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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크 Nov 02. 2024

할로윈, 미국문화 아니야?

할로윈에 진심인 동네

할로윈데이가 오기 몇 주전부터 학교에서는 봉사자를 구한다는 메시지가 계속 왔다. 아무리 International school이라지만 스위스에서 할로윈을 얼마나 대단히 할까 싶어 전날밤 한국에서 가져온 소품들을 주섬주섬 꺼내봤다. 

꼬마 마녀(Witch) 코스튬으로 등원한 딸

그렇게 행사 당일 아이를 꼬마 마녀로 등원시키고, 아이들이 즐길만한 treats 기부를 위해 서둘러 학교에 도착한 순간... 세상에나 스웻셔츠에 재킷을 입은 내 복장이 어색할 정도로 어른과 아이들 모두 코스튬으로 한껏 꾸미고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디즈니 트롤(Trolls)의 팝피(Poppy)로 코스튬한 선생님

이 생경한 풍경에 분위기를 타지도 못하고 즐기지도 못한 채 멍하게 바라본 몇 초가 마치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코스튬을 하고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는 아이들

어른 아이할 것 없이 신나게 즐기다 마무리한 행사를 마치고 아이를 집에 데려왔는데 내 몸이 왜 이리 기진맥진한 건지... 소파에 몸을 누이려던 찰나... 현관벨소리가 들렸다. 서둘러 문밖에 나가보니 동네꼬마들이 와서 "trick or treat (Süßes oder Saueres)"을 외쳤다. 귀여운 모습에 준비되어 있는 간식거리를 주었는데 이 이벤트는 밤 8시가 넘어까지도 계속되었다. 심지어 우리 아이는 밤 8시에 찾아온 동네 언니들을 따라나가 또다시 "trick or treat" 무리에 합류하였다.

아이를 업고 도망가는 마녀를 코스튬한 친구


이 밤에 벨을 누르는 것 자체가 다른 집에 민폐일까 싶어 노심초사 복도에 나와 딸아이를 기다리는데 동네사람들이 빵이며 간식거리를 한가득 주어 양손 무겁게 가져오는 것을 보고 아이들에게 참 관대하다는 생각을 했다.

테마파크, 캠핑장 혹은 클럽 등 어떤 특정 장소를 가야지만 축제를 즐기고 분위기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아이들의 조그마한 일탈(?)을 다 같이 허용해 주는 분위기에 느끼는 점이 많다. 누군가가 옆에서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더라도 "이상한 사람인가?"라는 판단에 앞서 "저 사람이 즐거운 일이 있나 보구나"라고 웃어줄 수 있는 허용과 인정이 나에게는 어느 정도 있을지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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