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크 Apr 17. 2024

스위스에서 시작하는 엄마 성장기(3)

"나는 성장을 지원하는 부모인가"

먹지 않는 아이, 화장실 가지 않는 아이

스위스 프리스쿨 규칙은 한국 유치원보다 자유롭다. 한국에서 다녔던 유치원은 서클타임 이외 대부분 시간을 책상에 앉아 수업 듣고, 만들기를 하거나, 글쓰기를 했다. 아이의 말에 의하면 한국 유치원은 쉬는 시간이 따로 있어 그 시간에 화장실을 갈 수 있다고 했다.

 

그에 비해 지금 다니고 있는 프리스쿨은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빈백, 소파, 혹은 바닥에 앉아 선생님 이야기를 듣거나 심지어 누워서 듣는 아이들도 있다. 문화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한 첫 주, 가져갔던 스낵박스를 열어보니 거의 그대로였다. 점심까지 통틀어 하루 종일 먹은 것이라고는 샌드위치 반조각이 전부인 것이다. 물통도 아침에 넣어준 그대로였다. 아이는 배가 고프지 않다고 했다. 그날 저녁식사를 먹는 둥 마는 동하는 아이에게 속상한 마음에 남편이 큰소리를 냈다. 


아이는 한참을 눈치보다 기어가는 목소리를 말을 했다. 

“유치원에 화장실 가는 시간이 없어.”


아이 말에 의하면 하루 종일 기다려도 화장실 가는 시간이 없어서 물도 안 먹고 밥도 안 먹는다는 것이다. (아이고야…) 머리가 어질어질했지만 정신을 붙잡고 ‘그래…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 


본인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같은 반 아이들은 화장실 가고 싶을 때 선생님께 간단히 말하고 그때그때 다녀온다. 또 필요한 것이 교실 밖에 있다면 거침없이 나갔다 들어온다. 딸아이는 이러한 암묵적인 규칙을 모르고 며칠 동안 화장실을 가기 위해 조용히 쉬는 시간을 기다렸던 것이다.


부모의 개입, 어디까지가 적정선일까?

아이에게 여기의 규칙과 한국과의 다른 점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마음 같아서는 아이가 이 상황을 스스로 깨우치고 적응하여 해결해 나갔으면 했다. 그건 내 마음일 뿐이고, 그렇다면 아이는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필요로 할까? 아이는 화장실 가는 것조차도 부끄러워서 얘기를 못하겠다고 했다. 유치원 생활에 기본이 되는 부분,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은 도와야겠다고 판단하여 선생님께 이 상황을 전달했다.


적응하는 데 있어 아이는 크고 작은 상황들을 맞닥뜨린다. 민감하게 생각하면 한없이 민감해지는 상황이지만 이제는 인종차별, 구분 짓기에 대한 문제는 한국을 벗어나는 순간 별로 놀랍지도 않다. 그때마다 나는 내 판단이 아이의 마음보다 앞서지 않길 의식적으로 알아차리고자 한다. 극성맞은 부모와 성장을 지원해 주는 부모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스위스에서 시작하는 엄마 성장기(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