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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성

마음이 노래한다. 오늘은 괜찮을 거라고

by 광화문덕

창문 틈으로 흘러든 바람이 여전히 차갑다.


4월의 끝자락이라고는 믿기 힘든 쌀쌀한 공기다.


빛보다 먼저 깨어난 회색 구름은 하늘을 엷게 덮고, 도심의 모든 사물 위에 무표정한 얼굴을 드리운다.


눈을 떴지만 가슴은 무겁다. 심장은 천천히 뛰지만, 생각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일어나야 한다. 하루가 시작됐다. 오늘도 출근해야 한다'


알람을 끄고, 물처럼 흐르는 시간을 따라 습관처럼 욕실로 향했다.

거울 앞,


익숙한 내 얼굴이 낯설게 느껴진다.


지친 듯 보이고, 어딘가 잔뜩 움츠린 듯한 표정. 차가운 물로 얼굴을 적시는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익숙한 멜로디가 들린다.


“마법의 성을 지나, 늪을 건너~
어둠의 동굴 속 멀리 그대가 보여~

이제 나의 손을 잡아보아요…”


마음이 흥얼거리고 있다.

나는 그 순간, 멈춰 섰다.


마음이 부르는 노래가 내게 말하고자 하는 것 같아서다.


눈을 감고 천천히 가사를 느끼며 마음의 소리를 따라갔다. 내 안에서 떨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지워낸 줄 알았던 불안, 설명하기 어려운 외로움, 그리고 너무 오래 참아 눌러 잊고 있던 슬픔을 안고 있는 아이였다.


마음이 다시 속삭였다.

“자유롭게 저 하늘을 날아가도 놀라지 말아요
우리 앞에 펼쳐진 세상이 너무나 소중해 함께 라면…”

마음의 응원 소리였다.


무너질 듯한 순간마다 아무 말 없이 날 지탱해 준 ‘내 안의 나’.


"두려움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라고"


마음이 나를 토닥이고 있다.

오늘 하루만큼은 괜찮을 거라고.


“두려워하지 말자. 오늘도 도망치지 말고 내게 주어진 시험과 당당하게 맞서자”


거울 너머의 나를 보며 다짐했다.

아침은 여전히 차가웠고, 세상은 어제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아침엔 내 마음이 불러준 응원이 내 마음속에 머물러 있다.


내가 부른 것도, 내가 들은 것도 아니지만,
분명히 내 안에서 시작된 노래.

오늘도 어쩌면,
마법 같은 하루가 시작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그렇게, 나는 다시 세상으로 발을 디뎠다.


내 마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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