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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Nov 05. 2024

고무나무 한그루

말없이 침묵하는 그대의 마음을 내가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지난겨울, 바람이 차게 불던 어느 날, 나는 직책자가 되어 한 그루의 고무나무와 작은 난을 선물 받았다. 그 초록빛 생명들이 내 공간에 스며들던 순간이 떠오른다. 그때는 이들의 잎사귀에 맺힌 이슬방울 하나하나가 어쩐지 내 마음에 젖어들 것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1년이 지난 지금, 난은 힘없이 고개를 떨궜고, 그나마 고무나무만이 낡은 화분 속에서 조용히 내 곁에 남아 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내게 기대어 선 고무나무를 그저 바라본다.


"말없이 침묵하는 그대의 마음을 내가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우리는 때로 너무 많은 말을 쏟아내기도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정말 필요한 마음은 전해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나도 이 작은 생명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자 했으나, 결국 번번이 시들어버리는 그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 한 켠이 아프고, 내 미숙함이 안타깝기만 하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난의 가는 잎을 조심스레 닦아내며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모습을 상상해보곤 했지만, 현실은 그저 고요한 이별만이 남았다. 그저 담담히 시들어 가는 잎사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직 나는, 그 침묵 속에 숨어 있는 그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내공이 부족한 것 같다. 이들과 함께하기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구나, 그렇게 혼잣말을 삼키듯 중얼거린다.


고무나무를 마주하며 문득 떠오르는 마음의 잔향을, 이렇게 글로 남겨본다.



글쓰기에 고민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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