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크 Aug 17. 2024

취리히 서머캠프

스위스 여름 방학 이야기

휴. 드디어 끝났네 여름방학! 아이와 둘이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있었던 적은 처음이다. 한 달이 넘는 방학 동안 있었던 액티비티를 이제야 한숨 돌리고, 적어본다.




방학 동안 독일어를 쓸 수 있는 서머캠프가 있는지 찾아봤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이 작은 동네에는 서머캠프를 운영하는 사설기관도 없을뿐더러 스위스 사람들의 특성상 긴 연휴에는 가족여행을 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캠프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한국적인 마인드인 듯하다.)

린덴호프에서 바라본 취리히

서칭 끝에 취리히에 있는 기관 두 군데를 등록해 놓았는데, 한 곳은 인기가 많은지 대기리스트에서 결국 차례가 돌아오지 않았고, 다른 한 곳은 선생님의 열정적인 면이 꽤 마음에 들었다. 따라서 아이들의 리더십을 키울 수 있다는 서머캠프로 일주일간 참여했다.


광고에는 독일어와 영어 bilingual이 가능하다고 쓰여 있었지만, 선생님이 English native speaker가 아니어서 영어 향상의 목적은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선생님의 악센트가 강해서 아이와 커뮤니케이션이 잘 될까 했는데, 아이는 찰떡 같이 잘 알아듣는 것을 보니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 (영어가 편하다면 악센트 때문에 못 알아듣는다는 것은 대부분 핑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나는 주로 핑계를 댄다.)


서머캠프는 스포츠 주제로 하는 수영캠프, 스케이트캠프 등 외에는 비슷한 컨셉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트램을 타고 다니며 놀이터(Spielplatz), 분수, 강을 끼고 있는 수영장(Seebad, Strandbad), 와일드파크(Wildpark) 등을 방문하여 활동을 한다.


어드벤처 파크(Spielplatz)

어드벤처 파크를 다녀왔다고 놀이동산을 떠올리면 오산이다. 스위스 전역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Spielplatz)가 곳곳에 많고, 시설도 잘 관리되는데 취리히 중심에 있는 큰 놀이터를 방문해서 정글짐과 그네, 트램펄린, 진흙놀이 등을 하였다. 


아이가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라 높은 정글짐은 잘 올라가지도 않고 매번 붙잡아 달라고 하는데, 캠프 이후에는 자기 키 만한 높이에서도 잘만 뛰어내린다. 주변에 아이들이 다 그렇게 하니 본인도 연습해서 똑같이 하려 한다. 이래서 환경이 중요한가 보다.


분수 놀이터

에어컨 없는 나라에서 여름에 아이들은 수영복을 입고 나와 다 같이 물놀이를 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 가뜩이나 까만 우리 아이가 더 까매질 까봐 래시가드를 입혀 보냈더니 한국사람인 티가 팍팍 났다.


수영장(Seebad)

여름에 주로 이용하는 수영장은 일반 야외 수영장과 강을 끼고 있는 수영장이 있는데 아이가 다녀온 곳은 말 그대로 강물에서 수영하는 곳이었다. 강물을 막아 만든 수영장을 즐기기도 하고, 흐르는 강물을 타고 고무보트나 튜브를 이용해 둥둥 떠가기도 하는데 비가 많이 오거나 유속이 세면 위험하기 때문에 지형을 잘 아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좋고, 무엇보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수영장 옆 강물을 바라보는 아이들, 비 온 뒤에 물살이 세다

아이는 난생처음 강 수영에 전날밤 잠도 잘 못 자고 걱정이 한가득이었는데, 막상 다녀오니 별 거 아니라는 반응이다. 수영장을 가는 날 아침 선생님이 아이에게 “네가 생각하는 걱정이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닐 수도 있어.”라고 한 모습이 참 기억에 남는다.


와일드파크(Wildpark)

동물을 사랑하는 아이가 마지막 날 선택한 장소이다. 아이와 선생님이 대중교통을 타고 장거리를 왕복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스위스 다움(?)을 엿볼 수 있는데, primary school을 다녀도 혼자 스스로 통학하는 아이들이라 왕복 2시간 넘는 대중교통은 매우 자연스럽다.

그 이외에도 취리히 중국정원, 실내에서 하는 미술활동, 보드게임 등 다양한 활동을 꽉꽉 채워 캠프일정을 보냈다. 매일 캠프가 끝나는 오후 4시경이면 아이는 하루 종일 너무 놀아서 얼굴에 지친 기색이 가득하였다. 캠프를 보내고 나서의 장점은 엄마도 오아시스 같은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과 스위스 사람들은 아이들과 어떻게 여가를 즐기는지, 여기 아이들은 키즈카페 대신 어떤 활동을 하는지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아이는 캠프가 끝나는 마지막 날 너무 아쉽다며 눈물을 글썽였는데 그만큼 원 없이 놀았던 것 같다. 아이는 다음 방학에 또 캠프를 가고 싶다고 하였는데 겨울 스키캠프를 찾아봐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