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나 간단하고 맛있는 브런치
내가 꾸리는 가게는 '작은숲'을 말한다. 그래서 이름도 '작은숲,리틀포레스트'.
영화, "리틀포레스트"를 본 적이 있나(요)? 한국 영화 리틀포레스트. 임순례 감독님이 만드셨고 김태리, 류준열, 문소리 등등의 배우님들이 나오셨던 단정하고 결이 고운 영화. 영화를 보고 나는 드디어 찾았다 생각했다. 만들고 싶고 되고 싶던 내 공간의 이름을. 쭉 이름 붙이지 못했던 내 마음속 그것의 이름은 '작은숲'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인 혜원은 도망치듯 돌아온 고향에서 사계절을 보내며 자신의 작은 숲을 발견한다. 그곳에서 혜원은 스스로를 위한 요리를 하고 먹고 마신다. 요리를 하며 엄마를 추억하고 친구들과 우정을 쌓고, 토마토를 따먹고 밤을 조리며 자신에 대해 생각한다. 주변에 맞춰 살아가던 삶에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된다.
두 발에 힘을 꼭 주고, 한 발 한 발 스스로의 길을 내딛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나는 참 좋아한다. 나는 꼭 그런 걸 꿈꿨다. 내가 꾸려갈 나의 가게가 나의 작은 숲이길 바랐고, 더 나아가 사람들의 작은 숲이길 바랐다.
계절의 케이크를 만들고 계절의 음식을 만든다. 함께 케이크를 만들고 요리하고 먹고 이야기하며, 그 시간들이 온전한 '나'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스스로를 촘촘히 엮어가기 위해선, 일단 잘 먹어야 합니다라고 외친다. 그게 나의 직업이자 좋아서 하는 일이고, 내 작은 숲이다.
나는 나의 주방을 몹시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주방에서의 모든 시간이 즐겁다란 뜻은 아니다. 요리는 생각보다 시간과 품을 들여야 한다. 가끔은 내 피와 땀을 담은 음식이 아닌, 남의 피와 땀이 고플 때도 있다. 샌드위치는 그럴 때 아주 요긴하다. 예열 없이 단박에 내 작은숲으로 들어가고 싶을 때 아주 탁월하다 샌드위치는.
샌드위치 만들기는 쉽다. 빵집에 가 빵을 사 오기만 하면 거의 다 끝난 거다. 좋아하는 빵집이 있다면 그곳의 빵을 추천. 샌드위치는 빵이 맛있으면 더 맛있으니깐. 오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빵집의 크루와상으로 샌드위치를 만든다. 칼로 크루와상을 반 가르고 냉장고를 뒤져본다. 남아있던 버터를 빵에 얇게 바르고 야채와 치즈, 햄, 계란 등등 먹고 싶은 재료들을 꺼내 차곡차곡 쌓는다. 잼 같은 게 있으면 더 맛있다. 아껴둔 마지막 무화과 잼을 발랐다. 속을 가득 넣어준 샌드위치 뚜껑을 덮으면 짠, 완성. 내 작은숲을 만날 준비가 모두 끝났다.
베이킹이 취미가 아니라고? 요리는 적성에 안 맞는다고? 주방 언저리는 내 작은숲이 될 수 없다고?
그래도 샌드위치 정도는 한번 만들어 먹어보자. 라면을 끓이는 시간과 샌드위치를 만드는 시간은 큰 차이가 없으니. 5분 남짓의 시간과 아주 약간의 품만 들이면 요알못(요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꽤 근사한 브런치를 만들 수 있다. 혼자 먹는다고, 혹은 시간 없다고 대충 먹지 말고 딱 5분만. 샌드위치를 한 입 딱 먹는 순간 저 밑 깊은 곳에서부터 무한한 만족감이 올라올 것이다.
잘 챙겨 먹는다는 건 그런 거다. 내가 나를 위한 시간을 쓰는 것. 내가 온전히 나다울 수 있는 아주 작은 여유를 주는 것. 우리는 사실 그런 게 필요하다. 요즘 같은 시대는 너무 빠르고 바빠 까딱하다간 나를 잃기 십상이니깐.
작은 숲을 만들어두자. 그게 무엇이 되든 간에, 온전히 나를 쉬게 하는, 그래서 힘내서 또 삶을 살게 하는,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두자. 스스로를 위하여. 요리가 그대의 작은숲은 아닐지라도, 샌드위치 하나가 당신의 작은숲이 될 수 있길. 아주 작게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