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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미생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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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Feb 24. 2024

'NO키즈존' 라멘집 덕택에 만난 야키니쿠 전문점

명동역 10번 출구 쪽 야키니쿠 카와우소

"아빠 푸짐해서 좋았어! 여기 저장해 줘 또 오고 싶어"


"그래! 아들 그런데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어?"


"여기 고기는 바싹 익혀서 맛있었어! 아빠가 맛본 제육은 어땠어?"


"매콤한데 숯불에 구운 듯한 맛이 색달랐어! 보통 제육은 프라이팬에 구워서 기름기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담백한 고기맛에 불맛(?)도 느껴져서 좋았어"


"아빠! 난 지금 너무 배불러 포만감이 엄청나"


아들이 연신 잘 먹었다며 내게 말을 건넸다.


사실 우리는
일본라멘집을 가려고 했다


"아들 오랜만에 명동 나들이인데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빠는 뭐 먹고 싶어?"


"여기 명동돈가스 유명하고, 라멘집도 찾아보면 있을 거야"


사실 명동에서 아주 특별한 것을 먹겠다는 생각보다는 기존에 맛봤던 것 중에서 고르려 했다. 오랜만에 명동 나들이이니 아들이 좋아하는 돈가스나 라멘이면 꽤 기억에 남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빠 그럼 라멘 먹으러 가자"


"좋아~ 그럼 검색해 볼게~! 여기에서 쭉 직진하면 라멘집이 나오네~"


"아빠 그럼 거기로 가보자~!"


우린 500미터 정도를 걸어 라멘집 앞에 다다랐다. 라멘집은 유명한 집인지 다른 식당과는 달리 줄이 길게 서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곳 앞에 팻말이 하나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바로 'NO키즈존'이란 문구가 적힌 팻말이었다.


"아들 여기는 'NO키즈존'이라네. 우리는 안 되겠다. 다른 곳으로 가보자! 여기 아빠가 예전에 맛봤던 특별한 돈가스 집이 있었는데 거기 한번 가볼래?"


"응 가보자"


아들은 'NO키즈존'이라는 문구에 실망한 듯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런 아들의 모습이 대견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NO키즈존'이란 단어가 좀 씁쓸했다.


조금 힘이 빠져 되돌아가는 길에 아들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곤 아들은 가게 앞에 적힌 메뉴판을 들여다봤다. 거기에는 런치 한정 숯불고기가 있었고 아들은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아들~~ 요즘 제육 좋아하잖아~ 여기 맛있어 보이는데? 들어갈까?"


"응 여기 무척 맛있어 보여 들어가자"


그렇게 우리의 오늘 점심은 숯불고기로 정해졌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깔끔한 실내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사장님께서는 우리가 앉을 테이블을 친절히 안내해 주셨다.


테이블에는 직접 주문할 수 있는 '테이블오더'가 자리하고 있어 아들과 나는 들어오기 전 보았던 2 종류의 반상 세트를 시켰다.

NO키즈존에는
명확한 나이 제한을 명시해 줬으면 좋겠어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아들에게 나의 마음속에 불편함이 있었던 'NO키즈존'에 대한 생각을 토로(?)했다.


"아들, 나는 아까 'NO키즈존'이란 문구를 보고 좀 마음이 불편했어. 사실 'NO키즈존'이란 게 생겨나게 된 것이 어린아이들이 식당에서 뛰어다니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 등의 행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문제가 되어서라고 생각하거든. 그런데 사실 우리는 큰 소리로 떠들지도 않고 그저 맛있는 요리를 맛보고 싶었던 것뿐인데 말야! 게다가 우리는 인원수대로 식사를 주문하니 성인들하고 다를 바도 없어서 가게에 손해를 끼치지도 않잖아!"


나의 푸념과는 달리, 아들은 내 말을 듣고 크게 호응을 하거나 답을 하거나 하지 않았다.


아빠~!
여기 야키니쿠 뜻은 뭘까?


어쩌면 아들은 나의 'NO 키즈존'에 대한 부정적인 기운보다는 지금 앉아있는 이곳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 차 보였다.


'아... 내가 불필요한 부정적 에너지를 전했구나'


얼른 정신을 차리고 아들에게 야키니쿠의 뜻을 알려주기 위해 휴대폰을 열고 검색했다.

야키니쿠(일본어: 焼肉 やきにく)는 한국의 고기구이 문화가 일본에 전파하여 일본에서 부르는 단어로, 일반적으로 식탁에서 즉석으로 고기를 구워 먹는 요리 전반을 말한다.


"아들! 야키니쿠라는 단어가 한국에서 전파된 불고기 같은 느낌인데~"


그러고 나서 아들에게 위키나무에 적힌 상세 설명을 읽어줬다.

한국의 불고기에 영향을 받았다. 메이지 유신 이전에는 불교의 음식 문화가 국민의 식생활에까지 영향을 주게 되어 네 발 달린 짐승은 더럽다는 생각이 일반 국민들에게 널리 퍼져 있었고 기아가 발생해도 고기를 먹지 않을 정도로 생선과 쌀을 주식으로 하였다.

하지만 메이지 이후 한국의 불고기 문화가 일본에 건너가 지금처럼 식탁에서 직접 구워 먹는 형태의 식습관이 생겼다.

너비아니/불고기가 1945년 전에 'とんちゃん焼き(통찬구이)'라는 음식으로 전해졌다. 이후 재일 교포들이 일본에서 식당을 하면서 야키니쿠를 팔기 시작하였다.

기존 양념에 재워먹던 광양식 불고기의 양념이 일본에서 상업화하여 '타레'(垂れ)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어 가정에서도 불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안 매운
야키니쿠 나왔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요리가 나왔다. 사장님께서는 친절하게도 '안 매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셔서 망설임 없이 아들 쪽으로 안내할 수 있었다.

 

아들은 요리가 나오자마자 먹방을 찍듯 젓가락과 숟가락을 바삐 움직이며 먹어대기 시작했다.


맛있게 먹는 모습에 그저 아빠로서 감사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어 사진을 찍고 싶어졌다.


그리고 시간이 잠시 흐르고 매콤한 제육이 맛깔스럽게 보이는 '숯불 제육 반상'도 내 앞에 놓였다.


사진을 예쁘게 찍고 싶었지만....  이게 내가 찍은 최선임을 고백한다...


아들과 난 담소를 나누며 각자에게 주어진 식사를 감사히 맛있게 먹었다. 천천히 꼬옥꼬옥 씹으며 식사시간의 여유로움과 야키니쿠의 맛과 멋을 즐겼다. 그럼에도 우리의 식사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약 20분 정도만에 싹 비웠다.


아빠 여기 나중에 명동 나오면
또 오고 싶어! 저장해 줘~!


아들이 정말 맛있게 먹고 나면 다음에 또 오자고 내게 이렇게 부탁을 하곤 한다.


"응! 그래! 아빠가 잘 저장해 둘게"


브런치에 저장해두고 싶었다. 아들이 커서 아빠와의 추억을 되돌아보고 싶을 때 들어와서 오늘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을, 우리가 함께한 명동데이트를 기억해 줬으면 바람에서다.


"아빠 이제 우리 나가자"


아들은 어느새 듬직해졌다. 엄마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도 늘 기특한데,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도 깊어 눈시울이 붉어질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이렇게 잘 키워준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아내 덕택에 아들이 이렇게 잘 성장해 준 덕이라 생각해서다. 잘 케어해 주고 함께 해주면서 아들이 결핍 없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니 말이다.


아이가 엄청 잘 먹던대요~


계산을 하기 위해 사장님께 다가가자 내게 웃으며 말을 건네셨다. 아마도 아들의 먹는 모습을 지켜보신 듯했다.


"아들이 너무 잘 먹었다고 하네요! 감사합니다! 또 오고 싶대요"


나도 사장님께 화답했다.


아들과 함께 한 숯불 불고기 맛집을 저장하기 위해 '저장하기'를 눌렀다. 그리고 내 일기장인 브런치에 기록하기 위해 지도를 캡처했다.


'NO 키즈존' 라멘집을 원망할 마음은 없다. 그 덕택에 이렇게 아들이 좋아하는 새로운 맛집을 알게 됐으니. 그것으로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다.


그리고 'NO 키즈존'에 대해서는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그리고 아이들을 식당에서 방치하는 부모에 대해서도...


누구나 다 피곤하다. 육아를 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힘든 일이다.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아이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그런 과정을 이겨내고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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