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화문덕 Jun 24. 2016

#56. 고마운 마음, 기억

폭우 속을 뚫고 달려와 준 그에게 경의을 표한다

점심을 먹고

가볍게 인사를 하곤 기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늘이 좀 우울해 보였지만, 걱정하지는 않았다. 비가 내렸다. 잠시면 지나가겠지란 생각에 지하보도로 내려갔다. 영어 회화 공부에 대한 조언을 되새기며 걸었다.

5번 출구

사람들이 멈춰 서 있다.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밖에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금방 지나가겠지란 생각에 기다렸다. 소나기란 것이 잠시 겁만 주고 가기에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믿었다.

20분 후

아직도 내린다. 저녁에는 그칠 거라고 생각했다. 메신저에 SOS를 날렸다. 단체 대화방에 "역에 갇혀있으니 데리러 와달라"고 호소했다.

잠시 후

답이 없는 듯하여 우산을 사러 가려고 발걸음을 옮기려는 그때, 오고 있다고 답이 왔다. 설마설마했는데...

미안한 마음

폭우 사이로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한 손에는 우산 하나가 들려져 있었다. 바지에 구두가 젖어 있었다. 기뻤던 마음은 그를 보는 순간 미안함으로 돌변했다. '내가 참 이기적이었다'는 생각이 치솟았다. 나 스스로가 참 미워졌다.

나란히 걸었다

우산을 쓰고 폭우 속을 뚫고 걸었다. 약 300미터 가량을 걸었는데, 온몸이 다 젖었다. 나를 마중 나온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우산을 살 걸

그 모습을 보니 더 후회가 들었다. 나의 판단 실수로 다른 이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된 셈이다. 그냥 우산 사서 왔으면 됐을 텐데, 몇천 원 아끼려고 다른 사람을 고생시켰구나란 마음이 떨쳐지지 않았다.

기자실에 앉아

젖은 운동화를 벗었다. 양말은 이미 빗물을 과도하게 머금은 상태였다. 그 역시도 그랬을 텐데...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피해를 주긴 했지만, 상대는 나를 원망하지 않았다. 괜히 불러서 옷이 젖었다고 토로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해줬다. 한 번쯤은 실컷 비를 맞고 싶은 날이 있었다고 말이다.

고마운 마음을 기억하며

본인이 희생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참아가며, 상대를 위해 기꺼이 험한 길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주는 모든 이들에게, 또한 그러한 마음을 받은 이들이 그 마음을 잊지 않기를 바라며...


나 역시도 그 마음을 기억하고자, 브런치를 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55. 뉴미디어 시대, 적자생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