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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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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Nov 04. 2024

폭풍 같은 일주일_241103

미국생활 442일 차



폭풍 같은 일주일이 흘렀다. 핼러윈 주간 + 첫째 생일 + 첫째 검진 + 첫째 몸살이 겹쳐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금요일: 스티븐네 핼러윈 파티

토요일: 커뮤니티 핼러윈 + 파이퍼네 교회 핼러윈 파티

일요일: 첫째 생일 파티

월요일: 첫째 검진

화요일: 어퍼이스트사이드 핼러윈 하우스 구경

수요일: 첫째 몸살 (원래는 센트럴 파크에서 잭 오 랜턴을 호수에 띄우는 행사가 있는데, 친구네랑 갈 생각이었다.)

목요일: 핼러윈 당일. 가라테 핼러윈 특별 수업 + 트릭올트릿

금요일: (학교 휴일) 코코 라이브 음악쇼 + 카밀네 핼러윈 파티



코코 영화를 틀어두고 오케스트라가 라이브 음악을 연주하는 코코 라이브 음악쇼. 보고 싶었는데 딸내미가 나가자 그래서 30분만에 나왔다. 설득 좀 잘 해볼걸


작년에 트릭 올 트릿을 하고 친구네서 저녁을 먹으면서 핼러윈 제대로 겪었다고 좋아했는데, 진짜 뭘 모르는 얘기였다. 미국은 이벤트에도 진심이고 아이들에도 진심인데,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이벤트인 핼러윈이니 난리가 났다. 다섯째를 낳은 스티븐 엄마 나, 일주일 연속 근무를 한 카밀 엄마도 파티를 열 지경이고, 우리 건물 도어맨은 핼러윈에 딸내미한테 초콜릿을 못 줬다고 다른 날 따로 챙겨서 줄 지경이었다.

카밀네 할로윈 파티. 우리나라로 치면 35평쯤 되는 집에 40명쯤 모인 것 같다 ㅎㅎ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멍때리고 있었던 듯



남들이 오라고 하는 곳, 가보라고 추천하는 곳만 갔는데도, 딸내미는 하루 뻗어서 학교를 못 갔고 나도 완전히 기진맥진했다. 이렇게 파티와 이벤트에 빠져 산 건 내 인생에서도 처음인 것 같다. ㅎㅎ 어려서부터 이렇게 즐기는 문화 속에서 살면, 조금 더 인생을 즐기며 사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그 외에도 첫째 검진이나 몸살 때문에도 정신없었다. 파티 없이 그 두 가지만 겪었어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 ㅎㅎ 주말이 되자 드디어 핼러윈은 모두 끝났지만, 주말이니 쉴 수 없었다. 토요일은 딸내미가 오랜만에 가고 싶대서 휘트니 미술관 키즈 아트 프로그램에 갔고, 오늘에야 드디어 거의 열흘 만에 별 스케줄 없이 집에서 쉬었다. (사실은 이게 더 힘들지만 ㅎㅎ)


그래도 휘트니 미술관 프로그램에 가면, 오가며 딸내미가 영상 전시물 등에 빠진 시간에 전시를 조금은 볼 수 있다. 도합 10분? ㅎㅎ


일주일 동안 가열찬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친정 엄마가 한국에 돌아간 후 과도기를 맞고 있던 우리 집 육아 시스템도 빠르게 정리된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첫째 담당, 남편은 둘째 담당이 되었다. (다른 애들도 보통 엄마가 데리고 나옴 + 남편보다 내가 더 외향적임 + 한 명은 둘째를 봐야 하는데 안아 재우려면 나보다 힘 좋은 남편이 나음) 친정 엄마가 있을 때는 첫째를 전담해서 아직 둘째와 서먹했던 남편은 이제 둘째와 한 몸이 되었고, 잠투정 심한 둘째를 꽤 잘 재운다. 둘째도 아빠를 알아보는 눈치고. 역시 일이든 뭐든 힘들면 좀 힘들긴 해도 적응은 빠르다. ㅎㅎ


어퍼 이스트 할로윈 하우스 구경은 아이가 학교 간 새 달리기 하면서 사전 탐방해서 미리 코스를 구상해뒀다. 덕분에 성공 ㅎㅎ


나는 뭐 적응할 게 있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묘한 느낌이 드는 순간들이 있었다. 내 삶은 멈춰있고 아이만 열심히 쫓아다니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어린이가 된 첫째의 전업 엄마가 된 건 처음이었다. 여기와 서도 나는 학교를 다녔으니. 그런데 또 이 상태가 이상하게 싫지는 않다. 지금 한창 예쁜 내 아이와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 감사하기도 하다. 한시적이라 그런 걸 지도 모르겠지만. 이 시간들을 귀하게 잘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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