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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Nov 17. 2023

혀끝의 캔디 아니면 독

사람을 살리는 사람과 사람을 죽이는 사람의 혀에 관한 고찰

"선배님 늘 감사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선배한테 카톡을 보냈다. 어제저녁 자리에서 선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늦은 시간 전화를 드렸고, 연락이 닿지 않아 아침에 카톡으로 어제 상황을 설명드리기 위해서였다.




"ㅇ 선배는 사람을 살리는 분이셔"


어제 오랜만에 기자시절 후배들과 저녁자리를 했다. 같이 경찰서를 출입하며 밤샘(하리꼬미)을 함께하며 동고동락했던 이들이었다.


벌써 그들과 인연이 이어진 지도 10년 여가 흘렀다. 후배들은 20대였고 난 30대였는데 이제는 모두 40대가 됐다.


어제는 1년여 만에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다. 우리의 20대부터 현재까지 스캔하듯 수다를 떨며 이야기를 나눴다. 반가운 이들과 추억을 나누는 것은 늘 유쾌한 일이다.


"형님 잘 지내고 계신 거죠?"


"난 지금 어떻게 하면 50대를 잘 보낼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가는 중이야"


어느덧 우리는 50대를 위한 고민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50대 한 선배의 이야기로 흘러갔다.


"ㅇ 선배는 어디에서든 타인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지 않으시더라구. 나도 그걸 좀 배우고 싶은데 쉽지 않더라고. 정말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잖아. 그럼 내 경우 그 사람의 이야기만 나와도 스트레스를 받는데 말야"


ㅇ 선배는 기자 선배시지만, 사람을 소개시켜주고 싶은 분이 있으면 내게 전화를 주신다. ㅇ 선배와 함께 식사를 하다 보면 ㅇ 선배의 네트워크에 놀라곤 한다. 단순히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편히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되니 말이다. 그래서 ㅇ 선배가 나를 불러주시면 되도록이면 참석하려 애쓴다. 내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자극제와 같은 역할을 해주셔서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수많은 이들을 만나게 된다.


날카로움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혀 끝에는 날이 세워져 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특히 마음속 감기, 마음에 어둠이 찾아왔을 때엔 내 혀끝에는 치명적인 독이 발라져 있을 정도였다. 말을 하고 침을 삼킬 때마다 그 독이 내 목구멍을 타고 들어와 마음을 더욱 병들게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함께 이야기하고 있는 상대방을 너무도 힘들게 했었음을 고백한다.




나쁜 이야기를 굳이 자세하게 하고 싶지 않지만, 요즘 내가 고민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이 '혀끝'이다.


내 혀끝에 달려있는 것이 달콤한 캔디인지 아니면 나를 서서히 죽이는 독인지를 수시로 체크하려 애쓰고 있어서다.


부정적인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답답하고 힘들어서 자리를 피하고 싶어 진다. 예전엔 몰랐는데 마음의 감기를 겪고 난 이후 내게는 면역력 같은 게 생겼다. 어둡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며 내 마음에서 강하게 뇌를 향해 신호를 보내는 세포들이랄까.




술을 멀리하고 살아가다 보니, 또렷하게 살아가는 날이 많아지면서 지난날의 부끄러웠던 내 모습들이 떠올라 길을 걷는 것마저 창피해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이대로 사라져 버리면 내 지난날의 부끄럽고 못난 건 날들이 함께 사라질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럴 때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나의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다시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나의 말과 행동으로 상처받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이들을 상처를 보듬어주시고 내 말과 행동으로 상처받았을 이들의 앞날을 축복해 달라고 기도한다.


술을 멀리하며 또렷하게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사는 게 부끄러워진다. 


돌이켜보면 술로 인해 내게 소중했던 이들을 많이 놓쳤던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50대가 되어가고 있는 요즘, 더 생각이 많아진다. 연말이 왔나 보다. 조만간 또 한살이 내 나이에 더해지겠지... 숫자가 커지는 만큼 내 마음도 더 유연해지고 내 혀끝은 더욱 달달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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