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472일 차
오늘은 딸내미가 좋아하는 링컨센터 어린이 공연을 다녀왔다. 링컨센터에서는 한두 달에 한번씩 다양한 주제로 어린이 공연을 하는데, 딸내미도 좋아하고 우리도 가면 한숨 돌리며 아이를 지켜보기만 하면 되니 꼭 간다. ㅎㅎ 오늘은 까칠한 친구 한 명과 활발한 친구 한 명이 서서히 친구가 되어가는 내용의 공연을 봤다. 이번에도 말없이 움직임과 음악만 있는 공연이었다.
심지어 노래도 없어서 말과 노래로 가득한 우리나라 어린이 공연과는 완전히 다르다. 아무래도 이곳에서는 어린 나이에는 더더욱 언어가 다양하니 (이민자 가정의 아이들은 어려서는 영어를 못하니) 그런 것 같은데, 그러다 보니 공연이 주는 자극이 오히려 평소와 더 달라져 좋다.
뭐 좋긴 좋지만 나는 주로 멍을 때리고 있었다. 귀국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고 그 앞뒤로 여러 일들이 걸려있으니 내내 정신이 없다. 할 것도 많고 걱정도 많고. 하지만 생각보다 일의 진도는 잘 나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오늘 육아를 제외하고 가장 에너지를 쏟은 일은 둘째 아기띠 구매다. 16시간 비행기를 타고 가려면 아기띠가 필수인데, 쓰던 신생아용 아기띠가 생각보다 일찍 작아졌다. 버텨보려 했는데 도저히 안될 것 같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배송난이 있어서 빨리 주문해야 했는데, 이곳의 브랜드와 모델들이 익숙하지 않으니 사는 데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애 둘과 함께니 하루 종일 한 일이 요거 하나다. ㅋㅋ 애들한테도 집중을 덜하고.
아기띠를 다 산 후에도 그냥 정신이 없어서 멍하다. 정신이 없어 그런가 체력이 달려서 그런가 어지러움증도 조금 있고. 귀국도 보름이나 남았고, 비행기는 16시간이고, 가서도 할 일이 태산인데 에너지 부스트가 필요하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세웠던 카페인과 당에 대한 셀프 제한을 풀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