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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홀러 류 씨 Feb 27. 2017

週刊 <워킹홀리데이@타이베이> 제6호

週刊 <워킹홀리데이@타이베이> 제6호

일주일 내내 끝내주게 좋은 날씨가 계속되더니 낮 기온은 26도까지 올라갔다. 2월에 더위를 먹다니, 이건 남반구 호주에서도 없었던 일인데. 변화무쌍한 날씨 변화에 몸이 견딜 리가 없다. 결국 이번 주는 '콧물 줄줄줄'로 마감하게 되었다.



2017.02.13 월

中港蚵仔麵線, 新北市 新莊

蚵仔麵線(小) TWD 40


현상을 맡긴 필름을 찾으러 왔다. 한국은 대부분이 웹하드, 현상소 홈페이지 내의 게시판, 혹은 이메일 등 인터넷을 이용해 필름 현상+스캔의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지만, 외국에선 대부분이 'CD'로 결과물을 전해준다. 매번 맡긴 필름을 찾으러 가는 것은 한국과 같지만, 찾으러 가야만 결과물 확인인 가능하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 신기한 것도 은 호주든 대만이든 결과물을 5x3의 인화지에 작은 '미리보기'를 제공해준다는 점. 돌아오는 내내 버스 안에서 전철 안에서 트램 안에서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정말 닳도록 본다. 화면으로 보면 어떻게 보일지 기대하면서.

현상소 근처에 곱창 국수 유명한 곳이 있다고 하길래 들렀다. 곱창 국수는 말만 들어봤지 먹는 건 처음이었다. 집 근처에도 종종 작은 노점에서 곱창 국수를 파는 것을 본 적 있다. 한국인들에겐 시먼딩의 '아종면선'이라는 가게가 유명하고 인기 있다. 대만의 음식이라는 곱창 국수를 먹어보자! 가 아닌 '아종면선의 곱창 국수가 맛있다더라'로 찾아가는 것 같다.

처음 먹어 본 곱창 국수는 약간 곱창 특유의 비린내가 있었다. 맑지 않고 다소 물컹한 국물이 내 취향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론 그나마 고수(!)가 있어서 곱창의 비린내도 국물의 식감도 완화가 된 것 같다.


2017.02.13 월

點子營養早餐吧, 台北 後山埤

燻雞漢堡(加蛋) TWD 35

奶茶 TWD 20


매일 출근길은 고민이 많다.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이날은 집 근처의 인기 조찬 집(예전에 들어가 봤다. 전에 여기서 蘿蔔뤄보가오를 사 먹은 적이 있다. )에 가서 이것저것 보다가 햄버거를 주문하기로 했다. 또우장을 주문했더니 없다길래 밀크티로 변경.

대만은 밀크티가 유명하단다. 왜 유명하게 된 건지 찾아보다가 나이차奶茶라는 것들 대부분이 탈지우유에 프림을 사용한다는 것을 방금 알았다. 나는 프림을 싫어하기 때문에(그렇기 때문에 믹스커피는 마시지 않는다) 앞으로 쩐쭈나이차를 마시는 것에 대해선 조금 고민해봐야 할 거 같다. 일반 우유를 넣는 것은 시엔나이차鮮奶茶라고 한단다. 그것도 모르고 계속 마셔왔다니. 충격이다.


맞은편에 꼬마 한 분이 유모차에 앉아 나를 보고 앉아 있었다. 눈 앞에 아이가 있으면 어떻게든 같이 놀게 된다. 아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습관인 것 같다. 아이가 내게서 눈을 못 떼고 있음을 눈치챈 아이의 엄마와도 웃으며 인사했다.

늘 느끼는 건데 아이들과 개, 고양이들은 나를 참 좋아한다. 이유는 모르겠다. 아이들은 짧은 순간에도 내가 잘 놀아주기 때문이라는 것은 안다.(이건 나만의 비결이 있다. 후훗) 길에서도 개, 고양이들은 나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애완동물은 키우지 않기 때문에 종족의 냄새가 날 리는 없는데 말이다. 동물이 익숙하지 않은 나는 그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 역시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솔직히 반갑지는 않다. 동물을 보고 '예쁘다', '귀엽다' 등의 감정도 느끼지 않는다. 길에서 동물을 만났을 때 '어머~~~'라면서 다가가기는커녕 뒷걸음질을 치거나 도망을 가는 게 보통이고, 다가가 만지는 일 역시 전혀 없고, 우연한 만남을 사진으로 남기지도 않는다.

대만에선 아침 식사를 파는 가게에서 이렇게 간단한 햄버거를 파는 곳이 많다. 호주에서 먹었던 서양 문화권에서 일반적으로 파는 볼륨 있는 햄버거와는 사뭇 다르지만 아침 식사로 먹기엔 꽤 가벼워 먹을만하다.


2017.02.13 월

QQ球,芝麻球,蕃薯餅, 新北市 新莊

QQ球 4개당 TWD 10

芝麻球 개당 TWD 13


필름 찾으러 가는 길에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는 가게가 있었다. 노점인데 줄을 서 있고 희한한 간판이 있길래 뭐지? 하고 지나쳐갔고, 볼 일이 끝난 후에 눈에 밟혀 다시 돌아가 나도 줄을 서 봤다.

찹쌀 도넛 같이 생긴 것들을 그 자리에서 튀기고 있었다. 눈에 들어온 것은 월요일이라서 그런가, 엄청 깨끗한 투명하게 노란 끓는 기름이었다. 구글에 검색해서 블로그들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모두 깨끗한 기름인 걸 보면 기름 상태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 같다.

줄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아저씨가 튀기고, 아주머니가 반죽을 자르고 기름에 넣고 봉지에 담고 계산하고. 나는 QQ球를 8개, 芝麻球를 한 개를 구입했다.

안이 비어있는 공갈 도넛으로, 약간의 찹쌀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맛은 특별한 맛이 없지만 익숙하고 편안한 맛이란 느낌이 먼저 든다. 자극적이지 않아 쉽게 질리지도 않고 계속 먹게 되는 그런 맛.

하지만 갓 튀긴 만큼 바삭함이 일품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하나만 먹어야지, 하나만 먹어야지, 하다가 결국 버스가 오기도 전에 다 먹어버렸다. 역시 클래식은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에 잘 보이지 않지만 깨를 묻힌 芝麻球는 안에 팥고물이 들어있다. 한국의 팥 들은 찹쌀 도넛만큼 들어있지 않고 역시 공갈 도넛이지만, 달고 고소한 것이 하나만 산 것이 아쉬웠다. 구글에서 검색해보니 신장 지역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는 가게란다. 게다가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4시간밖에 영업을 하지 않는다. 우연히 지나가다 발견한 나는 운이 좋았다.


2017.02.14 화

上順興香Q飯糰, 台北 忠孝敦化

蘿蔔糕 TWD 35

豆醬 TWD 10


둔화 지역으로 출근하는 날은 아침 식사할 곳이 마땅치가 않다. 매장보다는 노점이 많아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곳이 적기 때문이다. 이 날은 길가에서 장사하는 한 노점을 들렀다. 부부가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 작은 가게에 사람들이 유난히 몰려있었기 때문이다.

말을 못 하는 나는 늘 그렇듯 손가락으로 찍었다. 마침 가판대에 뤄보가오蘿蔔糕에 계란을 얹어놓은 것이 있어 이것을 찍고 또우장을 주문했다. 아주머니가 무언가 물어봤지만 못 알아듣자 아저씨가 Sugar? No sugar? 라며 영어로 응대하였다.

짭조름한 간장 소스를 뿌려주셨다. 근처에 적당한 곳에 걸터앉아 먹었다. 뤄보가오(무떡)가 정말 부드러웠다. 대만의 아침 식사들은 집에서 먹고 나오는 기분이 들어 위에 부담이 적다는 점이 좋다. 일본에서 일했던 규동 체인점의 아침 식사 메뉴는 아무리 가볍게 만들었다고 해도 역시 밥이라서 그런가 무거운 감이 있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맛도 맛있었지만(구글 평점 4.6/5.0, 상당히 높은 점수다) 이 가게의 매력은 아침부터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를 나누어주는 아저씨, 아주머니라고 생각한다. 두 분 다 재밌고 웃는 모습이 좋았다. 대만에선 누군가의 미소에 힐링을 받는다.


2017.02.14 화

北大行小籠包, 台北 信義安和

小籠包 TWD150


매일 일이 끝나면 어디 가서 밥을 먹을까가 가장 큰 '일'이다. 일이 끝나는 시간도 장소도 정해져 있지 않고 매일 다르고, 동네에 돌아와서 먹기엔 먹을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휴일을 위해 남겨둔다) 일하는 날은 시내에서 먹고 돌아오는 것이 보통이다. 다만 고민하면서 돌아다니다 보면 배고플 시간을 놓칠 때가 많다. 이날은 101 타워 근처의 근무지에서 일이 끝났고, 근처에 위치한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소롱포 집에 가봤다.

점원이 영어가 통해 주문이 어렵지 않았다. 대학생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점원분이 영어를 잘 하셔서 놀랐다. 처음엔 다른 걸 시켰다가 점원분의 추천으로 '소롱포'로. 몰랐는데 '소룡포'는 '소롱포'의 잘못된 표현이란다. '용'자의 머리에 부수가 붙어 '롱'이라고 읽는 것을 '용'으로 읽고 있다는 것. 안 그래도 나도 궁금하던 점이었다. 의심 없이 '용/롱'둘 다 읽히는 줄 알았다.

이곳은 차와 생강, 앞 그릇이 저렇게 따로 나온다.

소롱포에 생강을 얹어 먹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을 대만에 와서 알았다.

기대했던 소롱포는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기름져서 너무 느끼했다. 기름의 양이 많아서가 아니라 아무래도 젤라틴화 시킬 때 제대로 안 된 것 같다. 원래 이런 맛일 거란 생각은 안 든다. 왜냐하면 구글 평점(내가 맹신하는 구글 평점..)이 4.2/5.0점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 날만 이랬던 거라 믿고 싶다. 다음에 한 번 더 가볼까 생각 중이지만 또 이렇게 느끼한 소롱포를 먹게 될까 봐 고민되는 부분이다.


2017.02.15 수

晶饌蒸煮世家, 台北 後山埤

晶饌餛飩湯 TWD 45

韭菜水交 개당 TWD 6


휴일이다. 휴일은 늘 좋지만 한편으로는 머리가 아파지는 것은 바로 식사 문제. 집에서 요리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냉장고는 나보다 앞서 살던 두 명이 점령하고 있어 냉장고 안에 나의 공간은 없다. 단이 3단으로 되어있다면 하나씩 나눠 쓰면 될 것을 둘 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것 같다. 3월에 한 명이 나가고 4월에 집주인이 미국으로 가버리니 사람이 바뀔 때를 노려야 할 것 같다.

집 근처의 만만한 음식점. 일단 싸고 맛도 나쁘지 않다. 이날은 훈뚠탕과 만두를 주문했다.

만두는 부추 물만두로. 꽤 괜찮았다. 앞으로도 오면 시켜 먹어야지 싶더라.


2017.02.15 수

杭州小龍湯包, 台北 東門

蝦仁燒賣 TWD 210


이상하게 휴일 오전엔 꼭 내가 구입하고 싶은 물건들이 마침 한인 커뮤니티에 중고 매물로 올라온다. 이 날은 간이 신발장이 올라와 사러 동먼까지 갔다. 특별한 일 없고는 올 일이 없는 동네는 간 김에 그 근처 맛집을 들르게 된다. 이날은 동먼에서 소롱포로 유명한 '항주소롱탕포'에 들러보았다. 한국인들에게도 인기인가 보다. 구글맵에서 한글로 '항주소룡포'라고 검색하면 이 곳이 나온다.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가 샤오마이燒賣를 먹어보기로 했다. 이름이 왜 '슈마이'지? 했는데 광둥어 발음으론 '시우마이'에 가깝고, 이것이 아마 일본에서 '슈마이'가 된 것이 한국으로 들어온 것 같다. 일본어로 '슈우마이'라고 치면 한자 자동 변환으로 '焼売'이 등장하긴 하지만 焼는 본래 '쇼우'라고 읽고 '슈우'라고는 읽지 않는 글자이기 때문에 갖다 붙인(...) 차음인 것 같다.

이곳은 생강을 셀프로 가져다 먹게 되어있다. 나도 모르게 저만큼이나 가져온 생강. 한 번 더 가지러 갔다. 평생 생강이라곤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현지화가 되는구나 싶더라.

새우 샤오마이는 솔직히 별로였다. 210달러나 주고 먹는데 가격에 비해 만족도가 낮았다. 옆 테이블에 앉은 4인조 일본인 중년 관광객은 내가 먹는 걸 보고 같은 메뉴를 주문했고, 내가 먹는 것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따라 했다. 다 들려요. 제가 생긴 건 중화권이지만 일본어 알아듣습니다. 한 명은 여행책자를 보며 '식초와 간장의 비율을 2:1로 해서 먹을 것'이라고 쓰여있다며 그대로 해 먹더라. 일본인답다는 생각을 했다.


생강을 너무 많이 먹은 탓인지 너무 더워서 돌아가는 길엔 재킷을 벗어야 했다. 다음엔 소롱포로 먹어봐야지.


2017.02.16 목

MOS BURGER 摩斯漢堡, 台北 台北車站

燒肉珍珠堡+黃金地瓜薯 SET


대만에 와 있는 동생 ㅎㅇ이가 전날 갑자기 연락을 해와 만나기로 했다. 엄마를 통해 ㅎㅇ이가 2월에 타이베이에 친구와 여행 계획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친구와 함께 오는 거라 내쪽에선 연락을 하지 않았던 차다.

ㅎㅇ이가 이미 먹고 싶은 것들은 다 먹었고 모스 버거에 가고 싶다고 말해 메인 역 안의 모스 버거로 갔다. 난 뭔지도 모르고 시켰는데 라이스 버거에 감자튀김이 아닌 고구마튀김이었다.

ㅎㅇ이는 엄마가 돌봤던 첫 번째 아이다. 엄마는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10년 넘게 3명의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하셨다. 첫 아이가 ㅎㅇ이, 두 번째 아이는 ㅎㅇ이의 동생 ㄷㄹ, 세 번째 아이는 ㅎㅇ이네 어머니의 동료분의 아이인 ㄱㅇ. ㄷㄹ와 ㄱㅇ는 3~4세의 나이로 우리 집에 왔지만(출근할 때 우리 집에 맡기고 퇴근하면서 픽업해가는 시스템이었다.), ㅎㅇ이의 경우엔 생후 백일 즈음에 우리 집에 처음 왔다. 처음 인사를 오던 날을 기억한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엄마가 애기가 올 거니까 집 깨끗하게 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고, 엄마 옆에서 한 품에 안길 정도의 작은 아기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ㅎㅇ이는 5~6살 때까지 엄마가 돌봤던 것 같다. 똥기저귀는 엄마가 맡기지 않았지만, 밥 먹이고 데리고 놀고 등등은 나의 몫이었다. 한 번은 중학교 3학년 때 ㅎㅇ이를 데리고 반 종례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이것을 ㅎㅇ이도 기억한다고 말한다. 무척 낯선 환경에 낯선 사람들이 자신을 신기하게 쳐다봤다고 기억한단다. 나는 ㅎㅇ이와 함께 나를 마중 나온 엄마에게서 잠시 아이를 빌려 교실로 데리고 들어가 내 무릎에 앉혀 반 종례를 함께 들었다.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의 친한 친구들은 모두 ㅎㅇ이를 기억하고 있고, 그 꼬마가 지금은 대학생이라고 말하면 다들 놀라곤 한다. 일이 너무 늦게 끝나 ㅎㅇ이와 만난 건 한 시간뿐이었지만, 몇 년 만에 만난 거라 그 한 시간도 무척 반갑고 소중했다.

종종 생각하곤 했다. ㅎㅇ이, ㄷㄹ, ㄱㅇ와의 추억들이 얘들은 너무 어려서 기억을 못 하고 나만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면, 만약 내가 잊어버리고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 추억들은 애초에 세상에 없었던 일이 되어버리는 걸까- 하고. 그래서 몇 년 동안 이 아이들과의 기억을 잊지 않도록 늘 붙잡으려고 노력해왔다. ㄷㄹ는 엄마가 돌본 게 4살 때의 1년뿐이라 기억이 나지도 않을 텐데, 삼 남매 중 나의 존재는 기억한다고 한다. 대학교 1학년 때 수업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가 ㄷㄹ와 시간을 보낸 것이 헛되진 않았나 보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아이들은 기억해주고 있었다. 특히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놀러 다닌 것들. 예를 들면 엄마 친구분들 모임. 여동생과 엄마와도 우스갯소리로 '요즘 같은 시대에 엄마가 예전에 돌보던 스타일대로 애 돌봤다면 진작에 잘렸어.'라곤 한다. ㅎㅇ&ㄷㄹ 네도, ㄱㅇ 네도 엄마와 잘 맞았던 것 같다.


2017.02.17 금

上順興香Q飯糰, 台北 忠孝敦化

蘿蔔糕 TWD 30

豆醬 TWD 10


며칠 전에 들렀던 가게에 또 들렀다. 이날은 아저씨가 어느 나라 출신이냐고 묻길래 한국이라고 답하자 매운 소스를 뿌려주셨다. 한국인이라고 다 매운 걸 잘 먹거나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내가 증명하고 있는 중이지만, 감사히 받아먹었다. 역시나 기분 좋은 두 분이다. 그런데 같은 것을 주문했는데 왜 예전에 주문했을 때랑 5원이나 차이나나.. 싶었는데 이날은 무 떡의 양이 좀 적었다.


2017.02.17 금

楊記大餛飩, 台北 忠孝敦化

綜合大餛飩湯 TWD 90


춥고 배고플 땐 훈뚠탕. 오랜만에 가봤다. 역시 일주일에 한 번씩은 먹어줘야 속이 좀 풀리는 듯한 훈뚠탕이다.


2017.02.18 토

正宗台南擔仔麵, 台北 忠孝敦化

德國香腸吐司 TWD 50

豆醬 TWD 15?


이 집은 원래 저 이름이 아니다. 저 이름은 같은 장소에서 저녁에 장사하는 집의 이름. 대만은 오전 장사만 하는 곳, 저녁 장사만 하는 곳들이 많기 때문에 한 곳을 시간대를 나누어 함께 쓰는 것 같다. 오전 시간대엔 젊은 청년들이 햄버거와 토스트를 판매하고 있다.

뭐가 뭔지 모르는 나는 일단 1번을 주문했다. 잘 보니 독일 소시지 토스트였다. 버터를 발라 구운 빵이 맛있고, 전체적으로 기분 좋게 먹었던 식사였다. 다음에 또 가야지. 아침에 가게 안에서 앉아서 식사할 수 있는 곳이라 다행이다. 다만 이쪽 근무지는 2월까지만 운영하고 3월부터는 없어지기 때문에(ㅠㅠ) 아침 먹자고 여기까지 올까-가 문제다.


2017.02.18 토

開丼 燒肉vs丼飯, 台北 忠孝敦化

辛味噌燒肉丼 TWD 220


오랜만에 갔다, 'K-pop이 흐르는 일본어가 안 통하는 일본 음식을 파는 가게'. 고기가 먹고 싶을 땐 들르게 된다. 하지만 내가 먹고 싶은 것은 고기 덮밥이 아니야. 나는 철판 위에 구워 먹고 싶다.

밥이 다소 식어있어서 아쉬웠다. 아 고기 먹고 싶다..


2017.02.19 일

饌味香鍋貼麵食館, 台北 忠孝敦化

靑菜湯 TWD 35

招牌鍋貼 개당 TWD 5

饌味香雙醬麵 TWD 80


둔화는 거대한 번화가고 음식점도 많지만, 상당수가 서양식, 일식에 비교적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매번 먹는 것이 고민이 된다. 그래서 로컬 음식점이 보이면 일단 들어가고 보는 것. 내가 한참을 고민하고 있자 점원분이 다가와서 도와주셨다. 처음엔 면과 만두만 시켰는데 탕은 안 필요하냐고 물어 또 고민하다가 만두의 개수를 줄이고 탕을 주문했다.

군만두는 꽤 맛있었다. 매일 이렇게 만두를 먹고 있다니, 누가 보면 내가 만두를 무척 좋아하는 줄 알 거다. 좋아하긴 하지만 엄마에 비하면 어디 명함도 못 내밀지. 근 60년의 만두 사랑을 누가 이기리오. 엄마도 먹는 것 좋아하고 가리는 음식이 없으셔서 대만 오시면 참 잘 지내다 가실 것 같은데 내가 다 아쉽다. 그러니 엄마 몫까지 내가 먹어줘야지. 어쩔 수 없네. 만두를 3개만 시킨 것이 살짝 아쉬웠다.

쌍장면?이라는 거란다. 뭐냐고 물어보니 깨가 들어있다고 했고, 뭔지 몰라도 일단 시키고 보는 성격이라 도전해보았다. 탕 주문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예상 밖으로 목이 맥히더라. 맛은 설명하기 힘들다.

면발은 평평하지만 얇고, 그러나 굵은(?) 면발. 비슷한 면발의 짜장면을 서울에서 먹어본 적이 있다. 오랜 지인인 ㄴㅂ 님께서 내가 독일에 있을 시절부터 한국으로 돌아오면 데려가겠다고 하셨던 서울 충정로 한성각의 '출세면'. 아 한국 짜장면 먹고 싶어 졌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짜장면은 학교 앞 '용성'이라는 중국 음식점의 짜장면. 옛날에 강남 신사동에서 일할 때 거의 6개월 동안 일주일에 4~5번은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곤 했다. 당시 그 일대의 웬만한 중국집은 다 이용해봤던 것 같은데, 대부분의 짜장면에선 MSG의 맛이 제대로 느껴졌다. 하지만 학교 앞의 용성은 그 MSG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맛있어 먹을 때마다 만족도가 높았다. 심지어 나는 이곳을 내 졸업식에도 엄마와 아빠를 이끌고 갔을 정도. 그립다 용성..


1)

13일부터 19일까지 하루밖에 쉬는 날이 없었다. 아무래도 고정 휴일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컴퓨터를 할래도 할 시간이 나질 않는다.

이전 주의 글에도 썼지만 현상한 필름 중 한 롤이 모두 밀려버렸다. 예류의 사진들은 구름 낀 날이다 보니 구름의 흰색이 파도의 보호색이 되어버려 파도와 하늘의 구분이 당최 보이질 않는다.


2)

"대만" 생활 자체에 크게 불만은 없다. 하지만 대만 "생활"이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루하거나 재미가 없다기 보단, '이대로 1년이 지속된다'라고 생각하면 나는 깜짝 놀라며 마음속으로 '안 돼!!!'라고 외치게 된다. 수다쟁이가 이야기할 상대가 없다는 것도 가장 큰 원인이다. 전화를 통한 음성 통화도 메신저를 통한 문자 대화도 좋아하지 않고, 오직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것만을 좋아하는 게 문제일 거다. 사실 제일 문제는 전화 통화도 문자 대화도 나눌 상대가 없다는 거다. 친구들과는 전화도 문자도 딱히 한 적도 없고, 게다가 이제는 대부분이 결혼을 했으니 더욱더 하기 힘들다. 친구든 단순한 말 상대든 누군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여태껏 해외에서 어떤 식으로 친구를 사귀었는가 생각해보니 모두 같은 곳에서 일하면서 친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는 혼자 할당된 양의 작업을 혼자 하는 일이다 보니 더 인간관계 부재에 대한 갈증이 심해지고 있다.


3)

몸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피로한 날들이었다. 편의점에 들어가 피로회복제나 자양강장제를 구입하려고 봐도 한국이나 일본처럼 다양한 종류가 진열되어있지 않다. 그나마 발견하면 일본의 것. 종종 구입하는 에너지 젤리도 일본의 제품이다. 일본과 한국이 얼마나 피로하나 사회면 그런 게 다 발달했겠는가 싶어 졌다. 숙취해소제도 과격한 음주 문화에서 나온 것이겠지.

종종 '일본 사람들은 한국처럼 강제로 마시는 게 없고 각자 알아서 마시니까 잘 안 취하고 길에서 토하고 그런 게 없지 않냐'라고 묻는다.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일본도 대학가 주변에 가면 술 취해서 뒹구는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내 친구들 중에서도 공중 화장실에서 뻗었던 애들이 한 둘이 아니다.

나는 일본에 가기 전까진 술을 마시지 않았고 술은 일본으로 건너가서 마시기 시작했기 때문에, 술 문화는 일본식 술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로는 줄곧 대학생이었고, 학교에서도 동년배의 친구들과도 술을 마시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한국식 술 문화는 익숙해질 일이 없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술 문화보다는 일본의 술 문화를 더 좋아한다. 내 술은 내가 알아서 내 페이스대로 마시는 게 익숙하기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잔을 부딪히는 것이나 같은 잔을 나누어 마시거나 하는 것은 사실 조금 불편할 때가 있다. '짠 하자'라고 누군가가 말한다면 잔을 부딪히지만, 내가 먼저 '짠 하자'라고 하는 경우는 친한 친구와 일대일로 마실 때만으로, 3명 이상의 인원이 마실 때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술집에 술 종류가 많지 않다는 점 역시 한국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가 즐겁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이것도 마셔볼까 저것도 마셔볼까 가 아닌 오직 '소주+맥주'. 난 한국의 소주도 맥주도 못 마시지만 이 둘을 섞은 것이 한국에서 판매하는 술 중 가장 맛있는 것 같다. 여자분들은 '청하'만 드시는 분들도 있다는데 청하는 정말 내 취향이 아니다. 냄새부터가 과학실 알코올을 입에 넣는 기분이다.

술자리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은 '게임'이다. '벌칙'을 주기 위해 강제로 마셔야 하고, 마시기 싫으면 흑기사라느니 대신 마신 것에 대한 또 강제의 무언가가 있고. 모든지 첫 단추가 중요하다. 나는 대학 입학 전에 있는 신입생 OT에 참석하지 않았다. 내게 술의 역할은 내 앞에 있는 상대(들)와 좀 더 쉽게 이야기를 시작, 진행할 수 있게 해주는 윤활제이고, 기분이 좋을 땐 기분이 좋아서, 속상할 땐 속상하니까, 즉 기분을 살짝 플러스시켜주는 존재다. 술을 즐겁게 마시는 것이 좋고, 괴롭게 마시는 것은 싫다. 예를 들면 억지로 참석한 회식. 난 회식이란 것이 단순한 '식사 모임', '술 모임'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단 한 번의 회식은 '이걸 먹여주고 있으니까 앞으로 더 노예처럼 일하거라'의 의미였고, 술잔은 무겁기만 했고 술맛은 쓰기만 했다. 앉아 있던 의자에 가시방석이 깔려있던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 앉아 있는 것이 괴로운 술자리는 돈도 시간도 체력도 모두 낭비라서 있고 싶지 않다.


4)

대만의 맥주는 마실만 한 것 같다.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아 술술 넘어간다. 하지만 현재 면역력이 땅바닥을 치고 있고, 덕분에 온 몸의 나을락 말락 하던, 그리고 잠재되어있던 염증들이 모두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강제 금주중이다. 어쩌다 한 번 마시는 술조차도 그 대가를 제대로 받는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인들에게도 무척 인기인 일본 Asahi사의 Super Dry 같은 맥주는 싫어한다. 탄산이 너무 많고 목 넘김이 내 취향이 아니다. 일본의 맥주 중에선 Kirin사에서 제조하는 이찌방시보리一番搾り가 그나마 캔으로도 마실 수 있다.(생맥주 이찌방은 꽤 좋아한다) 캔으로 가장 자주 마신 것은 호로요이ほろよい지만 술집에서 마시던 술은 대부분이 칵테일이었다. 첫 잔은 반드시 모스코뮬, 둘 째잔은 깔루아밀크나 섹스온더비치 등. 첫 잔이 모스코뮬인 것은 딱히 정해진 이유는 없다. 모스코뮬을 좋아하고 주문할 때 나도 모르게 모스코뮬을 주문하게 되고, 모스코뮬이 아니면 괜히 아쉬운 상태로 술자리를 시작하게 된다. 호주에선 스파클링 와인을 가장 많이 마셨다. 손을 계속 다쳤기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시지는 못했지만, 스파클링 와인은 슈퍼에서 가끔 구입해 마시곤 했다. 단 스파클링 와인은 단 맛 때문에 나도 모르게 홀짝홀짝 신나게 마시다가 나중에 취기가 오기 때문에 도수가 5% 미만이어야지 그나마 팔의 상처에 큰 반응이 없이 마실 수 있다.

독일에선 바이쩬 Weizen. 알트비어 Altbier라고 하는 내가 지내던 뒤셀도르프의 전통 맥주는 내 입맛엔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아 정말 못 마시겠더라. 그 외에 와인이나 슈퍼에서 파는 병에 든 칵테일도 구입해 마시곤 했다. 독일은 술이 정말 싸다. 가끔은 독일에서 마시던 바이쩬 맥주가 무척 마시고 싶어 질 때가 있다. 하지만 그리운 건 바이쩬 맥주가 아니라 함께 마시던 사람들인 것 같다. 라인강변의 벤치에 앉아 해가 지고 추워질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단골 레스토랑에 가서 끊임없이 '바이쩬!!'을 외치며(이 레스토랑 점원들은 우리를 Weizen으로 외우고 있었다) 울고 웃으며 나누었던 대화들. 독일을 떠난 지 이제 네 달이 겨우 지났지만, 아직도, 여전히 그들과의 대화가 그립다. 역시 최고의 안주는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즐겁고 진솔한 대화인 것 같다. 요즘은 가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이동한 다른 지점에선 잘 하고 있는지, 모두의 근황이 궁금하고 이야기를 듣고 싶지만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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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고프고 대화 상대가 필요하다는 말에 한국의 지인은 연애를 하라고 답변했지만 그게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흐흑. 지금 말 상대도 없는데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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