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455일 차
내일 아침이면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땡스기빙 기념 퍼레이드를 한다. 안 그래도 번잡한 땡스기빙 전날인데, 우리 동네는 그 퍼레이드가 열리는 곳이라 더 정신없었다. 행사는 내일이지만 오늘부터 퍼레이드에 쓸 벌룬들을 가져다 놓고 미리 보기 행사를 해서, 그걸 보려는 인파가 엄청났다.
어차피 동네니 나도 첫째가 학교 간 사이 산책 겸 나섰다. 뭐 입장 대기가 있어봤자, 어차피 애들도 없고 나 혼자면 괜찮겠다 싶어서. 정말이지 어림도 없는 생각이었다.
일단 동네에서 걸어 다니는 것도 버거웠다. 거리마다 사람들이 그득그득 들어찼다. 거의 타임스퀘어급 인구밀도. 행사장 입구 쪽으로 가니 내 의지로 걸어 다닐 수가 없었다. 벌룬 근처에도 못 갔는데 그 정도니 한 시간을 기다려도 못 볼 것 같았다. 그 와중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목마를 태우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 그저 존경스러웠다.
애초에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사람들이 가득 찬 거리를 걷는 것만 해도 지쳤다. 길거리 가게들은 그 덕에 특수를 누리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벌룬의 끄트머리를 볼 수 있는 곳들이 있었고, 행사장 거의 끝으로 가니 딱히 통제 없이 살짝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아예 아무것도 못 보지는 않았다. 역시.. 허술한 미국에서 수키로에 달하는 행사장을 모두 통제할 수는 없었다… ㅎㅎ
올해 이 행사는 스파이더맨 엉덩이를 가까이서 본 걸로 만족할 예정이다.
이 퍼레이드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행사다. 시차를 두고 미국 전역에서 땡스기빙 하루 종일 생중계를 한다. 올해 새로운 벌룬이 뭐가 있나를 일반 사람들이 실제로 궁금해하고. 그래서 웬만하면 실제로 볼 텐데… 사전 행사도 이럴 진데 본 행사는 상상을 초월할 수준이다.
작년에 가봤는데, 사람들이 미어터져서 퍼레이드 본진은 볼 수도 없었다. 그걸 보기 위해 사다리를 가지고 나온 사람들도 수두룩해서 어른들도 앞을 보기 어려우니 아이들은 더 재미가 없다. 물론 떠다니는 벌룬은 보이지만 그걸로는 좀 심심해서 남편이 매우 싫어했다 ㅋㅋ 올해는 둘째도 있고 비까지 온다니 아무리 동네라도 불가능하다. 유튜브로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