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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홀러 류 씨 Mar 30. 2017

週刊 <워킹홀리데이@타이베이> 제7호

2017년 2월 20일부터 2월 26일까지의 일주일

週刊 <워킹홀리데이@타이베이> 제7호

게으릅니다. 그래서 기억이 안 납니다. 기억력, 나쁩니다.



2017.02.20 월

福大山東蒸餃大王, 台北 中山

蒸餃 NTD 85


한국 블로그에서 찾아낸 음식점으로, 일본인들도 많이 찾는 음식점 중 하나다. 만두가 대표 메뉴지만 저번엔 일본 쪽 정보의 추천으로 짜장면과 솬라탕을 먹었고, 이번엔 찐만두?를 먹어보았다. 이 가게는 주방과 홀 사이에서 만두를 직접 만든다.(대부분의 만두 가게들이 직접 만든다. 많은 가게들이 개점 이전 시간에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만두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메모를 남가지 않았지만, 내 기억으론 평범한 만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 소롱포, 만두 등을 꽤 자주 먹고 있는데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2017.02.21 화

漢堡屋早餐店, 台北 信義

3號餐 NTD 50

里肌肉漢堡(黑胡椒)+蛋+中杯飮料


어휴. 바로바로 메모를 안 하니까 메뉴를 봐도 내가 뭘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기억력도 나쁜 인간이 뭘 믿고 그랬는지. 근무지 바로 근처의 아침 햄버거 가게다. 여러 종류의 세트 메뉴가 있고, 나는 그중 black pepper로 맛을 낸 햄버거로 주문했다. 대만의 햄버거는 호주에서 먹던 버거들과는 전혀 다르게 가볍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은 호주에서 먹던 버거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호주에서 지낼 때 '멜버른 베스트 버거'라고 검색해 최근 2~3년 동안 발표된 리스트를 정리해 멜버른 전역으로 버거 투어를 다녔다. 당시 사용한 리스트와 개인적인 감상을 공유하고 싶어도 이미 판도가 많이 바뀌었을 거라 생각한다.)


2017.02.21 화

屯京拉麵 Tonchin, 台北 忠孝敦化

東京豚骨拉麵 NTD 180 黃金蛋 NTD 30+10%


할 말이 많지만 하겠어. '톤칭屯ちん', 이름만 봤을 때 '아니 이것은 내가 이케부쿠로에서 일했던 가게 근처에 있어 종종 들러 해장(...)을 하곤 했던 그 가게 이름인데?!'라고 생각했고, 검색해보니 내가 먹었던 톤칭이 맞고, 현재 대만에선 소규모 프랜차이즈가 되어 운영되고 있단다. 어머 이런 반가운 일이!라고 생각했지.


일본에서 먹었던 톤칭을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추억-이라고 부르고 싶진 않지만 함께 떠오르는 기억이 있는 가게이기도 하다. 이케부쿠로 톤칭은 이름(豚)에서 알 수 있듯, 돼지뼈를 우린 국물이 베이스인 톤코츠豚骨 라면이 메인으로, '가는 면細麺'과 깊지만 느끼하지 않은 국물이 특징이'었'다. 내가 다녔던 미나미 이케부쿠로에 위치해있던 가게는 '본점'으로 현재는 기업에서 인수했는지, 기업 소속이 되어 동경 안에도 여러 개의 점포를 낸 것 같다. 그런데 현재의 톤칭의 라면 사진을 보면 가는 면은 찾아볼 수가 없다. 내가 기억하는 톤칭이 아니다. 이걸 이제야 보다니.


이날 대만에서 먹은 톤칭은 역시 기본 톤코츠 라면에 반숙 계란을 추가. 맛은 일본 라면답게 맛이 강하고 짜다. 일본에서 먹는 만큼의 염도까지는 아니고 이곳의 입맛에 맞게 염도는 낮춘 것 같지만(일본 음식은 대체적으로 상당히 짜다. 처음에 갔을 때 카츠 샌드위치를 먹고 소금 씹는 줄 알았다) 내 입맛엔 여전히 짰다. 옛날에 이케부쿠로의 톤칭의 톤코츠 라면은 하얗게 뽀얀 국물에 가는 면이었고, 그것이 내가 이케부쿠로의 수많은 라면 가게 중에서도 톤칭을 찾던 이유였는데, 대만에서 만난 톤칭은 개성 있던 모습은 사라지고 보통의, 일반적인 '일본 라면 A'가 되어 있었다. 아무리 해외 지점이고, 요리는 각 나라의 물과 식재료의 맛에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일본 본사가 맛과 콘셉트 등에 직접 감독했을 테니, 내가 알던 톤칭이 더 이상 그 톤칭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래도 톤칭보다 더 자주 가던 반카라 ばんから 는 그대로 있었으니까 아직은 괜찮아. 


2017.02.22 수

米粉湯, 台北 永春

米粉湯 大 NTD 30


드디어 가봤다, 영춘 시장의 쌀국수 집. 휴일이라 우체국에 통장을 만들러 가기 전에 식사를 먼저 하기로 했다. 메인 메뉴는 하나, 추가로 반찬 등을 주문할 수 있다. 

처음 받았을 때 이게 뭔가 했다. 내가 아는 쌀국수와는 생김새가 상당히 다르다. 맛은 이게 무슨 맛인지 알 수 없는 '무미+대만 맛'에 가까운 거의 처음 접해보는 맛이었다. 이것을 도대체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 한참을 고민하다가 근처에 파를 넣은 장이 있길래 넣어 먹기 시작했다. 조금씩 넣어가며 간을 보고 오 괜찮네 하는 정도에서 흡입하기 시작했다. 나쁘진 않았지만 또 먹을 것 같진 않다. 아마 이런 타입의 쌀국수를 다시 먹게 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


2017.02.22 수

伍饌道車輪餠, 台北 永春

奶油, 芋頭, 茶脯개당 NTD 10


쌀국수를 먹고 은행으로 가는 길에 '차륜병'이라고 하는 간식을 구입해봤다. 개당 10원씩이라길래 각 맛 별로 3개 구입.

芋頭는 타로, 菜脯 단무지 같은 절여 말린 무, 奶油 크림 맛.

개인적으로 단무지는 좀 별로였고, 타로는 그저 그랬고, 크림은 익숙한 맛이었다. 한국에선 붕어빵을 자주 먹긴 했으나 붕어빵과는 조금 다른 영역인 것 같다. 역시 단팥인가. 다음에는 단팥으로 골라봐야겠다.

이렇게 작은 판매대에서 판다. 대만에선 길거리에 이런 판매대를 끌고 나와 장사하는 분들을 자주 볼 수 있다.


2017.02.22 수

鬍鬚張Formosa Chang, 台北 後山埤

魯肉飯 NTD 37


영춘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장대 소나기가 쏟아졌으나 지나가는 비였는지(요란하게 지나가네) 저녁은 비가 멎었다. 돈 없을 때 가장 만만한 것이 바로 포모사 창. 처음 간 것이 아닌데 이날 종업원분들이 외국인이라고 무척 친절하게 해주셨다. 


2017.02.23 목

玖伍川味牛肉麵水餃, 台北 忠孝新生

淸燉牛肉麵 小 NTD 130+小吃 NTD 30


메인 역 쪽에서 근무 끝나고 근처의 전자 상가에 들러보았다. 이곳에서 DVD를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평소의 생활권에서 벗어난 동네에 간다면 그곳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귀가하고 싶다. 언제 또 갈지 모르니까. 이날은 ㄴㅇㅂ에서 근처 맛집을 검색해 유학생분이 간다는 우육면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꽤 큰 규모의 우육면 가게.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맑은 우육면으로 주문했고, 오이 절임이 있길래 가져와 자리에 다시 앉았다.

아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오이 요리일 것이다. 삼 남매 중 가운데의 여동생만 오이 냄새조차도 맡기 힘들어하고 나머지 두 명은 오이에 환장한 사람들이라 지난 30년 동안 여동생이 많이 힘들어했다. 오이 반찬이 있는 날은 남동생과 나는 가까이 앉고 여동생에게서 떨어져 있을 정도. 여동생은 작년에 결혼했으니, 오이 없는 집에서 마음 편히 지냈으면 하건만, 회사 샐러드바에 오이가 있어서 미칠 것 같다고 하소연하더라. 흐흑 내가 대신 먹어주고 싶다. 


맑은 우육면이라 그런지 맛이 깔끔했다. 고기도 큼직했고. 가격도 비싸지 않았다. 소자와 대짜가 있는데 가격은 같다. 그러나 대짜는 세숫대야 냉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드는 엄청난 사이즈였다. 메뉴도 다양했던 걸로 기억한다.


2017.02.24 금

自助餐,快餐, 台北 後山埤

排骨 NTD 85


첫 쯔주찬, 자조찬. 집 근처의 쯔주찬 가게에 가보았다. 그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을 여러 번 보았기 때문이다. 이 날은 점심시간이 지나 낮 영업이 끝나기 30분 전인 늦은 시간에 가서 고를 수 있는 반찬이 별로 없었다. 이것저것을 고르자 밥을 퍼주며 이 정도냐고 묻길래 덜어달라고 손짓을 했다. 반찬 양이 많아 밥과 국그릇을 그릇과 뚜껑으로 이용해 남은 음식은 싸서 저녁에 먹었다. 팔각인가, 잘 모르겠지만 중화권 음식에 들어가는 그 톡 쏘는 것이 들어가 있었다. 먹다 보니 익숙해졌고 맛도 괜찮았다. 입맛이 까다롭지 않고 무엇이든 쉽게 적응한다는 것이 정말 대만 생활을, 해외 생활을 지속함에 있어 얼마나 큰 복인지를 새삼 깨닫는다.

가게마다 이용 방식이 다르다고 알고 있다. 본인이 직접 그릇에 담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가 하면 내가 고르고 직원들이 담아주는 시스템도 있고. 가격 역시 메인 메뉴+반찬 몇 개, 식으로 정해져 있거나 고른 만큼 내거나. 


2017.02.25 토

IKEA, 新北市 新莊

煙燻醬烤豬肋排


일 끝나고 어쩌다 만난 매니저님과 수다 떨다가 '이케아 갈 건데 혹시 사실 것 있냐'라고 하시길래 마침 이날 이케아에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함께 이케아에 가기로 했다. 타이베이 아레나 앞에 있는 근처의 지점이 아닌 저 멀리 신장新莊 쪽의 이케아로 가게 되었다. 아레나 앞에 있는 지점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신장 지점은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난 일본과 호주, 한국에선 이케아가 있음에도 간 적이 없고(한국은 경기도 광명에 있고, 나는 광명 출신이고, 광명과 그 인근 지역에 오랜 친구들이 많고, 현재 부모님은 드디어 고양시를 떠나 광명 근처의 서울에 살고 계시지만 광명의 이케아는 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 독일의 에쎈과 뒤셀도르프에서만 가봤는데, 내가 가 본 곳 중 신장점이 체감상으로 가장 규모가 큰 것 같다. 개인적으론 브로콜리로 만든 작은- 이름을 모르겠다. 사진 상으로는 오른쪽 위의 립과 수프 사이에 있는 저 작은 둥근 것인데, 매니저님께서 추천해주신 이 음식이 가장 맛있었다. 케이크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도전 정신이 강하신 대표 매니저님께서 커피에 쟈스민 차를 넣어 마셔보고 싶다고 하셔서 생각지도 못한 괴짜 아이디어에 다 같이 도전해보았다, 딱 한 잔만. 커피에 쟈스민 차의 쓴 맛만 살아있고 전혀 어우러지지 않았다. 

이 날 카트로만 3갠가 장을 보았고, 우리가 등장하자 카운터 스태프들은 행여 자신이 맡은 카운터로 올까 봐 안절부절못하고, 배달 파트 직원은 우리의 물건들을 확인하며 한숨도 쉬더 라. 일본에서 캐셔로도 일한 경험이 있는 내가 그 마음을 잘 안다. 모두가 속으로 '제발 나한테 오지 마 오지 마 오지 마!!!!!'를 외쳤을 테다.


2017.02.26 일

Sushi Express, 台北 台北車站

모듬 초밥 NTD 50


출근이 급해 출근길에 있는 메인 역 안의 'Sushi Express'에서 간단한 아침 식사를 구입했다. 한국 여행객들은 메인 역 안에 위치한 테이크아웃 초밥 집이 코스에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이해할 수가 없다. 굳이 이걸? 싶은 퀄리티. 결혼식 뷔페에 나오는 초밥보다 한 등급 위의 퀄리티인 딱 '테이크아웃 초밥'정도다. 여행 일정의 동선과 시간 사정 상 식당에 갈 수 없어 이것밖에 없고, '싼 가격에 어쩔 수 없이 때우기 위함'이거나 대만 음식이 전~~~~ 혀 맞지 않아 아무것도 못 먹는 것이 아니라면, 기왕 여행 온 거라면 더 맛있는 걸 먹었으면 한다. 

참고로 김밥(hand roll)을 쌀 때 랩 위에 올려놓고 랩과 함께 김밥을 만 후에 자르는 것 같다. 나는 것도 모르고 랩이 있는 채로 먹었다가 먹던 도중에 알았다. 어쩐지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는 무언가가 자꾸 입 안에 남아있더라. 보통 '니기리 스시'라고 불리는 밥 알 위에 구를 얹은 형태의 초밥은 개당 10원 정도 하고, 비닐 포장이 되어있다. 각자 골라서 용기에 담으면 점원이 개수를 확인해 계산해준다. 


2017.02.26 일

晶饌蒸煮世家, 台北 後山埤

鳳梨苦瓜雞湯 NTD 55


전에 왔을 때부터 먹어보고 싶었던 파인애플 닭고기 수프. 네이버에 鳳梨苦瓜雞로 검색하면 정보가 나온다. 

사이즈가 양손으로 원을 만들었을 때 그 정도의 크기였다. 사이즈가 이렇게 작을 줄 알았으면 만두라도 같이 시키는 건데. 

번역하면 '파인애플 여주 치킨 수프'쯤 될 것 같다. 여주는 '고과'라고 써서 일본에서 '고야'라고 하는 식물이란다. 여주? 고과? 하면 뭐지 감도 안 오는데 '고야'라고 하니까 알겠다. 이름부터 '쓴 박'이라고 쓰니, 일본에서 왜 이것에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지 알 것 같다. 나는 일본에서도 먹어본 적은 없다.

국물은 생강을 사랑하는 대만 요리답게 생강을 베이스로 했다. 대만식 삼계탕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생강과 닭고기가 들어가니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독일에서 귀국 전에 심하게 감기를 앓은 적이 있었는데, 함께 일하던 사원이 나를 위해 생강과 닭고기로 요리를 만들어 준 걸 받은 적이 있었다. 고마웠고 감동받았던 그 기억이 이 요리를 먹으며 떠오르더라. 

둘 다 음식점 경험도 많아(그쪽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점장 경험이 길고 나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아르바이트 멤버 경험이 길었다) 이야기도 잘 통했고, 일하는 것도 좋아하고, 일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이야기 자체가 통하는 사람이라 여러 모로 잘 맞는 사람이었다. 독일에서 일했던 가게는 너무나도 안 맞는 사람이 두 명 있어서 그렇지, 사실 '이 정도까지 잘 맞는 사람들 만나기 힘든데'싶은 사람이 세 명 있었다. 이 세 명과는 개인적으로도 자주 만났고, 좀 더 함께 일하고 싶었는데 이른 헤어짐이 여전히 아쉽다. 호주 생활과는 다른 의미로 다사다난했던 독일 생활이지만, 그럼에도 가끔 '다시 독일로 돌아갈까'란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은 이 세 명의 존재인 것 같다.


1)

수도 없이 적었지만 나는 게으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려고 노력하는 나 자신이 너무 가상하다. 가상했다. 이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날짜를 일주일 밀려서 입력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진. 어쩐지 뭔가 안 맞더라. 2월 20일부터 밀려있다니. 가상은 개뿔. 그래도 아래의 수다는 제때 적은 것이다.(즉, 업데이트일로부터 한 달 전에 작성한 것이다. 심지어 아직 한국은 대통령이 있을 때였다.)


2)

이 주는 아팠다. 급변하는 날씨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고, 덕분에 감기 기운이 있었고, 음식을 먹을 때마다 배꼽 옆, 아랫배 모두 아파 먹는 것도 고생이었고, 두통에, 여기 부딪히고 저기 부딪히고 넘어지고 자빠지고 엉덩이와 허벅지, 무릎 정강이엔 멍 투성이, 왼쪽 팔은 근육통, 오른쪽 팔은 손목과 엄지 손가락 통증이 심해졌다. 언젠간 올 줄 알았다. 스마트폰 중독이 불러오는 무언가의 질환. 온몸이 염증 파티였다. 잠잠했던 기존의 염증은 동시에 재발했고, 새로운 염증들이 존재감을 어필했다. 그냥 단순히 아프다로 넘어간다면 좋겠지만, 이젠 괜히 어디 심각하게 아픈 전조증상인 건 아닐까 하고 겁부터 난다. 체력도 예전 같지 않다. 평소엔 나이는 정말 내가 몇 살이더라 하고 계산해야 하는데, 이럴 때만 내 나이가 머리 속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2주 전, 스펀 천등 축제에 갔을 때 찍은 단체 사진을 보고 놀랐다. 내가 아는 나의 얼굴과 많이 달랐다. 거울 속의 나는 조금씩 나이가 보이기 시작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여전히 나이보단 조금 어려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사진 속의 나는 내 나이보다 3~4살은 많아 보였다. 너무 놀랐고 솔직히 충격받았다. 밤이었고 지쳐있어 초췌해진 것도 한 몫하겠지만, 사진 속의 나를 받아들이는 데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나이가 드는 것, 늙어가는 것이 두렵다. 가볍게 워킹홀리데이 막차를 타고 왔다고 말하곤 하지만, 내 나이를 떠올리면 순식간에 눈 앞이 깜깜해진다.


3)

그동안 <아가능불회애니>라는 대만 드라마를 봤다. 6년 전인 2011년 가을에 방송된 드라마인데 대만은 물론 한국에서도 꽤 인기가 있는 드라마로, 한국에선 리메이크되어 '너를 사랑한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방영되었다고 한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도 재밌지만(남주가 제일 재밌다. 따런거!!!!) 인상적이었던 건 청요칭이라는 여자 주인공을 통해 기존의 전통적 여성상과 현대의 일하는 여성의 모습이 부딪히는 것을 재밌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 물론 남주도 여주도 각자의 애인들에겐 솔직히 똥차지만, 타인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남자 주인공도 당당하고 자기애 강한 여자 주인공도 캐릭터만 놓고 보면 무척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월급 받으면 대본집을 구입할 예정이다. 사실 dvd도 사고 싶지만 지금 구입하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남자 주인공을 맡은 배우 진백림은 남동생의 고등학생 정도? 의 시절과 좀 닮은 것 같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일본 배우 타케노우치 유타카도 조금 닮은 것 같기도 하고.


4)

현재는 휴일이 정해지지 않고 스케줄 상황 봐서 쉬는 날을 받고 있는데, 약 2주 정도 고민한 끝에 고정 휴일을 받고 싶다고 요청했다. 업무 특성상 근무 스케줄이 3~4일 전에 정해지는데, 때문에 가끔은 내가 다음에 언제 쉬는지도 모른 채로 일할 때가 있다. 지금까진 주로 내가 휴일을 정해서 신청해왔기 때문에 언제 쉬는지 모른 채로 일한다는 게 심리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5)

절친이 임신 소식을 전해왔다. 임신한 모습도, 출산도 모두 보지 못하고 한국에 돌아가면 태어난 지 3개월쯤 된 아기가 떡하니 태어나 있을 것이다. 친구는 아직은 계획에 없었던 아이고, 타이밍도 좋지 않아(정확히 말하면 솔직히 '나쁘다') 많이 울었다고 했다.

이젠 친구들의 2/3 정도가 결혼을 했고, 그중 대부분이 출산 경험이 있거나 임신 중이다. 지금까진 아직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일에 대한 '신기함'이 컸는데, 가장 친한 친구라 그런지 신기함보단 인생이 아예 바뀌어 버릴 거라는 '두려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한 친구는 아직 첫 돌도 안 된 아이를 보며 말했다. "자고 일어났을 때 얘가 스무 살이었으면 좋겠어. 수능도 다 끝나고 고등학교도 졸업한 상태." 결혼을 한다는 것, 아이를 배 안에 품는다는 것, 출산을 한다는 것, 키운다는 것- 다 어떤 기분일까. 아무것도 경험한 적 없기 때문에 아직 여전히 내 인생은 "쪼렙"인 느낌이다. 하지만 '만약'이라고 당장의 내 상황이라고 가정해보면- 너무나도 두렵고 무섭다. 임신이라는 것을 안 순간부터, 그리고 출산한 순간부터 지난 3n 년의 나의 인생과는 전혀 다른 삶이 시작되는 것이니까. 그것을 과연 나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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