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어떻게 생일 파티를 할까?
일 년에 한 번 빠질 수 없는 엄마 혹은 아빠의 중요한 숙제가 있다면 아이의 생일파티. 이번에는 스위스에서 경험한 생일파티 문화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스위스인이 약 40% 정도 재학 중이지만 국제학교 특성상 스위스 전체의 문화라 일반화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이 점 양해해 주세요.)
생일은 내가 쏘는 문화
생일날이 되면 주인공은 학교나 유치원에 친구들과 나눠먹을 수 있는 직접 구운 케이크와 컵케이크를 준비해 오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친구들에게 나눠 줄 구디백을 준비해 오기도 한다. 주인공을 위해 친구들이 선물을 준비하는 분위기보다는 주인공이 축하해 준 친구들을 위해 대접하는 분위기가 많이 형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생일파티는 어떻게 할까?
친구들을 모아 생일파티를 하느냐 마느냐는 어디까지나 주인공의 선택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케이크를 준비하는 것 역시도 주인공의 선택이다. 파티는 생일이 있는 전후 주말에 원하는 친구들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함께 놀 수 있는 장소를 대여하거나 집에 초대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다 같이 놀 수 있는 장소는 공원, 농장 혹은 초콜릿 박물관 등이 될 수도 있다. 가장 최근에 초대받았던 생일 파티는 클라이밍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였는데, 평소 매달리기에 단련된 아이들이라 딱히 클라이밍을 배우지 않았어도 신나게 즐겼다.
이렇게 파티에 초대를 받는 경우는 생일 선물을 준비해 간다. 생일을 초대할 때는 언제 시작해서 언제 마칠 예정인지, 아이들의 점심식사는 제공이 되는지 여부를 알려주는 경우가 많았다.
내 아이의 생일
올해 여름, 딸아이의 생일이 있었는데 전주 주말부터 아이의 컨디션이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전날 열심히 구운 컵케이크와 생일 파티 장식을 모두 준비해서 아침 등굣길에 전달해 주었다.
왜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등교한 지 2시간 만에 선생님이 전화하여 아이가 아프니 집으로 하원시켜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하얀 드레스를 입고 간 아이는 코피를 흘리며, 열이 올라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모습이 짠하기도 하고, 허탈해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일주일 동안 집에서 앓는 아이를 보살피느라 친구들을 초대하려 했던 생일파티는 말할 것도 없이 흐지부지 되었다. 아마 그때가 스위스에 와서 가장 크게 아팠던 때였던 듯하다.
파티시에가 만들어주는 화려한 케이크도, 아이가 반할만한 팬시한 생일 선물도, 호텔 같은 멋진 공간도 이곳에는 찾아보기 힘들고, 또 있다 하더라도 엄청난 가격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 대신 매년 생일마다 따뜻한 미역국은 잊지 않고 만들어주려 한다. 미역국에 또다시 돌아온 일 년 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나길 사랑과 소망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