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크 Oct 05. 2024

여보, 우리 이민이야?

보이지 않는 선

스위스로 이주하면서 한 번도 이민이라 생각해보지 않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 언젠가 내가 돌아가야 할 땅은 대한민국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 왜 이민 1세대가 그다음 세대에게 그토록 치열하게 공부를 시켰는지, 자신을 희생해 가며 그다음세대의 성공을 위해 노력했는지 이해가 된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비주류로 인한 설움을 몸소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남편회사 모임, 아이학교 모임에 가게 되면 항상 느끼는 것이 우리 가족만 빼고 거의 모두 유러피언이다. 우리가 '유러피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딱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의 사람들. 그들은 모두 국적이 다르니 꽤 인터내셔널 하다고 느끼겠지만 나는 어떻게 이토록 흰 피부의 푸른빛 큰 눈을 가진 우리가 떠올리는 서구적인 인상의 사람들만 모였을까 싶다. 분명 스위스는 다양한 국적,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사는 나라임에도.

한국 커뮤니티가 없는 도시에서 그들과 대화해 보면 정말 한국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는구나를 다시금 깨닫는다. 이런 사회에서 내 아이가 편견을 깨고 자리 잡으려면 더 많은 노력과 더 뛰어남이 필요하겠구나도 함께 깨닫는다. 그와 더불어 높은 자존감과 유머러스함도 필요하겠다 싶다.

시대가 많이 변하였다. 지금 우리 세대의 이민자들은 예전 세대에 비해 중노동을 하는 비중이 줄었다. 다른 나라의 인재들과 견줄 만큼 실력을 갖춰 외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도 같은 포지션에서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어서는 선택되지 않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같은 언어를 쓰고 있으면서도 그들은 이해하는데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는 이해 못 하는 무언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상황으로 느껴지는 것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나라에서 자녀를 위해 희생했던 부모님들은 어떻게 그 모든 과정을 견뎌내셨을지 감히 상상이 안된다. 그 서글픔을 보상받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자녀의 성공이 아니었을까.

자식이 뭐라고... 부모님이 생각나는 밤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