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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Apr 08. 2024

워싱턴 DC 벚꽃 놀이 (벚꽃 없음 주의)_24040

미국생활 233일 차




워싱턴 DC 벚꽃이 그렇게 예쁘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벚꽃 축제도 하고 벚꽃 달리기를 한다고. 남편의  달리기 친구가 추천을 해서 남편도 친구 따라 DC 달리기를 신청했다. 그게 우리 가족이 3달 만에 다시 DC를 간 이유다.


이걸 보나 싶었는데… (사진 출처: 트립어드바이저)


하지만 이놈의 기후변화 때문에 망했다. 원래 DC가 지금쯤 벚꽃이 피고, 뉴욕이 그 후에 피는 게 평년인데, 벚꽃 축제가 열리기 전에 벚꽃이 이미 다 폈다가 모조리 다 져버렸다.


사실 남편은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굳이 10마일 달리기를 할 필요는 없고, 우리도 주말에 벚꽃이 만개하는 뉴욕을 두고 굳이 3달 전에 일주일이나 있었던 DC를 갈 필요는 없다. 남편은 굳이 따라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못 먹어도 고다. (남편에게 친구한테 사기당했다고 놀렸는데, 남편은 주식을 추천한 사람은 죄가 없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DC를 향하기 전에 센트럴파크 벚꽃 놀이부터 다녀왔다. 월 - 목 내내 비가 내려서 금요일에 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나마도 강풍에 추위 때문에 고민하다가 이러다 올해 벚꽃 한 번을 못 보겠다 싶어 나갔다 ㅋㅋ 센트럴 파크에서 찍은 벚꽃 사진이 인스타에서 엄청 떠서 은근 기대하고 갔는데, 추천받아 간 구겐하임 옆 쪽은 서른 그루쯤 있었을까. 그나마도 주변이 공사판이고 춥고 해서 별게 없었다. 한국에서의 벚꽃 놀이가 그리웠다. 올해 벚꽃놀이는 물 건너 간 모양이었다 ㅋㅋ


딱 요정도


DC는 진짜 벚꽃이 완전히 져 있었다. 게다가 토요일도 춥고 바람 불고 ㅎㅎ 그래도 미국의 수도라 그런지 축제라 그런지 곳곳에 조경이 예쁘게 되어 있었다. 날씨는 오히려 지난 12월 말이 훨씬 좋았는데, 그래도 봄이라고 초록들이 나와 있어서 좋았다. 특히 튤립이 굉장히 많이 심어져 있었다. 벚꽃 축제에 벚꽃이 없으니 튤립이라도 대신 심은 건가 싶을 정도로. 튤립을 좋아해서 나는 좋았다.


여긴 진짜 그냥 아무 동네 로터리인데, 오만데 다 튤립이었다.


어차피 일박이일이고, 이동하는데 (집에서부터 계산하면) 편도 다섯 시간 이상씩 걸려서 딱히 많은 걸 하진 않았다. 토요일에는 아침부터 서둘렀는데 오후 2시쯤 도착했다. 저번 여행에서 안 본 국회의사당에 들렀다가 내셔널몰의 내셔널 갤러리를 갔다.


국회의사당은 내부 투어를 할 순 있었는데, 들고 들어갈 수 있는 가방 사이즈도 제한이 있고 물도 가지고 갈 수 없어서 귀찮아서 말았다 ㅎㅎ 근처에서만 구경했는데 생각보다도 훨씬 화려하고 멋졌다. 대리석을 엄청 쓰고 장식들도 화려했다. 역시 세계 최대 강대국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느낌을 받으라고 이렇게 지었겠지.


돔도 잘 보면 엄청 화려하다


내셔널 갤러리는 오바마 대통령 초상화가 있는 줄 착각하고 갔다. 워싱턴에 가는데 저번에 다 봐서 뭘 할지 모르겠다고 하니, 두 명이나 내셔널 갤러리의 오바마 초상화를 추천했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갔는데, 내셔널 갤러리에는 몇몇 대통령의 초상화가 있기는 했지만 우리가 생각한 그 작품은 초상화 박물관이라는 곳에 따로 있었다. 이런. 그래도 내셔널 갤러리 자체가 워낙 분위기가 고풍스럽고, 유명한 작품들이 많아 좋았다. 우리는 ‘내셔널’이라고 하길래 당연히 미국 작가들의 작품만 있을 줄 알았는데, 모네/ 마네/ 고흐/ 조르주 쇠라/ 로댕 등 유럽 작가들의 유명한 작품들도 많았다. 시간이 많으면 여유를 두고 둘러볼 만한 곳이었다.


모네의 이 그림도 있었다!


저녁에는 DC의 전통적인 맛집인 Old Ebbitt Grill에 갔다. 남편이 덕질하고 있는 미국 금융 시스템의 창시자 해밀턴도 단골이었다는 이곳은 해산물 요리로 유명한 곳이다. 원래는 생 굴도 많이 먹지만… 임산부라 생 굴은 좀 겁나서 (사람들이 최고라고 극찬하는) 크랩 케이크, 오이스터 록펠러, 홍합 스튜, 크램차우더를 시켰다. 여기에 아이 메뉴는 따로 시켰으니 작정하고 시킨 셈이다.


고풍스러운 느낌의 식당


크랩 케이크는 게 살을 계란, 빵가루 등 여러 재료와 섞어 굽거나 튀긴 요리다. 여기 크랩 케이크는 거의 게살로만 이루어져 있고, 내장 등을 함께 쓴 건지 게 맛이 엄청났다. 그리고 게 살도 부드러운 상태로 잘 조리가 되었다. 하지만, 임산부인 내 입맛엔 살짝 비렸고, 갓 쪄낸 게 살이나 게 껍질에 밥 비벼 먹는 것에는 못 미친 느낌이었다. 사실 이럴 것 같아서 굳이 크랩 케이크를 시도해보지 않았었는데 잘 경험해 봤다 ㅎㅎ


크랩 케익. 역시 비싼 식당이라 레몬이 1/4이나 + 씨앗 흐르지 말라고 망에 쌓여 나왔다.


오이스터 록펠러는 굴 위에 버터, 허브, 빵가루 등을 얹어 익힌 음식이다. 엄청 기름진 요리라서 미국 최고 부자였던 록펠러의 이름을 땄다는 얘기가 있다. 이 것도 크랩 케이크와 비슷한 이유로 처음 먹었다. 굴을 먹을 때는 무조건 생굴이나 굴튀김에 손이 먼저 가서. 하지만 이건 굴의 부드러운 식감과 맛이 기름진 양념과 조화가 잘되어 맛있었다. 4알에 17불이라는 엄청난 가격을 자랑하긴 했지만 ㅎㅎ (팁에 세금까지 더하면 3만 원 정도)


맛은 있었다


홍합 스튜는 화이트 와인과 레몬즙, 페퍼론치노에 끓여낸 것이었는데, 나는 많이 먹어봐서 ‘오, 맛이 풍부한 스튜네’ 정도였는데 남편이 극찬을 했다. 뿌듯했다 ㅎㅎ


해산물 너무 좋다. 여긴 해산물 먹을 일이 한국보다 넘 적어서 해산물 바라기가 된 것 같다.


종업원이 은근 불친절해서 (우리가 너무 허름하게 하고 다니나 … 그래도 그렇지 -_- ) 그건 좀 별로였지만, 장소도 워낙 고풍스럽고 음식도 맛있었다. 내일은 마라톤 이후에 또 다른 DC 유명 맛집을 예약해 뒀는데 그것도 기대된다.


원래는 저녁에 호텔을 들어갔다가 그렇기 예쁘다는 DC 야경을 보러 잠시 나갈까 싶었는데, 아침 일찍 나서서 남편 달리기 시작을 함께 해야 해서 말았다. 벚꽃이 없어서 DC 여행 왜 가나 싶었는데, 그래도 저번에 다 못 본 곳들도 구경하고 전부터 가보려고 했던 맛집도 가고 좋았다. 역시 여행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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