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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Nov 22. 2023

내게 할 말을 잃게 만든 질문

"쉴 땐 뭐하세요?"

"휴일엔 뭐하세요?"


"휴일엔 육아를 해요"


"그럼 평일 저녁에는 뭐하세요?"


"대학원 수업을 듣거나 논문을 쓰거나 육아를 해요"


"그럼 언제 쉬세요?"


"......"


말문이 막혔다. 나도 쉴 때는 있다. 그런데 그 땐 불안해진다. 뭘해야할 지 모르겠다.


유튜브 보는 거도 즐겁지 않고 소설책, 만화책을 읽는 것도 흥미롭지 않다. 뭔가 생산적인 것을 해야 마음에 위안이 된다.


"좀 쉬면서 해. 그러다 건강 상해"


주변 분들이 내 건강을 나보다 더 많이 걱정해주시곤 한다.


"어차피 죽으면 잠만 잘텐데요. 그러니 깨어있을 때 잠은 줄여서 더 의미있게 살아야죠"


난 너스레를 떨며 이렇게 답하곤 한다.


실제로 난 잠을 줄여서라도 더 생산적인 인간이기를 추구한다.


요즘 술을 멀리하고 나니 나를 위한 시간이 많아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또렷하게 살아가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렇다보니 붕 뜨는(?) 시간이 생겼다. 뭘해야 할지 모르는 시간들이다.


그래서 그 시간에 뭔가를 하기 위해 평소 안보던 유튜브를 보려고 하기도 하고, 글을 쓰려고 브런치를 켜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뭘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답답한 마음이 들어 불안해진다.


주변에 가만히 멍하니 있는 것이 행복하다는 분들이 부러울 때가 이런 느낌을 받았을 때다.


'나란 사람은 뭘 그렇게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일까... 왜 난 자꾸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려고 애쓰는 것일까'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마저도 뭔가 더 지금 해야할 생산적인 일을 고민하는 나였음을 깨달았다.


요즘 늙는 게 두렵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두려움이 나를 더욱 더 현재 시간에 붙들어두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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