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빠뜨리고 왔다. 허전함. 평소에 그 소중함을 몰랐던 일상의 것. 그것이 무엇이든. 혹은 누구이든.
동서남북을 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행은. 요즘은 주로 동쪽이다. 하지만 방향은 언제든 바꿀 수가 있다. 길이 막히면, 기분의 방향이 바뀌면, 혹은 똥 마려 우면... 화장실을 찾다가 방향을 트는 경우도 있다.
93.1 Mhz. 피아노. 뚝뚝 떨어지는 이 소리는 내겐 눈물 같다. 그래서 가장 슬픈 악기의 1위를 놓고 바이올린과 경쟁한다.
늘 재촉하는 삶으로부터 쉬라고, 잠시 떠나는 것인데. 지금은 다시 좀 더 쉬라고 쉼을 재촉하고 있다. 마음이 급한 건 마찬가지인가.
어쩌면 이른 조급함은 내 일부일지도. 그 대상을 바꾸는 것으로 만족해 보자. 하나의 끈을 놓는 것은 다른 끈을 잡는 것으로 시작한다. 노느라 바빠보자.
그런데 짐이 왜 이렇게 많은 것일까. 그동안 이렇게 많은 도구를 의지하며 살아왔구나. 내 몸뚱이 하나로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코를 후비는 것뿐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