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457-9일 차
해냈다. 4일간의 연휴 마지막날 저녁이고 딸내미 둘 다 드디어 잠들었다. 나름 잘 보낸 것 같은데도 진이 쪽 빠졌다. 어떻게 보냈나 돌아보면…
목요일: 오전에는 집에서 내 생일+둘째 백일 셀프 기념 촬영을 하고, 오후에는 파이퍼네에서 추수감사절을 잘 보냈다.
금요일: 집순이 첫째가 내내 집에 있었다. 덕분에 오전에 둘째가 제대로 못 자서 오후에는 남편이랑 건물 1층 라운지에 보냈다.
토요일: 오전에는 남편이 첫째를 데리고 도서관에, 오후에는 내가 메이시스 산타랜드에 갔다. (백화점 안에서 산타랜드를 구경하고 산타랑 사진도 찍을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 작년에는 15분쯤 기다리고 입장했는데 올해는 장장 1시간 20분을 기다렸다. 분명 예약한 시간에 맞춰갔는데… )
일요일: 오전에는 건물 라운지에서 아침을 먹었고, 오후에는 시간 때우려고 산 레고를 했다.
아이 둘과 원베드룸 집에서 잘 보내려면 애를 써야 하니 그게 엄청 피곤한 것 같다. 4일도 이렇게 긴데 12월 마지막 주 연휴, 귀국 전 8일은 어찌 보내나 싶다.
이렇게 힘들 줄 알고 남편한테 연휴 시작 전에 귀국하자고 했던 건데, 그냥 연휴 끝나고 남편은 지금 와서 ‘아내가 왜 연휴를 여기서 보내자고 한 걸까? 그렇게 정한 이유가 있겠지?’라고 블로그에 썼다. ㅋㅋ 남편이 그 당시 워낙 예민 보스라 웬만하면 크게 논쟁을 안 했는데… 어쩔 수 없다.
첫째를 보낼 단기 캠프 같은 곳도 알아봤는데, 싫단다. 서머 캠프 마지막 주 기억이 안 좋은 것 같다. 요즘은 이런 걸 안 가려고 한다. 서머 캠프를 잘 다니다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오셨다고 쉬다가 내가 출산한다고 다시 보냈더니 다니기 힘들어했다. 그냥 쭉 보내야 했던 것 같다…
어차피 짐 대부분은 그냥 버릴 거라 내가 첫째를 데리고 적당히 돌아다니고 영화도 보여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 계획도 미리 짜 봐야지…
아, 하지만 힘든 와중에도 같이 시간을 보낸 덕에 얻은 좋은 추억들도 있다. 산타랜드에서는 워낙 대기 시간이 기니 주변 애들이 다 울고 난리가 났는데, 딸내미가 의연하게 기다려줬다. 심지어 마치고 갔던 맥도널드에서도 직원 실수로 20분을 기다렸는데 잘 있어줬다. 오늘 레고를 하는데도 어른 레고라 어려웠을 텐데도 1시간 반을 꿋꿋하게 앉아서 해내고. 첫째의 멋진 모습을 많이 봤다.
둘째는 점점 잘 놀고 잘 잔다. 언니가 옆에서 놀고 있으면 무한으로 잘 있는다. 뒤집을 연습도 혼자 열심히 하고 있고, 잠투정도 짧아지고.
사람이 희한한 게, 힘들었다는 얘기를 쓸 때는 이번 연휴가 힘들었던 것 같은데 아이들이랑 추억을 쓰니 이번 연휴가 나름 따뜻하게 기억된다. 자꾸자꾸 좋은 기억을 기록해 내야겠다. 그럼 8일 연휴도 괜찮을… 수 있겠지?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