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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Apr 25. 2024

벚꽃대신 왕벚꽃이다!_브루클린 식물원_240423

미국생활 250일 차



기후 변화로 올해 벚꽃 구경을 제대로 못해서 한스러웠는데


브루클린 식물원에는 왕벚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어차피 봄방학이라 뭐라도 해야겠다, 오늘은 브루클린 식물원으로 향했다. 작년 가을에 뉴욕 식물원에 갔을 때는, 일단 기차를 한 번 갈아타고 가야 하는 데다, 식물원 자체도 너어무 컸고, 그때는 유모차도 없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 날씨도 추웠고. 그래서 브루클린은 어떨까 싶었는데 다 좋았다! 지하철로 한 번에 연결되고, 식물원 크기도 적당하고 워낙 콘텐츠들이 아기자기하게 붙어 있었고, 유모차도 있었다! 날씨도 완벽했고.


지하철에 내리자마자 식물원 입구였고, 들어가자마자 왕벚꽃 길이 펼쳐졌다. 센트럴파크의 벚꽃 길을 보고 ‘벚꽃은 한국이 낫다’라고 했는데, 왕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이곳에 오니 한국 벚꽃 생각이 안 났다.


요런 느낌


햇빛이 눈부시고 왕벚꽃이 사방에 만연하니 약간 몽환적인 기분도 들었다. 딸내미는 신나서 돗자리를 꺼내 펴고 그 위에 앉아 간식을 요구했다 ㅎㅎ 알고 보니 돗자리는 깔 수 없어서 접어야 했지만 잔디가 말라서 앉아 놀기 좋았고, 어른은 취사를 막았지만 아이들 먹는 건 허용해 줘서 할 만했다. 누구나 피크닉을 하고 싶을 만한 장소라 그런 규제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 자리에서만 1시간 반을 넘게 놀았다. 사진도 찍고, 잡기 놀이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아이가 만든 이해 못 할 게임도 하고. 공간 때문에 뭘 해도 좋을만한 장소였다.


돗자리 들고 뛰어가는 딸내미 ㅎㅎ


한참을 놀고먹고 떠들다가 다른 곳들도 가봤는데 전부 예뻤다. 여러 종류의 튤립이 가득한 정원, 접근성을 고려한 정원 (신체가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화단의 높이를 높여 꽃을 심어놨고, 점자 설명도 구비해 놨으며, 아이들이 마음껏 꽃을 만져볼 수 있도록 허용해 두었다.), 열대/ 사막/ 수중 식물 등이 있는 온실, 일본식 호수 정원을 보았다.


접근성을 고려한 정원. 오른쪽에 점자 설명판도 살짝 보인다.


식물원 자체는 작지 않지만, 각각의 정원들은 작게 구성되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다니기가 정말 좋았다. 각각의 정원들이 색깔이 뚜렷하고, 또 다양성에 대한 배려도 있는 점이 좋았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명상이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독립된 공간도 두 군데쯤 마련되어 있다고 했다.


진짜 튤립 종류가 다양했다.


목련 정원도 있고, 장미 정원도 있었는데 아직은 꽃이 피기 전이었다. 시즌마다 와보고 싶은 곳이었다. 딸내미도 재미없었다면서도 또 오자고 했다. ㅎㅎ 오늘 딸내미가 3시부터 가라테 수업을 받는 날이었는데, 10시부터 가서 딱 4시간 깔끔하게 놀고 돌아와서 가라테를 들여보내고 남편과 근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한숨 돌렸다. 한숨 돌리며 보니 동네 곳곳에 왕벚꽃 나무가 보였다. 그러고 보면 여기는 벚꽃보다 왕벚꽃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하늘하늘한 일본 감성과 미국의 대륙 감성 차이일까 ㅎㅎ


이제 아이스크림 먹기 딱 좋은 날씨가 되었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내서 기뻤다. 역시 나와야 한다. 어디 가는 거 싫어하는 남편도, 막상 집에 있으면 아이한테 짜증 내고 나오면 잘 논다. ㅎㅎ 아이가 잘 노는 건 물론이고. 날씨도 좋겠다, 가깝고 편한 곳을 잘 선별해서 다녀야겠다. 이제 봄 방학 12일 중에 4일 보냈다. (ㄷㄷ) 남은 8일도 잘 선방해 보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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