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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미생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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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Apr 10. 2024

"아들! 아오리라멘 어때" 후기 쓰려다 심장이 철렁

일본서 맛본 이치란라멘보다 좋았는데 이런 사연이...


사실 기대하지 않았다

아들은 '일본 라멘'을 좋아한다. 일본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생라면을 된장 베이스로 구수하게 우려낸 육수에 담아낸 라멘을 좋아하는 것이다. 오해 없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우겠지만.


요즘 아들의 표정이 어두워질까 봐 마음이 많이 쓰인다.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고 싶지만, 해야 할 일이 자꾸 쌓여만 가니 주말에 밀린 숙제를 해야 하는 부담감과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 문제들과의 신경전을 벌이는 게 눈에 보여서다.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이 되고 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기보다 이제 놀이에서 학습으로 넘어가다 보니, 예전과 다르게 공부 난도가 높아져서이리라 짐작해 본다.


산수가 아닌 사고력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고, 영어도 이제는 문법도 시작해야 하는 듯 보였다.


사실 오늘 찾은 '아오리라멘' 식당, 정확히 명칭은 '아오리의행방불명 노원점'이다. 큰 기대를 하고 간 곳이 아니었다.


노원에 있는 일본식 라멘집은 거의 다 가봤는데, 요건 새롭게 눈에 띈 곳이라 아들의 스트레스를 좀 풀어주려고 가보자고 제안한 것이 오늘 여정의 시작이었다.


아들~!!!
오늘 저녁에 일본라멘 어때?

"어딘데?"


"응~! 아오리라멘집이라는데 노원역 쪽에 있어"


"좋아!!!"


아들은 흔쾌히 수락.


여기 주차는 어디에 해야 하지?

네이버 플레이스로 검색해 보니, 주차 가능이라고 적혀있었는데 위치가 나오지 않아 가게로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은 친절히 주차장을 말씀해 주셨다.


"1층 커피나무가 보이실까요? 커피나무 사잇길이 차 한 대 들어올 수 있는 골목이에요. 그쪽으로 들어오면 왼쪽 네 번째 가게 옆 지상주차장이나 거기에서 바로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어요. 지하 1, 2층이 주차가 가능한데 지하 2층은 경사로가 급하니 조심하세요"


사장님은 굉장히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주차를 무사히 마치고 건물 2층으로 향했다. 아오리의행방불명 라멘집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면 바로 입구가 보였다.


2층 엘리베이터 앞 아오리라멘집

입구로 들어서자 왼쪽에 키오스크가 있었다. 우리를 반기는 직원분은 없어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일요일 저녁이라 그래서일까. 식당은 한산했다.

사실 이렇게 한산한 것이 좀 의아하긴 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아오리라멘에 얽힌 이야기를 몰라 그러려니 했다.


들이 맛있게 먹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이것저것 주문했다.


아들은 아오리라멘에 차슈 2장을 추가했고, 거기에 라무네라는 구슬사이다도 시켜줬다. 이런 일본 식당에서는 치킨가라아게를 맛봐야 한다는 내 나름의 철학이 있어 주문했다.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식당 내에는 1인 좌석시스템이었다. 일본 오사카 여행 때 만난 이치란라멘집이 떠올랐다.


자리에 앉으니 아오리라멘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 적혀있었다.


잠시 후 음식이 나왔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사진을 찍지 않고 먹었다. 다진 마늘이 같이 나왔길래 크게 세 스푼을 넣었다. 정말 듬뿍 넣었다.


리고 국물을 수저 떠서 입안으로 흘려 넣었다.


그러자...... '와..... 정말 맛있다.......'는 감정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고개를 들고 올라왔다.


아들을 쳐다봤다

아들은 추가한 차슈 2장이 나온 앞접시에 라멘 면발을 담아 이미 정신없이 먹고 있었다.


"아들 우리 오사카 안 가도 될 것 같은데! 이제 라멘 먹고 싶으면 여기서 먹으면 될 것 같지 않아? 아빠는 여기가 이치란 라멘보다 더 나은데!!!"


아들은 그럼에도 항아리 온천이 있는, 저녁에 무제한 라멘을 주는 호텔을 가야 하니 일본 오사카를 가보고 싶다고는 했으나, 이치란 라멘 대신 아오리라멘을 먹는 것까지는 거부하지 않았다.


그리고 '치킨가라아게'가 나왔다. 총 4조각이었다. 아들이 한 조각, 내가 한 조각을 먼저 맛봤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에 마음속 주문의 욕구가 용솟음쳤다.


'그래.... 여기엔 무조건 맥주지!'


먹다 보니 난 국물까지 남김없이 흡입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여기 세트메뉴에 왜 밥이 함께 있었는지 이제야 알았다'


아쉬웠지만 이미 단품 위주로 시킨 터라 추가로 밥을 주문하기엔 돈이 아깝다 생각이 들어 다음에 오면 세트메뉴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하고 서비스로 제공되는 단무지와 함께 국물 드링킹을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브런치에 이야기를 담고 싶은데!

오늘 맛본 아오리라멘을 브런치스토리 '미생' 브런치북에 담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막상 찍으려고 보니 난감했다.


사진을 찍었어야 할... 음식들은 이미 모두  뱃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아들 앞에 아오리라멘과 구슬사이다 '라무네'도, 그리고 우리 앞에 '치킨가라아게'와 추가한 '차슈'도... 모든 게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남은 것이라곤.... 빈 그릇뿐이었다...


그래도 아쉬운 대로 사진은 찍어야겠기에.... 늦게라도 찍을 수 있는 사진들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최대한 있어 보이게 배치해 놓고... 한 컷....


꿩대신 닭이란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후기를 쓰며 네이버플레이스 내 아오리의행방불명 노원점을 찾아봤다.


네이버 플레이스에는 업체에서 올려주신 사진들이 있었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설정샷이 아니라, 실제로 나온 라멘 모습과 동일한 모습이라 더욱 마음이 놓였다. 사진을 보니 또 한 그릇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음엔 꼭 맥주까지!!!'

출처: 아오리의행방불명 노원점 네이버플레이스


일본에 이치란 라멘이 있다면, 한국 노원에는 아오리라멘이 있었다. 이제 집 앞에 일본 라멘이 먹고 싶을 때면 올 곳이 생겨 너무도 기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아들도, 나도 일본 라멘이 먹고 싶을 때면 아오리라멘을 오자며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 맛있는 기분 좋은 한 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오늘은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저녁 시간의 '일본 라멘' 한 끼였다. 기대를 하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른다. 치킨가라아게도 정말 기분 좋은 한 입이었다. 맥주 한 잔이 너무도 그리울 만큼


오늘 우리 가족이 맛본 오늘의 기분 좋은 한 끼를 기억하고 싶어 이렇게 글로 남긴다.


과장님
저 어제 엄청난 라멘집을 발견했어요

다음날 아침. 출근해 직원분과 회의를 하기 전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을 가지며 소소한 주말 동안 일들을 나눴다.


"과장님 노원역에 '아오리라멘'이라고 있는데 일본에서 맛봤던 이치란 라멘보다 전 더 좋았어요"


"팀장님 혹시 그 아오리라멘이 연예인 아오리라멘 아니에요?"


"네???? 연예인이요????"


심장이 덜컥했다. 괜히 맛있는 라멘집 발견했다고 오늘 가족과의 즐거운 시간을 기록하려다가 낭패를 볼까 봐 겁이 났다.


검색해 봤다.

그랬더니 몇 년 전 사회적 이슈로 인해 아오리라멘 프랜차이즈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가 국민들의 공분을 사게 됐고, 결국 아오리라멘 본사는 파산신청을 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장님 아니었다면 내 글이 오해를 살 뻔했구나'


다행인 건 지금은 연예인분과 상관없는 자영업자분들이 기존 브랜드를 바꾸거나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라멘집을 꾸려가고 있는 듯 보였다.


고민했다

글을 발행해야 할지 아니면 이대로 내 공간에 그대로 남겨둬야 할지. 그러다 결정했다. 발행하기로.


내 의도가 순수하게 시작했으니, 이 글이 오늘 우리 가족의 하루를 기억하고자 기록하는 것이 목적이니.


요즘 경기가 정말 좋지 않다. 소상공인 분들,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다들 잘 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디 제 글을 읽는 분들께서는 오해가 없었으면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을 담아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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