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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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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Apr 26. 2024

봄방학 반도 못 왔는데 뻗었다_240425

미국생활 251일 차



아이가 가벼운 감기 기운이 있어서 불안 불안하더니,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내 목이 부었다. 지난번 일차 봄방학 때랑 같은 패턴이다. 그때는 입덧도 가시지 않았을 때인데 학교 생활에 임신에 봄방학 케어에 신경을 썼더니, 아이의 가벼운 감기 기운이 옮아 1주일 간 고열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번의 악몽이 생생해서 오늘은 무조건 휴식에 들어갔다.


휴식이라고 해봤자, 육아에서의 휴식이다. 일단 남편이 달리기 다녀오는 동안 아이와 같이 기상하고 간단히 아침을 챙기고, 남편 머리를 깎아주고 정리하고 씻는 동안 기다렸다가 10시가 다되어 집에서 나섰다. 도서관에서 4일 간 미뤄놨던 과제를 살짝 하고 다시 1시간 반 만에 집에 돌아와 (돌아오는 길에 남편 커피를 테카 하고) 점심을 챙겼다. 하지만 이쯤 되니 컨디션이 점점 안 좋아졌다. 일기를 쓰다 보니 당연한 일이다. 쉬질 않았잖아 ㅋㅋㅋ


학교. 요새 시위대가 잔디밭을 점거하고 있다보니 잔디밭을 다 막아놨다.


점심은 늦기도 했겠다, 만들어놨던 계란장에 새싹 채소, 아보카도를 넣고 비벼 먹었다. 아이가 좀처럼 야채를 안 먹어서 늘 먹이는 게 고역인데, 새싹 채소를 비벼주니 잘 먹었다. 계란도 노른자는 안 먹는데, 이 노른자는 소스가 된다고 비벼주니 잘 먹고. 다 큰 것 같다. 기운이 워낙 없어 가볍게 차렸는데 의외로 아이가 잘 먹어주니 힘이 났다.


원래 오늘 오후에는 MOMA (뉴욕 현대 미술관)에서 하는 어린이 프로그램 (의자 만들기 크래프트)을 찾아 예약해 뒀었다. 애들 방학 때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 게 참 좋다. 원래 웬만하면 따라가려 했는데 도저히 안돼서 남편과 아이만 보냈다. 다행히 크래프트 활동을 좋아하는 아이는 그 자리에서 1시간 반이나 집중해서 만들기를 했단다. 새로운 도구가 많아서 더 신이 난 모양이었다.


자기와 친구와 나 세명이 앉을 푹신푹신한 의자 만드는 중


활동을 끝내고는 유모차에서 잠들어서, 이번에는 남편이 신이 났다. 육아나 미술 작품 관람에 대한 부담 없이 마음대로 MOMA를 돌아다니면서, 자는 아이를 배경으로 미술관 사진을 찍어 보내면 즐거워했다. 아이가 알 수 없는 놀이에 즐거워할 때처럼 이해는 딱히 가지 않았지만 ㅋㅋㅋ 뭐가 됐든 좋아하니 되었다 싶었다 ㅋㅋㅋ


이런 사진을 내게 한무더기 보냈다 ㅋㅋ


나는 그 시간에 30분만 알람을 맞춰놓고 자다가 (그나마도 윗집 층간 소음과 집 앞 엘리베이터 공사로 20분만 잤다 ㅋㅋ) 일어나서 다시 도서관에 가서 과제를 했다. 그래도 그거 잤다고 조금 버틸 만 해졌다. 중간에는 오랜만에 친구 연락이 와서 잠시 수다도 떨고, 아이가 돌아오는 시간 맞춰 집에 오니 어머님이 한국에서 보내주신 아이 여름옷이 와서 개봉식도 신나게 했다. 저녁을 챙겨 먹고, 저녁 온라인 수업에 들어갔다가, 아이를 재웠다.


요즘 자기 first name이 princess라는 딸내미는 신나서 옷을 막 이리저리 꺼내보다 평소보다 두시간이나 늦게 잠들었다 ㅎㅎ


아이는 자기 전에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찡얼거렸다. 지난 방학 때까지만 해도 엄마 아빠랑 있다고 좋아했는데. 그러고 보면 어제도 실컷 브루클린 식물원에서 잘 놀고 와선, 가라테 끝나고 잠시 들른 놀이터에서 모르는 아이랑 같이 논 걸 더 재밌어하며 ‘브루클린 식물원은 재미없었고 (하지만 또 가고 싶고) 놀이터에서는 재밌었다고 했다. 이제 우리보다 친구들이 더 좋아지는 때인가 보다. 갑자기 아이가 컸다는 실감이 나면서 더 많이 같이 놀고 부비부비 해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은 둘째가 태어나면 둘을 같이 안아줄 걱정을 하던데, (자기가 40kg는 들 수 있으니, 둘째가 두 돌 때까지는 둘을 함께 안아줄 수 있을 것 같단다 ㅎㅎ 이럴 땐 또 다정하다) 그 기간이 생각보다 짧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쨌건 아이가 잘 커주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하루였는데 소소하게 기쁜 일들이 연달아 있어서 기운이 났다. 내일은 좀 나아야 할 건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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