두인 지엔빠오(煎包, jianbao)에 가봤다. 역 출구 바로 앞에 두 개의 가게가 가까이 있어, 마침 이틀 연속으로 이곳 출근이라 하루씩 나누어 가봤다.

먼저 간 곳은 구글 별점이 좀 더 높은 곳으로. 메뉴 사진을 찍어 보여주며 하나씩 주문했다. 하나는 양배추(高麗菜包)가 들어간 것, 하나는 부추가 들어간 것. 역시 양배추는 나랑 잘 안 맞는 것 같다. 싫어하는 것은 아니기에 있으면 먹기는 하지만, 매번 쉽게 질려버린다.

일본에서 살 때 함께 일했던 언니가 양배추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양배추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시 3개월 만에 10kg이나 살이 쪄버려 어떻게든 이 갑자기 불어난 체지방을 없애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원래 무언가를 시작할 때엔 일단 재료가 모두 준비되어야 시작할 수 있는 것 아니던가!. 양배추, 양배추 채칼, 썬 양배추를 담아두는 통 등 필요한 모든 것을 한꺼번에 구입했다. 그러나 반 통 정도 먹었을 때 입에 물리기 시작했고,  3/4통 정도 먹었을 땐 양배추의 비린 맛이 강하게 느껴지기 시작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는 양배추는 먹을 때마다 후회하는 것 같다. 이것도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양배추에 민감한(?) 내겐 기왕이면 다른 걸 시켜 먹을 걸-하고 아쉬움이 있었다. 반대로 양배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하겠지.

부추는 내가 좋아하는 채소 중 하나다. 한국 음식에 부추가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부추' 하면 또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있다. 일본 학교 시절 1학년 땐가 2학년 땐가, 처음으로 신오오쿠보의 한인 마트에서 '부침가루'를 구입해 부추전을 만들어 보았다. 일단 포장지에 쓰여있는 대로 분량을 맞추었고, 부추를 썰어 넣고 프라이팬에 부쳤다. 

그런데 부추를 너무 적게 넣었나 보다. 반죽 사이에 듬성듬성 들어있는 부추. 이걸 이대로 먹자니 반죽 맛만 났다. 너무 맛이 없었다. 사진을 찍어 당시 유행하던 sns였던(이젠 과거형..) Mixi에 올렸더니, 친구들이 '부추 넣은 팬케이크 ニラ入り パンケーキ'라고 놀렸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아니던가. 그 이후엔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와 파티를 할 때엔 매번 내가 만들어주곤 했다. 물론 매번 '부추 넣은 팬케이크'가 등장하긴 했지만. 일본에서 학교 다녔던 2년은 이 친구들이 있기에 반짝반짝 빛날 수 있었던, 청춘 영화와도 같았던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대만의 음료라는 또우장(豆漿, doujiang)도 함께 주문해봤다. 콩국이라고 하기에도 뭐하고 두유라고 하기엔 우유가 안 들어갔고, 콩으로 만든 음료라고 밖에 설명하기 힘든 또우장은 튀긴 빵을 찍어먹기도 한단다. 

맛을 설명하기가 힘들다. '괜히 건강해지는 기분이 드는 맛' 정도? 하지만 이때는 몰랐다. 바로 또우장에 빠지게 될 줄은.


2017.02.06 월

金林三兄弟藥燉排骨, 台北 饒河街觀光夜市

藥燉排骨 TWD 70


무슨 바람이 들고 무슨 욕심이 난 건지, 하루 종일 먹고만 있었다. 이미 소룡포에 음료수까지 마신 터라 저녁을 먹기엔 부담스러운 상태였다. 버스를 타고 라오허지에 야시장으로 향했다. 집에서 걸어서 20~25분 거리에 위치한 곳으로, 명성만 들었고 아직은 가보지 못한 곳이다. 4년 전 대만에 왔을 때엔 스린 야시장에 갔었다. 그땐 아직 한국인 관광객도 별로 없을 시절이었음에도 의지를 갖고 걷는 것이 힘들 정도로 사람이 무척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4년 만의 대만 야시장. 라오허지에 야시장은 스린 야시장에 비하면 규모가 작지만, 타이베이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야시장이라고 한다.(출처불명의 '카더라'다) 

역시 이런 길거리 음식이 모인 곳은 보기만 해도 즐겁다. 명동 돌아다니는 기분이었다. 작년 1월이었나, 호주에서 사귄 일본인 친구가 서울에 놀러 왔다.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한국 아이돌 팬의 친구분도 함께 왔고, 그들의 요청에 따라 관광 코스에 '명동'을 넣은 적이 있다. 사실 '명동'이라 함은 '거기 뭐 별 거 있나? 외국인들이 뭣도 모르고 가는 곳 아니야? 명동 로드샵은 한국인은 손님 취급도 안 한다며'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상당히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명동은 매번 사설 환전소에 환전하러 갈 때만 가는 곳으로, 딱 을지로입구역과 환전소만 다녔지, 거리에서 무엇을 파는지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친구와 친구의 친구와 셋이서 명동을 찾았던 날, 가장 신이 났던 건 나였다. 세상에나 이런 것도 팔아! 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엄마와 여동생에게 "명동에서 이런 것도 팔더라, 정말 신기해!! 이름만 유명한 관광지라고 무시했는데 깜짝 놀랐어."라고 신나서 이야기했다. 물론 명동역 바로 옆에 회사가 있어 그 일대는 빠삭한 여동생은 무념무상으로 이야기를 흘려버렸지만. 


밥을 먹고 갈까 말까를 한참을 고민하다가 함께 일하는 분이 소개해 준 가게로 추정되는 곳을 발견해 함 먹어나 볼까? 하고 자리를 잡았다. '갈비탕'과 비슷한 음식을 판다는 말을 들었고, 부쩍 추워진 날씨에 몸보신이나 해볼까 하는 마음이었다. 돼지고기와 양고기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고, 나는 돼지고기를 선택했다. 만성 귀차니즘 환자라 매번 뼈를 잡고 뜯어먹을 만큼 부지런하지 않아 일단 뼈에서 고기를 발려낸 후에 먹기 시작했다. 약재가 들어갔다더니, 이거야 말로 '건강해지는 맛'이다. 가끔 몸이 허해지거나 체력 보충하고 싶을 때 먹으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체력이 보충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위약효과라도 있다면 없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 단점이 있다면, 라호어지에 시장 안의 갈비탕 집들은 대부분이 '취두부'도 함께 팔고 있기 때문에 취두부 냄새를 맡으며 먹어야 한다.  


2017.02.07 화

老蔡水煎包, 台北 忠孝復興

鮮肉包 TWD 15 高麗菜包 TWD 15

豆漿 TWD 15


이틀 연속으로 같은 근무지라 이번에는 역에서 가깝지만 구글 평점은 살짝 낮은 곳으로 가봤다. 고기와 부추 두 가지를 주문했지만 부추는 지금 만드는 중이라 아직 안 된다고 해서 또 어쩔 수 없이 양배추로 선택했다.

솔직한 감상으로는, 전날 팔다 남은 걸까 싶을 정도의 식감과 맛이었다. 사진에서 보듯 이미 빵 부위와 고기가 분리되었고, 빵은 조금 질겼고 고기는 조금 뭉쳐있음이 강하게 느껴졌다. 

양배추는 여전히 양배추고.

또우장은 전날 먹은 또우장보다 좀 더 달짝한 맛이 들어 마음에 들었다. 담백한 건 담백한 대로, 달짝한 것은 달짝한 대로 맛있다. 베지밀도 '담백한 A'와 '달콤한 B'가 있지 않은가, 나는 둘 다 좋아한다.


저 용기가 너무 귀엽다. 일본도 대만도 귀여운 캐릭터를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은데, 일본의 귀여움과 대만의 귀여움은 내가 느끼기엔 조금 차이가 있다. 일본은 작정하고 '이거 귀엽지!!!!'라는 압박이 좀 느껴져 '귀엽다'라는 감각이 0에 가까운 나는 그 압박만 느껴져 '어어... 그래......'라며 부담스러운 느낌인데, 대만의 귀여움은 보고 있으면 피식하고 웃으며 '귀엽네ㅋ'하는 느낌이다. 어지간해선 '귀엽다'라고 느끼는 감정이 안 생기는 나인데 대만은 좀 귀엽다. 참고로 내게 캐릭터 상품을 들이밀며 '이거 귀엽지?'라고 묻는다면 '오~ 귀엽네~'라고 말은 하지만 영혼이 한 개도 느껴지지 않는 웃음을 짓는 나를 볼 수 있다.


2017.02.07 화

5味臭臭鍋, 台北 信義安和

海鮮牛肉鍋 TWD 130


매일 고민한다. 매일 출근길엔 '아침 뭐 먹지', 매일 출근길에 하는 것은 '근무지 근처 아침 먹을 곳 찾기', 매일 일하면서 생각하는 것은 '일 끝나고 밥 뭐 먹지', 매일 일 끝나고 밥 먹은 후에 생각하는 것은 '저녁은 어디서 뭐 먹지', 매일 자기 전에 생각하는 것은 '내일은 뭐 먹지', 휴일 전날 생각하는 것은 '내일은 어디로 놀러 가서 뭐 먹지', 휴일 전날 하는 것은 '내일 놀러 갈 곳의 맛집 검색'. 한 달 내내 내 머리를 쓰는 순간은 오직 무엇을 먹을지 메뉴를 고민할 때뿐이다. 이날은 쌀쌀하지도 않고 오히려 날씨가 풀렸음에도 훠궈나 먹으러 갈까 하고 구글맵을 검색해 찾아갔다.

시간이 애매한 시간이다 보니 가게 안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6일 동안의 긴 근무가 끝났다. 몸은 몸대로 지쳤고, 배는 배대로 고팠다. 천천히 최대한으로 먹기로 작정했다. 해물 훠궈다 보니 내가 싫어하는 조개도 들어갔지만, 굳이 빼지는 않았다. 중간에 한 번 먹긴 했지만 역시 난 조개가 싫다. 물컹한 식감이 싫고 맛도 싫다. 


배는 부르고 몸은 따뜻해졌고 날은 덥고. 땀이 삐질삐질 나기 시작했다. 먹고 돌아가는 길에 근처의 버블티 가게에서 버블티를 하나 주문해 먹었으나, 결국 물배가 차 오랜만에 배가 불러 정말 '죽을 것만 같다'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2017.02.08 수

手打麵 紅燒牛肉風味 (세일 중 TWD 24?)

휴일이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이미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무언가 먹어야겠다 싶을 때 마침 눈에 보이는 것은 쌓아 둔 비상식량. 아침부터 라면은 좀 거부감이 있었지만 귀찮음은 거부감을 이긴다. 이번엔 용기에 물 붓는 선(?)이 있었다. 

하지만 물을 너무 많이 부은 것인가, 밍밍하고 맛이 없었다.

첫 끼니가 인스턴트 컵라면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이 라면이 맛이 없는 것인지, 너무 맛이 없어서 먹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물이 많아서인지 불기까지 했다. 

지금 보니 조리예의 사진과 물의 양이 비슷한데- 그럼 원래 이렇게 맛이 없는 라면이란 말인가! 내가 입이 짧아 금방 배가 불러져서 못 먹으면 못 먹었지, 맛이 없어서 먹지 않는 일은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인데 이 날은 라면의 반 정도는 버렸다. 라면을 입으로 넣기는커녕 입술이 떨어지지도 않았다. 


2017.02.08 수

福大山東蒸餃大王, 台北 中山

香菇炸醬麵 TWD 75 酸辣湯 TWD 35


원래는 수, 목요일 이틀 연속 휴일을 받아 둘 중 하루는 도자기 마을로 유명한 잉거에 갈 예정이었지만, 날씨도 흐리고 몸도 제발 쉬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어 다음 주로 미루기로 했다. 다음 주는 계속 날이 맑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집에 계속 있을 예정이었지만, 대만의 한인 커뮤니티에서 마침 내가 필요한 물건을 무료로 나눠주신다는 분이 있어 연락해 물건을 받으러 가게 되었다. 꽤 떨어진 곳으로 처음 가는 동네였다. 물건을 받은 후 일단 밥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싶어 같은 녹색 라인에 있는 중산 中山에 가기로 했다. 카페 거리가 형성되어있고 일본 음식점들이 몰려있는 번화가다. 


전부터 가고 싶었던 가게로 향했다. 일본인 정보로 알게 된 가게로 짜장면과 쏸라탕이 유명한 곳이란다. 혹시나 해서 한국의 포털 사이트에도 검색해보니 한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진 가게는 아니지만 여러 개의 리뷰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인들에게는 만둣국이 호평인 듯했다. 만둣국은 다음을 기약하며 이날은 짜장면과 쏸라탕을 주문했다. 

먼저 나온 것은 쏸라탕. 처음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했으나 먹으면 먹을수록 이미 먹어 본 적이 있는 음식이었다. 식사가 끝날 무렵 호주의 일본 음식점에서 다 같이 중국 음식점에서 회식했을 때 먹었던 요리가 떠올랐다. 


짜장면은 면발이 두꺼웠고, 맛은 의외로 익숙한 맛이었다. 한국식 짜장면과는 다른 맛이었지만, 한국에서 흔히 먹는 인스턴트 짜장 라면의 맛과 비슷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메인 역 근처의 카메라 거리 台北相機街에 들러 카메라 렌즈캡 키퍼(렌즈캡 홀더)를 구입했다. 이곳 역시 이야기만 들었지 찾아온 것은 처음이었다. 근데 말이 처음이지 이 근처를 지나간 적은 몇 번 있다. 돌아오는 길엔 역시 버블티 한 잔.


2017.02.09 목

八方雲集, 台北 後山埤

菜肉大餛飩湯 TWD 50


휴일이다. 무엇을 하면 좋을지 나도 모르겠다. 대만에 도착한 지 24시간도 안 되어 면접을 봤고 그다음 날부터 출근했다. 대만에 온 지 한 달이 되었지만, 대만에서 휴일을 보내는 방법은 궁리하기엔 아직은 지친 몸을 재충전하기에 바쁘다.


뭘 먹어볼까 하고 집 근처를 돌아다니다 만두 체인점으로 유명한 '팔방운집'으로 들어갔다. 만만한 훈뚠탕으로. 청경채는 푹 삶은 게 좋은데 푹 삶아지진 않았다. 그냥 그저 그런 맛. 다만 근처 테이블에서 먹던 군만두는 다음에 먹으러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017.02.09 목

晶饌蒸煮世家, 台北 後山埤

晶饌餛飩湯 TWD 45


휴일을 이용해 드라마를 보았다.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대만 드라마인 '아가능불회애니 我可能不會愛你'. 서른 살의 주인공들은 고등학교-대학교를 같이 다니며 둘 도 없는 베스트 프렌드다. 그러나 영원한 우정이라 생각했던 감정을 유지하는 건 드라마 속에서도 쉽지 않은가 보다. '여사친', '남사친'이라는 존재, 이성 간에 우정이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영원한 난제에 이 드라마는 '그딴 거 없어'라고 답하고 있다.(스포일러라고 하기엔 꽤 오래전에 방영된 드라마라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아직 5화까지 밖에 안 봤지만 얼떨결에 이미 결말을 알고 있다.)


저녁밥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밥 먹으러 나가기로 결정했다. 집 근처를 어슬렁거리다 들어간 음식점. 역시 만만한 건 훈뚠탕. 싼 가격에 배가 부르진 않지만 그래도 적당히 찰 정도, 무엇보다도 따뜻하다 보니 메뉴에 훈뚠탕이 있으면 다른 메뉴를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다.


2017.02.10 금

台北 國父紀念館

招牌肉蛋土司 TWD 50 豆漿 TWD 15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국부기념관 역 근처의 트럭 조찬집. 늘 사람들이 몇 명씩 주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날은 나도 합류해보았다.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 모를 때엔 1번 메뉴로. 저 '초비'라는 글자가 자주 보이는데, '간판 메뉴'라는 뜻이란다. 

이날도 또우장을 구입. 아침엔 또우장을 먹어줘야 건강하고 든든한 생활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고작 3일 만에 또우장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만들어주는 토스트. 한 면에는 달짝한 버터, 한 면에는 땅콩잼을 발랐다. 의외로 크기가 꽤 커 다 먹는 것이 힘겨웠다.(어디까지나 소식하는 내 기준)

다음엔 다른 것으로 먹어봐야지.


2017.02.10 금

楊記大餛飩, 台北 忠孝敦化

炸醬麵 TWD 60


근무가 끝나고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내 사랑 훈뚠탕을 처음 만난 가게로 들어가 3초 고민한 끝에 짜장면을 주문했다. 저번에 훈뚠탕 먹고 있을 때 옆 자리에 앉은 남자분이 짜장면처럼 보이는 면요리를 추가로 주문해 먹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막상 이날 짜장면을 주문해보니 그분이 먹던 건 짜장면이 아니네.


이틀 전에 먹었던 짜장면과는 또 다른 맛이었다. 좀 더 된장 맛이 강했다. 이 가게는 면요리는 별로인 것 같다. 맛보다는 면이 너무 삶아져 조금 불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곳에서 면요리를 먹은 것은 두 번째인데 두 번 다 같은 느낌을 받았다.


2017.02.12 일

卡哇伊美食坊, 新北市 新莊

招排蛋包飯 TWD 80 蛋花湯 TWD 35


근무가 끝나고 필름 현상을 맡기러 버스를 타고 타이베이 시내 밖까지 이동했다. 신베이시의 신장. 필름 현상소를 인터넷으로 알아본 결과 이곳의 현상소가 평이 좋아 일부러 찾아와 봤다. 1 롤당 현상은 TWD 100, 스캔은 TWD 50, 4 롤이니 TWD 600.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절대적인 가격으로도 이 나라의 소득 수준을 감안한 상대적인 가격으로도 싸지 않은 가격이라 조금 부담을 느꼈다.


일단 가는 길에 역시나 구글 평점으로 찾아낸 동네 맛집. 이곳은 정말 '동네' 맛집이다. 이 동네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인 것 같다. 일본식 요리점이라는데 상당히 현지화된 메뉴들이었다. 일단 오므라이스와 계란국을 주문했다. 계란국에는 고수가 들어가 있다. 근데 고수를 먹으면서 이것도 또 어디선가 먹어 본 맛이다. 일본에서 일했던 카레 가게의 내가 좋아하던 메뉴에 일본어로는 '파쿠치-'라 부르던 잎이 들어가 있었는데, 딱 그 맛이었다. 알싸한 맛이 꽤 마음에 들어 내가 가장 좋아하던 메뉴였다. 파쿠치-가 영어로는 coriander이고, coriander가 한국어로는 '고수'였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왜 고수가 파쿠치-라는 건 몰랐던 걸까. 머리가 나쁜 것도 정도껏 해야지 이건 너무 심하다.

음식은 일본식 요리라는 이름엔 걸맞지 않게 일본의 맛은 전혀 없었지만, 엄마가 해주는 편안함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오히려 그 점이 마음에 들었을지도.


2017.02.12 일

古早味豆花, 新北市 新莊

綜合豆花 TWD 35


필름을 맡기고 향한 곳은 역시 구글 평점 님께서 알려주신 맛집. 대만엔 '또우화(豆花 douhua)'라는 디저트가 있다. 연두부에 단팥 물, 타피오카 펄 등을 넣은 것으로, 그동안 꽤 먹어보고 싶었던 것이라 이번에 먹어보았다. 테이블에서 먹고 가려고 했는데 사장님(아마? 30대 중후반의 여자분이었다) 테이크 아웃용 용기에 담아 봉지에 넣으시려길래, 그럴 필요 없다고 나 여기서 먹고 갈 거라고 손짓 발짓을 하자 무척 귀엽게 '으아아~~~'하더니 그릇을 가져와 뜨거운데도 다시 담아주셨다. 달짝하고 따뜻한 국물, 부드러운 두부, 쫄깃한 타피오카 펄. 따뜻한 또우화를 좀 더 즐기고 싶은데 겨울이 곧 끝나가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오는 것을 보니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힘들다고 지친다고 미뤘더니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다. 하지만 휴일은 휴일답게 보내고 싶은 것이 게으른 자의 마음 아니던가. 뒤늦게 몰아서 쓰느라 부실하기 짝이 없다. 반성 중. 하지만 1분이라도 더 누워있고 싶은 현재의 몸상태로 이것도 최선이다. 덕분에 완전 먹방일기가 되어버렸다. 이러려고 시작한 게 아닌데. 게으름을 피운 대가다.



2월 11일 토요일엔 '스펀 천등 축제'에 다녀왔다. 음식 사진이 없는 것은 '스펀 천등 축제'로 따로 빼서 여행기를 쓸 생각이었는데, 현상된 사진이 마음에 안 들어(OMR카드 밀려 쓰듯 롤 한 통이 모두 왼쪽으로 밀려서 스캔되었다. 검은 밤하늘을 찍었을 경우 종종 발생하는 일이란다. 나는 100%의 확률로 발생했다.) 다시 스캔해야 할 것 같아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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