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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Jan 22. 2024

좋은 부모는 아이와 이렇게 놀아준다

방학 특집 : 지리, 역사, 어학, 음식

 공부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노는 것도 그만큼이나 중요하죠. 공부는 우선 수동적인 지식 습득이 중심에 놓인 행위입니다. 물론 주도적으로 대상에 다가서고 관찰하며 나름의 생각을 구축하는 단계가 공부에 포함되지만, 아이의 성장단계가 발전해갈수록 학습할 수 있는 양은 많아지고, 실험하고 사고하는 시간보다 관찰하고 습득하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또한 공부는 당장 아이에게 놓인 학습 과제와 그날 공부해야 할 분량, 그리고 학습 목표라는 전제조건이 늘 따라붙습니다. “오늘 하루 공부 열심히 했다!” 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목표했던 학습양, 그리고 그날 다룬 지식을 충분히 이해했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어쨌거나 공부는 이렇게 다양한 제약이 따라붙습니다. 따라서 아이의 인지 발달도 수동적이고 정적으로 기울어지게 됩니다. 그 반면 놀이는 훨씬 오픈된 환경에서 아이들에게 자율적인 선택지를 부여하고 그를 통해 보다 다채로운 역량을 이끌어내도록 도와줍니다. 놀이를 통해 취미와 특기를 발견하고, 그 놀이가 아이의 평생의 동반자가 되고, 아이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유용한 역할을 해주다가, 나중에는 진로 선택의 기회를 풍성하게 해줄 수 있죠. 또한 놀이를 통해서 평소 공부한 것을 실험해보고 그것을 다시 공부에 피드백하는 선순환도 가능합니다. 그런 교육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도 많습니다.


 그럼 놀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떤 놀이를 통해 아이의 배움을 길잡이해주고, 다양한 역량을 일궈, 뽐낼 기회를 만들어볼까요?


 이번에는 우리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여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집이나 교육기관에서 하는 놀이는 이미 너무나 많은 교구들이 있기도 하고, 아동교육 전문가들의 말을 따르는 것이 좋으니까요. 그보다는, 1년에 겨우 몇일 휴가를 내서 가족이 보내는 소중한 시간, 혹은 이따금 주말에 온 가족이 함께 다녀오는 나들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놀이에 더 좋은, 보다 교육적인 방법이 있다면 여가 역시 그럴 것입니다. ㅣ우리가 아이들과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집을 벗어나서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또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꼭, 모처럼 머리 식히러 가는 휴가 여행에까지 그렇게 교육, 교육, 심각해야 해?” 이런 질문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가를 통해 아이의 마음과 영혼을 살찌우는 데에는 특별한 준비는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여가를 위한 지리와 역사     


 여가를 통해 아이의 학습 주도성을 키우는 원칙은 여행의 일정과 장소를 아이에게 탐구와 학습의 대상으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의 중요한 특성인 반응과 적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죠. 아이에게 새로운 자극을 적절히 조성해주는 것은 우리의 매우 중요한 역할이며, 수동적인 태도가 중시되는 공부에 편중되기보다는, 놀이와 여가를 통해 다양한 자극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부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면 가족 여행 때, 아이에게 어떤 자극과 반응이 주어질 수 있을까요? 여기에 지리와 역사, 그리고 어학 교과가 중요하게 기능합니다.


 지리 과목은 여행지에서 접하게 되는 아이들의 시각, 청각, 촉각 등의 오감 자극을 더욱 풍성하게 해줍니다. 제주도 중문의 주상절리를 한번 예로 들어볼까요. 대표관광지인 만큼 아이를 데리고 한번쯤은 빼놓지 않고 방문하게 되는 곳입니다. 주상절리대를 따라 산책을 하면 푸른 바다의 풍광과 함께 호젓함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광경을 직접 눈으로 보면 아름답고 경이롭기 그지없습니다. 평소에 보지 못할 시청각적 자극인만큼, 아이가 핸드폰이나 게임기에서 잠시는 눈을 뗄 수 있겠죠.          

 이 주상절리는 화산섬인 제주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지질 특성입니다. 뜨거운 용암이 바닷물과 만나 급격히 식으면서 용암이 흐르는 수평 방향에 대하여 수직으로 저렇게 쩍쩍 갈라지는 모양이 남아있다고 하지요. 당연히 바닷가에서 주로 발견됩니다. 그럼, 우리 나라에 화산이 제주도에만 있진 않았을 테니, 다른 지역에도 있었겠죠? 맞습니다. 경기도 포천과 광주의 무등산, 경주와 포항 등 많은 지역에 주상절리대가 발달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경주의 양남 주상절리대는 부채꼴 모양의 독특한 주상절리로, 중문의 주상절리 못지 않게 빼어난 풍광이면서 평탄한 해안을 따라 산책로도 잘 깔려있답니다. 다음 여행은 경주로 가볼까요? 경주에 가면 본격적인 역사기행이 가능하겠군요! “황리단길”도 가보고, 첨성대며 불국사를 돌아보고, 한옥 체험 등 즐길거리가 넘칩니다.


 아이와 중문 주상절리대를 돌아보는 사이에 이런 대화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는 벌써 다음에 아빠와 엄마와 여행을 갈 생각에 흥분되었겠네요. 만약에 현장체험학습을 쓰고 왔다면 반드시 주상절리의 사진은 찍어서 첨부해야겠습니다.


 그럼 이제 다시 무엇을 해볼까요? 제주도의 기암괴석지대는 이 밖에도 넘쳐나지요. 여름이라면 에어컨보다 시원한 제주도 만장굴도 추천할만합니다. 잠깐, 그런데 만장굴은 왜 시원할까요? 원리가 있지 않을까요? 아이에게 검색을 해보라고 하면 잠시 뒤에 지하는 태양의 일조량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라는 명쾌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한편 겨울에는 거꾸로 지열의 영향으로 실외보다 오히려 동굴이 따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고 하네요.


 이렇게 지리 과목을 통해서 아이들의 지식에의 참여가 여행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무엇을 할까요? 경주 주상절리를 찾아보고, 현장체험학습 계획서를 아이가 쓰도록 하며 경주의 다른 관광지를 찾아보고, 또 우리 나라의 특이한 지질 지형을 찾도록 하면, 훌륭한 창조적 탐구활동, 그리고 이런 공부를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면, 지식의 연계가 이루어집니다.


 말이 나온 김에 역사 과목으로 여행에서 공부하는 활동을 연계해볼까요? 경주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역사 공부를 함께 해 보겠습니다.


 역사 과목은 아이와 함께 여행한 지역의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입니다. 지리 과목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지도 위의 각종 정보, 그리고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들로 직접 체험할 수 있지만 역사 과목은 아무래도 현장에서 보기보단 사전에, 그리고 여행을 다녀와서 공부하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여행지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뿐더러, 여행 중 그만큼의 일정을 따로 낼 순 없으니까요. 지리와 달리 현장감이 떨어질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한 지식 위주의 암기과목으로 인식해 역사 과목을 싫어하는 아이도, 그래서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에 대한 탐구가 여행에 동반된다면, 여행의 전 후로 더욱 많은 학습의 자발성을 아이는 보여줄 것입니다. 역사 유적을 돌아보며 과거에 존재했던 문명의 높은 수준을 확인할 수도 있고, 비극적인 역사와 영웅적인 인물들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지요. 양남 주상절리와 가까운 문무대왕릉 이야기를 해볼까요? 중국 역대 국가와 우리 나라는 대규모의 전쟁을 여러차례 치른 바 있습니다. 그런데 신라와 당나라의 전쟁은 겨우 삼국 통일을 끝내고 국가 내부의 기틀을 다질 시기 신라에게 닥친 크나큰 위기였죠. 반면 고구려와 백제를 차례로 무너트린 당나라는 신라까지 정복할 야욕을 당연히 드러내게 되었죠.


 이때, 먼저 연개소문의 살수대첩을 예습할 수도 있고, 또 강감찬의 귀주대첩도 후일 공부하기로 예약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나당전쟁도 그에 못지않은 드라마틱한 요소가 많이 숨어있습니다. 뜻밖에 나당전쟁은 신라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되었는데, 선봉장이 통일신라와 고구려 부흥군의 장군 두 사람이었습니다. 이들이 요동을 점령하는 사이에 백제 지역에서 당나라 세력을 거의 몰아냈다고 하네요. 흥미롭지요?


 그러나 당은 차근차근 반격을 하며 요동에서부터 한반도 북부를 밀고내려와, 임진강 부근에서 전쟁이 지속되었습니다. 신라는 그런 가운데 연천 지역의 매소성에서 대승을 거두게 되는데요, 여기엔, 앞서의 석문 전투에서 패배를 자초한 김원술, 즉 김유신의 아들이며 국어 시간에 배운 바 있는 “원술랑”의 주인공 그가 의용군으로 참여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매소성에서의 대승 이후 현재의 충청남도 서천과 군산 사이의 앞바다에서 당나라와의 대규모 해전을 여러차례 치른 끝에, 마침내 나당전쟁은 승리로 끝나게 됩니다.


 성을 공격하는 공성전에, 이순신 장군처럼 해전에서 대국인 당나라를 꺾다니 신라의 저력이 대단하기도 하지만, 나당전쟁도 재미있는 구석이 많은 역사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보니, 또 역사에서 지리로, 연천과 서천, 그리고 군산까지 우리의 공부가 계속 계속 이어지고 있네요. 다음 가족 여행은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여행을 위한 어학과 음식     


 여행을 통해 자연스럽게 학습의 세계로 아이를 인도하는 것에는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잠시 스마트폰으로 검색만 해보아도 지자체에서 제작한 역사와 지리 정보가 넘쳐나니까요. 그것을 아이와 함께 살피며 우리는 우리 나름의 힐링 시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지리와 역사라는 인문 교과뿐만 아니라 전국 어딜 가나 자연과학 체험관이 있어 아이들의 수리과학 역량도 함양해줄 수 있습니다.


 또 이런 요령은 외국에서도 그대로 활용될 수 있지요. 외국은 그 자체로 지리와 역사 지식의 보고입니다. 아이와 비행기를 타기 시작한 순간 지리, 역사, 그리고 어학과 음식에 대한 공부까지 시작되죠. 국내여행에서는 사투리를, 해외여행에서는 그 나라의 언어에 대해서 배워볼 수 있습니다. 언어에는 그 지역 사람들의 문화가 한층 잘 배어있죠. 해외여행에서 아이에게 하나 둘 외국어를 배워보도록 하며 미래를 향한 꿈을 더욱 키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스파이더맨이 날아다니던 뉴욕의 빌딩 숲 사이를 거닐며 영어에 대한 관심을 부쩍 키울 수도, 따듯한 남쪽 지방의 바다에서 폴리네시아인 특유의 발음을 들어보며 왜 그런 언어가 발달했는지 탐구를 시작할 수도 있겠죠.


 음식 또한 그렇습니다. 한 지역의 음식엔 고스란히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묻어납니다. 우리나라처럼 삼면이 바다인 태국에서는 짜디 짠 피쉬소스가 흔하게 쓰인다지요. 일본은, 생선을 많이 먹는 식문화 때문에 유전적으로 치아가 나쁜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우리부터가 낯선 외국의 음식에 적응하기가 쉽진 않겠지만, 이왕이면 그곳의 문화를 느끼는 차원에서 아이와 함께 그곳의 식문화도 제대로 즐겨보는 것이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 어디서나 배움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지요. 편식하는 아이에게 시원하게 웃으며, 우리가 먼저 한입 먹어보여주는 자세는 아이에게 개방적 태도를 심어줄지 모릅니다.


 여행을 통해 우리는 평소에 바쁜 일상 속에서 보지 못한 서로의 모습을 더욱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여행이라는 새로운 체험의 장에서 아이들과 우리가 잠재되어 있던 흥미와 호기심, 그리고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만약 이 자유로운 시간을 배움으로 채울 수 있다면 여행에서 돌아온 일상엔 충분한 휴식을 취해 얻게 된 활력과 함께, 다양한 지식의 요소들이 가득할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공부란 따로 시간을 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나 늘 배울 수 있는 것이란 점을, 지리와 역사, 그리고 어학과 음식은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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