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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Jun 04. 2019

콩나물국, 뚜껑을 열면 정말 비린내가 날까?

솜대리의 요리탐구생활




어려서부터 먹는 낙으로 살았던 나는 주방에 붙어살았다. 매일 '우리 뭐 먹어?' 하는 질문으로 엄마를 괴롭혔고, 냉장고에 재고 현황에 빠삭했으며, 가스레인지 위 냄비는 다 열어봐야 직성이 풀렸다. 이런 나 때문에 엄마가 할 때마다 주의를 기울였던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콩나물국이다.


콩나물국을 한 번이라도 끓여본 적이 있다면 '중간에 뚜껑을 열면 비린내가 난다.', '중간에 뚜껑을 열 바에야 계속 열어놓고 삶아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엄마가 콩나물국을 끓일 때마다 나한테 뚜껑을 열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한 덕에, 나도 어려서부터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을 해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찾아보니 콩나물 비린내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이야기였다. 콩나물뿐 아니라 콩류는 대부분 비린내가 있다. 하롤드 맥기의 책 '음식과 요리'에서는 대두를 기준으로 콩비린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삶은 대두의 비린내는 대두 속에 많은 고도 불포화 기름과 대두의 기름분해효소 때문이다. 특히 콩을 익히는 등의 활동으로 콩 세포가 손상되면 기름분해효소와 산소가 대두 기름을 분해하는데, 이 분해된 조각에서 소위 말하는 콩비린내가 난다고 한다. 책에서는 삶는 시간(효소가 활성화되는 시간)을 최소화해서 이 비린내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콩류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비린내의 이유는 알게 되었지만 의아해졌다. 설명이 맞다면 뚜껑을 여닫는 건 콩 비린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대체 왜 콩나물국 뚜껑을 중간에 열면 비린내가 난다고 하는 걸까? 뚜껑을 열면 물의 온도가 낮아져서 삶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려서 비린내가 나게 되는 걸까? 그렇다면 뚜껑을 계속 열고 삶으면 시간이 더 오래 걸려서 비린내가 더 날 텐데, 왜 중간에 뚜껑을 열 바에야 차라리 뚜껑을 계속 열고 삶으라고 하는 걸까? 생각하면 할수록 의문은 커져만 갔다. 


그래서 한 번 비교해봤다. 콩나물국을 세 가지 버전으로 끓여 보았다. 




■ 버전

 1. 뚜껑을 계속 닫고 끓인 버전

 2. 뚜껑을 닫고 끓이다가, 끓고 얼마 지나지 않아 뚜껑을 연 버전

 3. 뚜껑을 계속 열고 끓인 버전 



콩나물 본연의 맛과 향에 집중하기 위해 레시피는 최대한 간소한 버전으로 택했다. (원래는 파나 무를 함께 넣어 끓여도 맛있다.) 그리고 변수를 줄이기 위해 재료의 양과 끓이는 시간 등 다른 요소는 통일했다.



■ 재료: 콩나물 120g, 물 700ml, 소금 3/4t

■ 조리법: 냄비에 콩나물, 물, 소금을 넣는다.

                 15분~20분 정도 끓인다. 



세 버전을 동시에 끓인 후 직접 비교해보았다.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남편도 함께 비교 시식에 참여했다. (먹어 본 간단한 감상은 아래 영상에) 





결론적으로는 세 버전 모두 똑같았다. 굳이 따지자면 2번 버전에서 미묘하게 콩나물 냄새가 나는 것 같았지만 정말 미묘한 정도였고, 그 콩나물 냄새가 그다지 비리지도 않았다. (임신으로 코가 잔뜩 예민해진 상태니 믿어도 좋다.) 


우선은 조리시간을 모두 맞춰서 끓였지만, 2번과 3번은 나중에 조금 더 끓여보기도 했다. 처음 비교를 했을 때 확실히 1번이 조금 더 끓은 느낌이 났다. 그래서 혹시 앞서 생각했던 대로 2번 방법은 1번에 비해 끓이는 시간이 더 길어서 비린내가 난다고 하는 걸까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일한 상태로 끓여도 맛과 향은 똑같았다. (콩나물국의 양이 많지 않아 추가로 끓이는 시간이 짧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량으로 조리하면 결과는 다를 수도 있다.)


콩나물국은 간단한 조리법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음식이었다. 어렸을 때 콩나물국을 끓일 때마다 엄마가 뚜껑 열면 안 된다고 한 마디씩 했던 게 마음속에 남은 건지, 뚜껑을 덮어놔 맛을 볼 수 없으니 완성 시점을 알 수 없다는 부담감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걱정 없이 콩나물국을 끓일 수 있겠다. 벌써부터 주말에 먹을 국 걱정을 덜은 듯 마음이 든든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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