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 이젠 그 친구를 멀리해야겠다
흐린 하늘 아래, 잿빛 공기가 가득 찬 오후였다. 내리던 비가 멎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땅은 축축했고, 공기 중에는 풀린 먼지와 습기가 섞여있었다. 흐릿한 햇빛이 얇게 깔린 구름 사이로 비쳐왔지만, 따뜻하다기보다는 서늘한 기운이 더 강했다. 이런 날씨는 왠지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든다.
나는 카페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내 마음 한구석에 쓰레기 더미들이 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것은 말들이었다. 가시 돋친 말, 깊은 속내를 모른 채 내게 던져진 의심의 말,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나를 향해 뱉어졌던 무심한 말들.
평온했던 마음은 그 말들에 조금씩 오염됐고, 그 찌꺼기가 점점 마음속을 퍼져 나갔다. 답답해진 내 마음은 숨이 막힐 것 같다며 조용히 나에게 하소연했다.
'또 내가 괜한 행동을 했구나'
작은 목소리가 내 안에서 흘러나왔다. 다른 누구의 탓도 아닌, 나 스스로의 질문이었다.
내가 오지랖을 부린 걸지도 모른다. 내 의도는 '선의'였지만, 상대방에게는 불편과 짐으로 다가갔나 보다.
그를 돕고 싶었다. 그래서 요새 잘 마시지도 않는 술잔을 기울여줬고, 그가 좋아하는 것을 사주기 위해 기꺼이 돈을 썼다. 그리고 안전한 귀갓길을 챙겨주려 택시비까지 쥐어주며 애정과 마음을 쏟았는데... 돌아온 것은 원망뿐이었다.
"왜 그런 부질없는 오지랖을 부렸을까?"
나지막이 내뱉고 고개를 저었다. 창밖의 회색빛 세상이 더 짙어지는 것 같았다.
“자꾸 부추기지 마! 왜 자꾸 바람을 넣어!”
비난조였다. 나에 대한 짙은 원망이 배어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나는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숨이 막혔다. 억울했다. 내가 왜 이 말을 들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뱉고 싶은 말을 꾹 삼켰다. 그와 논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걸 알았다. 그의 생각은 이미 굳어 있었다.
그의 비난과 원망은 점점 나를 끌어당겼다. 내 평온했던 마음마저 어지럽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마음이 병들 것 같아...'
다행히 하늘이 내게 탈출구를 열어주었다. 그 자리에서 벗어난 후, 나는 깊게 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그가 그 자리에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겠지.’
그는 늘 자신의 불편함을 하소연했다. 하지만 결국 그의 불만은 그 스스로 만든 울타리 같았다. 나는 그를 돕고 싶었지만, 내가 그를 돕는다는 것은 어쩌면 나의 오만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뭐라고...'
오히려 그의 불만이 나를 갉아먹었고, 나의 평온했던 마음마저 흔들렸다.
만약 내가 그 자리에서 조금만 더 있었다면... 빠져나오지 못했다면, 나 역시 그의 방사능 같은 불평 속에 갇혀버렸을지도 모른다.
'편두통이 다시 시작됐다...'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브런치를 열었다. 억울해하는 내 마음을 위로해 주고 오염된 마음을 정화시켜 주기 위해 글이 쓰고 싶어졌다.
쓰레기 더미처럼 쌓인 생각들을 쏟아내며 마음을 비워내기 시작했다. 손 끝에서 흘러나온 단어들이 내 속에 쌓인 쓰레기를 토해냈다. 억울함, 슬픔, 그리고 조금의 후회. 그 모든 감정이 액정화면 위에 모습을 드러내고, 내 마음의 무거움은 조금씩 가벼워졌다.
'더 이상 그러지 말자'
스스로에게 말했다.
'내가 뭐라고...'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 있는 법이다. 내가 그를 돕고자 했던 마음은 선의였지만, 내 선의가 부질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어차피 그렇게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내 마음을 병들게 하면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그렇게 다짐했다. 남의 삶에 발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나의 선의를 지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가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은 나의 마음이다.
쓰레기 더미를 치우고 나니 비로소 마음속에 맑은 공기가 들어오는 듯했다. 오늘도 글쓰기가 나를 치유했다. 다시 한번 다짐했다.
'내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마음속 쓰레기 더미가 치워진 느낌이다. 글쓰기가 이래서 좋다. 나와의 대화를 통해 내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다짐했다.
'이젠 그 친구를 멀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