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계의 에르메스, 비타민계의 에르메스 등등 아무튼 요즘에는 'XX계의 에르메스'라는 표현이 많이 쓰인다. 나도 이 표현에 편승해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오늘 먹어볼 음식은 계란계의 에르메스, 청란이다.
청란은 청계라는 품종의 닭이 낳은 푸르스름한 색깔의 달걀이다. 요즘 계란 값이 많이 올랐다고는 하나 일반 계란이 15개에 싸면 5000원, 비싸면 8000원 가까이한다. 한 개에 300원대. 하지만 청란은 한 알 당 2,000원 정도다. 개당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일반 계란에 비해 콜레스테롤이 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고 오메가 3 함량이 높아 몸에 좋다고 해서 프리미엄도 붙었고, 청계는 그 수도 많지 않고 하루 이틀에 한 번 알을 낳는 일반 닭과 달리 사나흘에 한 번 알을 낳아 생산성도 낮아 가격이 높다.
푸른색이 얼룩덜룩 나타나기도 한다.
맛도 다르다고들 한다. 청란이 훨씬 '비리지 않다'고. 하지만 내가 청란을 먹었을 때는 일반 계란과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작정하고 제대로 비교해서 먹어봤다.
우선 달걀의 외면부터 비교해 봤다. (당연히) 색깔이 다르다. 만져봤을 때 왠지 더 단단한 듯하다.
깨보니 역시, 청란 쪽이 껍질이 더 두껍다.
사진으로는 잘 안 나타나지만
조리법은 계란 본연의 맛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조리법 중 하나인 계란 프라이로
왼쪽이 일반 달걀, 오른쪽이 청란.
조리 사진은 왠지 찍어둬야 것 같아 찍기는 했지만 사실 의미는 없다. 계란 노른자의 색깔이 진하면 영양이 많다고도 하지만 사실 노른자 색깔은 영양소와 관계없이 닭이 먹은 사료에 따라 달라진다. 계란이 넓게 퍼지는 정도도 계란의 신선도에 따라 다르다. (오래된 계란일수록 넓게 퍼진다.)
완성된 계란 프라이!
흰자는 뜯어먹고 노른자는 파 먹어 보았다. 소금도 안 치고 먹으려다가 그건 아닌 것 같아서 뒤늦게 소금을 쳤더니 좀 지저분하다 ㅜ
계란의 맛은... 다르지 않다. 아주 미묘하게 다른 듯한데 이건 일반 달걀 간에도 있을 수 있는 정도의 차이다. 보통 청란이 덜 비리다고 하는데 그 차이도 나는 느끼기 어려웠다. 다만 노른자를 터트릴 때 탄성은 확실히 달랐다. 흔히 말하는 듯 청란의 노른자 쪽이 훨씬 탄력적이었다.
일반 달걀과 직접 비교해보면 혹시 맛의 차이가 느껴질까 했는데 아니었다. 날 달걀로 먹으면 청란이 덜 비리다. 하지만 날 달걀을 먹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는 잘 없으니.
청란을 맛 때문에 살 일은 없을 듯하다. 하지만 친정이나 시댁에 갈 때, 재미 삼아 한 판씩 살 수는 있을 것 같다. 영양가도 높고 이색 선물로 기억에 남을 듯 하다. 푸른빛도 왠지 (잘하면) 티파니를 연상시키는 것 같기도 하고? ㅎㅎ
오늘의 먹는 재미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