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cial scope Jan 21. 2021

[기획자의 책 읽기]4. 출판 전문잡지 '기획회의'

2021년, 계속 마스크를 쓴다는 건

[기획회의 527호]

좋은 기회로, 종종 챙겨 보던 잡지의 서평 활동을 하게 되었다. 기획회의는 2004년부터 매월, 격주로 발간되는 출판 전문잡지이다. 내가 받아본 527호까지 한 번도 일정의 휴간 없이 매주 잡지를 발행해왔니, 그 성실성에 놀랍다.


매 호, 주제를 선정하여 관련한 이슈들과 책을 다룬다. 2021년 첫 호의 주제는 '#마스크를 쓰고'


작년, 처음 마스크를 쓸 때만 하더라도 다시 마스크를 쓴 채로 겨울을 맞이할 거라고 생각은 못 했는데, 책에 따르면 '이 익숙한 답답함을 주는 물건'이 없으면 우리 집을 제외한 그 어떤 공간에도 출입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으레 어느 건물을 들어가기 전 핸드폰으로 큐알코드를 먼저 열어둔다. 아빠와 내가 감기에 심하게 걸렸을 때를 빼고는 마스크를 쓴 적이 없는 우리 집은,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요일이 오면 꼬박꼬박 약국에 들러 마스크를 구매했다. 인터넷에서 구매가 가능한 약국과 사이트를 찾기도 하고, 공구를 하고, 엄마 아빠 핸드폰에 신분을 입증할 큐알코드도 깔아드렸다.


하루는 동료들과 밥을 먹으러 가는데, 건너편 아파트 약국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대부분 어르신들이었다. 인터넷 사용법을 모르는 노령층에서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기사를 본 게 이틀 전이었다. 마스크뿐 만에 문제는 아니었다. 초중학교가 비대면 수업에 들어가면서 온라인 수업을 들을만한 환경을 갖추지 못한 취약계층은 어떻게 해야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코로나19와 마스크로 집단이 나뉘기 시작했다.


본문에서도 마스크가 우리 사회의 남긴 몇 가지 상징을 짚고 있다.

배우 김보성은 마스크를 공짜로 나눠주기 위해 시내를 돌아다녔고, 마스크 없이는 인류가 생활을 영위했던 '건물 안'으로의 출입이 불가능해졌다. 마스크 없는 사람은 '건물'로 출입이 불가능한, 건축 바깥의 노숙인이 되었다. 마스크는 그 자체로 자본의 상징이 되었다. -25p, 마스크로 보는 현대사 中-




한 편, 코로나로 강화된 고립에 대해서도 짚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개인이 타인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자기만의 시간을 영위하게 되고, 성찰하고 뭐 이런 식의 낭만적 해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디지털 큐레이션이 극단적으로 발달한 지금. 고립돼 개인에게는 대단히 위험할 수 있다. 정보를 얻고, 평가하는 과정이 극단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51p, 고립된 개인이 정치적으로 더욱 '위험할 수' 있는 이유 中-

알고리즘이라는 온라인의 특성으로 인한 필터 버블*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 필터 버블이 작동하면 사람들이 자신의 지지자만을 끊임없이 양상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의 취향과 견해에 기반하는 알고리즘이라는 시스템 때문에 개인들은 자신에게 특화된 것에만 노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로 비대면이 강화되면서 나 자신을 검열할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 필터 버블 :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필터링된 인터넷 정보로 인해 편향된 정보에 갇히는 현상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자기 확신이 필요한 시대'를 사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중략) 비대면 접촉이 늘면서,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평가받을 만한 상황이 희소해진 것이다. (중략) 이제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 중 내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은 '언팔'하거나, '로그아웃'하거나, '전번'을 삭제하면 된다. - 53p, 고립된 개인이 정치적으로 더욱 '위험할 수' 있는 이유 中-

나 역시 인스타그램 사용 시, 상대방의 피드를 확인하고 팔로우 여부를 결정한다. 상대방이 올린 몇 컷과 몇 줄만으로 그 사람의 취향을 파악하고, 나와 결이 맞는지를 판단해버린다. 주기적으로 팔로워 리스트를 정리하기도 한다. 더 이상 내가 원하는 피드가 올라오지 않는 경우는 언팔한다. 팔로워 리스트에는 한정적인 관심사만 남게 된다. 취향과 견해가 너무 뚜렷한 사람을 나조차 경계하면서, 나 역시 그런 케이스가 되어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아티클이었다.


이런 상황일수록 잊지 말아야 하는 것들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었다. 모든 외부 활동이 통제되고, 전자기기를 통해 구현된 이미지와 음성을 듣는 게 타인과의 교류인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가 유지해야 하는 건 역시 '인간적인 면모'를 잊지 않는 것이 아닐까.


더욱 극심해지는 빈부 격차나 자연 파괴 같은 갈등과 함께 제기되는 이런 문제들은 과학적 해결이 아닌 인물들의 윤리적, 사회적 신념이나 인간적 감성에 의한 해결점을 향해 나아간다.
- 88P, 새롭게 읽는 판타지 01 中-




요즘은 가급적이면 동네에서 소비를 하려고 한다. 마트보다 동네 슈퍼에 가기도 하고, 취식이 불가능하지만, 동네에 자주 가던 카페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 해온다. 백수인 내 신분을 생각하면 집에 있는 커피나 타 먹을 일이지만, 코로나로 내 몇 년의 추억이 서린 장소를 잃는 게 더 싫은 일이기도 하다. 이렇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면 이 지긋지긋한 상황도 언젠가 지나가겠지:)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79P, 기획자 노트 릴레이(민음사 출판그룹 세미콜론 편집팀장) 中-
작가의 이전글 [기획자의 책 읽기] 3. 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뷰 특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