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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게임:인간 심리의 끝을 건드리는 게임

[넷플릭스《데블스 플랜》1회 리뷰] 정체를 드러내도 되는 전략 심리전

by 광화문덕

긴 연휴 무엇을 볼까 고민하다 우연히 보게 된 유튜브 광고가 있다. 바로 '데블스 플랜'. 뻔한 배틀 경연일까 싶어 무시하고 또 무시했는데 자꾸 눈에 띄어 검색해 봤다.


결정적으로 내가 한 번 보고 싶다는 느낌을 받은 건, 《데블스 플랜2》 영상 속에 이세돌님이 나오시는 부분이었다. 도대체 뭐길래 이세돌님이 출연하시는 걸까.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에 접속했다.


사실 1화의 인트로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다.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는 과정이 길게 이어졌고, 차라리 본 게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인물들을 보여주는 방식이었으면 더 몰입감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1화의 메인매치 ‘바이러스 게임’이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게임은 단순한 예능을 넘어, 하나의 정교한 시스템 안에서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실험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겉으로는 마피아 게임의 진화형처럼 보이지만, 정교한 룰과 복잡하게 얽힌 관계 설계는 그 이상을 보여준다. 단순한 방송용 콘텐츠로 소모되기엔 아쉬울 만큼, 보드게임으로의 확장 가능성까지 염두에 둘 수 있는 탄탄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 연구자의 시선으로 보면 ‘바이러스 게임’은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현실을 모사한 ‘사회적 시뮬레이션’의 프로토타입에 가깝다.


플레이어들은 역할을 부여받고, 제한된 정보 안에서 선택과 판단, 신뢰와 배신을 반복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통해 각자 '서사의 주체'가 된다.


현실의 규칙을 약간 비틀어 구축된 이 닫힌 세계는, 가상 공간이 인간의 사회성을 실험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품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결국 이 게임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디지털 아바타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타인과 관계 맺고, 어떻게 정보를 다루며, 어떤 조건에서 윤리와 전략 사이를 오가는지를 탐색하게 만든다.


《데블스 플랜》 속 ‘바이러스 게임’은, 메타버스 시대에 우리가 마주하게 될 또 다른 ‘사회적 현실’의 축소판일지도 모른다.



이 게임은 어떻게 돌아가는가?

《바이러스 게임》은 12명의 플레이어가 원형으로 둘러앉아,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전략과 추리를 주고받는 심리 게임이다. 그러나 이 게임은 단순한 마피아류 게임이 아니다. 룰의 디테일이 상상을 초월한다.


바이러스 게임은 총 12명의 플레이어가 참여하는 심리전 기반의 게임이다.
참가자들은 세 가지 진영으로 나뉘며, 각 진영마다 다른 목표와 승리 조건이 있다.


게임의 기본 구성
세 진영, 세 개의 승리 조건


《바이러스 게임》은 다음 세 진영으로 나뉜다.


1. 시민 진영 (총 8인)

승리 조건: 시민은 테러리스트를 모두 제거하거나 항체 개발을 완료하면 승리한다.

기 자 (1명): 매 라운드, 한 사람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다.

연구원(2명): 항체 보균자를 찾아 치료제를 개발한다.

시 민(5명): 이들 중 1명은 항체 보유자이다. 항체 보유자 본인도 본인이 항체 보유자인지 알 수 없다. 명확한 능력은 없지만, 정보를 조합해 추리를 이끈다.


2. 테러리스트 진영 (총 2인)

승리 요건: 테러리스트의 승리 조건은, 항체 보유자 외 모든 플레이어 제거다.

각자 1회씩 사용할 수 있는 세 가지 능력을 부여받는다.

감염 미션: 지정한 플레이어를 감염시킴. 2라운드 후 사망.

테러 미션: 총알 한 발로 플레이어 제거 가능. 단, 총은 단 2발.

해독 미션: 백신 개발을 방해하거나 감염을 은폐하는 전략에 사용.


3. 중립 진영 (총 2인)

수사관: 매 라운드에 총알을 발사해 플레이어를 제거할 수 있음. 테러리스트를 모두 제거하면 피스를 얻는다. 실수하면 시민에겐 패배, 본인에겐 낭패.

광신도: 게임 도중 죽어야만 피스를 얻을 수 있다. 단, 죽는 라운드가 빠를수록 보상이 커진다.(1R=3피스, 5R=0)


핵심 룰 정리
“당신의 정체는 말해도 된다”


1. 정체 공개 허용

자신의 역할을 말해도 되며, 거짓말도 가능하다.

단, 말하는 순간부터 신뢰/불신이 갈리고, 암살 대상이 되거나 전략적 위험에 처할 수 있다.


2. 감염 전파

테러리스트가 특정 플레이어를 감염시키면, 2라운드 후 사망한다.

감염자는 양옆의 플레이어에게도 전염되며, 그 전파는 해독제를 통해 차단 가능하다.


3. 사망자 정보 공개

죽은 플레이어의 정체는 공개되지만 항체 보유 여부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4. 자기 감염 확인

자기 감염 여부 확인 기회는 단 1회이며, 검사소에서만 가능하다.


5. 라운드 방식

게임은 총 5라운드로 구성된다.

각 라운드에는 감염, 조사, 총기 사용, 자유 토론 등의 단계가 포함된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감염자는 사망하거나, 치료 여부에 따라 살아남기도 한다.


3. 정보 수집과 역할 수행 TIP

기자는 매 라운드 1명씩 조사하여 정체를 알 수 있다. 단, 너무 일찍 정체를 드러내면 표적이 되기 쉽다.

수사관은 총알을 2개까지 가지고 있으며,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자를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실수하면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연구원은 감염자 중 항체 보균자를 찾아내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 백신이 완성되면 시민 진영이 승리한다.

테러리스트는 감염과 총기를 혼용해 시민 진영의 핵심 역할부터 제거하려 한다.


감염은 전염된다
조용히, 하지만 치명적으로


이 게임의 핵심은 바로 ‘감염’ 시스템이다.

테러리스트가 감염시킨 플레이어는 2라운드 후 사망한다. 하지만, 감염은 한 명에서 끝나지 않는다. 감염자의 고유 번호 기준 양 옆의 플레이어도 같이 감염된다. 마치 도미노처럼.


단, 해독제를 마신 플레이어가 해당 감염 경로에 있다면 전파는 차단된다. 1번과 12번은 연결된 자리이기 때문에, 감염은 원형으로도 퍼질 수 있다. 전염병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있다.


“정체를 말해도 됩니다”
하지만 그게 무기일까, 덫일까


“자신의 직업을 공개해도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어? 그럼 다들 시민이라고 우기면 되는 거 아냐?”

그렇지 않다.


정체를 밝히는 순간부터 신뢰의 시험대에 올라야 한다.

기자라고 밝혀도 믿어주는 사람보다, "그거 테러리스트가 기자인 척하는 거 아냐?"라고 의심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정체 공개는 일종의 도박이다.

잘 활용하면 협력을 이끌어내지만, 단 한 번의 오해, 단 한 사람의 반박으로 암살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하나, 라운드가 진행되면서 사망자가 발생하게 되고, 직업이 공개된다. 정체를 말하는 이들 속에 혼자만 숨기는 것도 의심의 대상이 된다.


《바이러스 게임》의 진짜 재미
인간관계 시뮬레이션


결국 이 게임은 룰의 복잡함보다도 '어떻게 관계를 맺고, 정보를 배분하며, 오해를 피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정보는 힘이지만, 정보를 흘리는 방식과 시점이 이 게임의 승패를 가른다.


누군가 말한다. "내가 기자입니다."

누군가 반박한다. "그 사람이 기자인 증거는 뭔가요?"


그리고 또 누군가는 침묵한다. 그 침묵은 때때로 총보다 더 위협적이다.


OTT 예능으로 보기엔 아까운
룰 기반 심리 게임의 완성형


《데블스 플랜》의 1화, ‘바이러스 게임’은 단순히 방송용 게임으로만 즐기기엔 너무 아쉽다. 보드게이머도, 마피아 게임 팬도 감탄할 만한 완성도 높은 설계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걸 보면서 드는 생각은 단 하나다.


'이 게임을 내 친구들과 해보고 싶다.'


이 게임은 증거보다 믿음을 시험한다. 진짜 적은 감염도, 총도 아닌, ‘너를 믿을 수 있을까?’ 하는 그 의심이다.


그래서 《바이러스 게임》은 예능이 아니라, 하드코어 인간관계 시뮬레이터다.


총평
《바이러스 게임》은 룰의 설계만으로도 보드게임 마니아와 심리전 팬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전략 구조를 갖췄다. 단순히 “누가 적인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정보가 언제, 어떻게 드러나는가, 그리고 그 정보가 어떻게 퍼지고, 오해되고, 이용되는가가 중심이다.

특히 ‘정체를 드러내도 되는’ 규칙은 진실도, 거짓도 모두 전략이 되는 세계를 만든다. 그렇기에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능력보다 룰에 대한 깊은 이해와 플레이어 간 심리전이다.
“무기는 총이 아니라 정보다. 이 게임에서 먼저 드러나는 자가 가장 먼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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