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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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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Apr 07. 2024

뉴욕 지진_240405

미국생활 232일 차



오전 열 시 반쯤, 갑자기 학부모 채팅창에 글이 올라왔다. “Did you all just feel that earthquake?? “ (다들 방금 지진 느꼈어요?) 처음에는 뭔가 했다. 남편과 나는 하나도 못 느꼈다. 하지만 연달아 올라오는 글들을 보니 못 느낀 건 우리뿐인 것 같았다. 오늘따라 엘리베이터 리모델링 공사를 힘들게 해서 그랬나. (우린 엘리베이터 맞은편 1층 집이고, 현관은 엘리베이터와 불과 60센티 정도 떨어져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진동 4.8의 지진이었다고 한다. 4.8 정도면 가벼운 물건들은 떨어진다고. 우리가 평고 얼마나 열악한 거주 환경에서 살 수 있는지가, 지진을 못 느낀 걸로 증명되었나 싶다. ㅎㅎ (지진을 못 느낀 이유가 아주 뉴요커스럽다 ㅋㅋ)



뉴욕은 지진이 아주 드물다고 했다. 지난 지진은 1994년도의 강도 5.4의 지진이었다고.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 지진을 겪었을 때 보다 좀 더 지진의 후폭풍(?)이 많았다.  아이 학교에서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건물도 안전하다고 메일이 왔고, 기숙사와 학교에서도 비슷한 메일이 왔다. 한국에서도 지진을 겪었을 때 이런 연락을 받았던가 모르겠다. 받았겠지?


딸내미 학교에서 온 메일


인스타에는 ‘뉴요커는 강도 4.8의 지진 후에도 계속 일을 해야 한다’는 자조적인 짤도 올라왔다. 이 짤을 회사에서 지진을 겪었을 때, 아무도 이런 자조적인 말조차 하지 않고 계속 일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긴 했다 ㅋㅋ


어찌 된 일인지 재난경보문자가 지나치게 순차적으로 왔다. 3시간 후에 도서관에 있는데도 여기저기서 재난경보문자가 울려댔다. 있는 동안 내내. 남편에게도 그쯤 문자가 왔고, 내게는 아예 오지 않았다. 이러면 재난경보문자가 의미가 없는 경우도 있을 텐데… 이건 우리나라 시스템이 나은 것 같다.


참고로 어제는 자유의 여신상이 번개를 맞았단다. 월요일은 개기일식.우리가 대자연 속에 살고 있은 걸 리마인드 해주는 시기 같단 얘기도 있었다 ㅎㅎ


다행히 사상자나 큰 인프라의 피해는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선지 한 나절이 지나니 비로소 채팅창들도, 재난경보문자 소리도 잠잠해졌다. 뉴욕에서 참 별 걸 다 겪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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