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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Jan 21. 2024

"개별화 학습"으로 우리 아이 "완전학습" 이끌어주기

개별화 교육과 완전학습     


 앞서 이야기에서 Bloom의 완전학습을 소개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아이의 성장 속도에 맞추어 1:1 기반으로 수업을 하면 거의 모든 아이가 목표한 학업성취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검증된 이론입니다. 오늘날, 아이 한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개별화교육은 가능할까요?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합니다. 학교는 국가교육예산의 한계로 불가능하고 사교육 중 학원 쪽은 좋은 강사일수록 수강생이 몰려서 1:1 교육이 어렵습니다. 과외는 강사의 신뢰도와 가격 측면에서 고민거리가 많을뿐더러 일주일에 많아야 4시간, 진짜 많아야 6시간 정도 이루어지는 과외가 1:1로 완전교육을 하는 것이라고 보긴 어렵죠. 아이와 1:1로 만나는 가장 중요한 사람인 우리 자신은 교육 전문성이 부족하고 시간도 많이 내지 못합니다. 이러한 각각의 이유로 개별화 교육은 실패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개별화교육을 최대한 근접하게 실천해볼 수 있는 방안들도 여럿 있습니다. 그리 사교육비를 많이 투자하지 않아도, 부모님의 사회적 경제적 배경이 넉넉하지 않아도 아이가 놀라운 공부에 대한 집중력을 보이며 성적을 올려나가는 일도 우리 주위에서 늘 발견되는 현상입니다. 실제로 개별화교육을 통해 “완전학습”을 달성할 수 있다면 그 개별화교육을 실현하는 몇가지 방법들은 있지 않을까요? 한번 우리의 현실 조건에서 이 일의 가능성을 따져보시죠.     


시작 흥미를 지식으로 바꾸기


 우리는 아이들이 모든 사물에 흥미를 느끼고 접근한다는 점을 잘 봐 왔습니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흥미     

아이가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고 거울행동을 하면 금새 놀라서 우리의 행동거지를 추스르게 됩니다. 그리고 다툼을 하며 언성을 높이다가도 아이가 우리의 눈치를 보며 울먹이면 싸움을 멈추고 아이에게 달려가죠. 이렇게 우리는 아이와의 모든 관계를 교육의 눈으로 바라보고 행동해왔습니다. 


 그런 습관은 ‘공부’가 시작되는 시기에 아이를 학원이나 유치원에 보내면서 학습의 롤모델로서의 부모님의 역할을 망각하면서 슬그머니 사라지곤 합니다. 아이가 있는데도 소통을 하지 않고 폰을 하거나, 아이가 그린 그림, 만들어낸 작은 장난감들을 적당히 칭찬만 하고 버려두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어느 시간, 아이의 어떤 발달 단계에서도 다시 아이와의 교육적 교감을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하브루타 대화법은 자녀와 열린마음으로 소통하고 의견을 묻고 답함으로써,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자연히 갈라진 의식의 차이를 좁히는 양육 기법입니다. 행동이 아닌 아이의 생각과 감정에 집중하며 부모님의 생각도 천천히 전달하는 대화 기술인데요, 이런 하브루타 대화법과 비슷하게 아이의 생각을 열어가며, 모든 아이의 경험을 교육적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그로부터 성장의 디딤돌을 더 놓아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좋아하고 잘 할 것 같은 것을 계속 권하는 것도 믈론 개별화교육을 위한 좋은 첫걸음이 됩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아이가 경험하는 일상의 모든 경험을 지식과 성장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에 맞는 교육적 조치를 수행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아이를 위한 학습의 롤모델로써 우리가 버티고 있어야 합니다. 독서를 하고 토론을 하며 지식 탐색의 세계로 아이들을 인도하는 역할은, 오로지 부모님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아이의 생각을 반드시 글로 남길 수 있게 일기든 감상문이든 활용해야 합니다. 생각의 기록은 아이의 성찰과 학습의 깊이를 더합니다. 책을 읽은 뒤엔 반드시 해설을 덧붙여주시고, 감상이 아닌 자기의 생각을 적도록 이끌어주셔야 합니다. 초등학생 때 잘못된 독서감상문 습관을 들인 아이들은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책을 요약하고 느낀점 밖에 쓰지 못합니다. 이야기에 대한 감상이 아니라 책이 말하고자하는 주제에 대하여 아이와 토론한 뒤,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아이의 모든 행동, 모든 경험에서 교육적 문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교육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이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아이는 퍽 느리게 자라나니까 지금부터 공부하며 실천해보아도 충분합니다. 아이가 편식을 한다면 편식이 유발하는 건강과 문화적 문제를, 아이가 혐오표현을 쓴다면 그 표현이 얼마나 나쁜지 뿐만 아니라, 왜 그런 표현이 생겨나고 누구라도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브루타적 방식으로 아이의 생각을 이끌어낸 다음, 공감과 소통을 넘어서 부드러운 교육 코칭을 수행해나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교육의 연장선이 북유럽에서 먼저 시행된 “현상 중심 학습”입니다.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아이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호기심을 학습 주제로 삼아, 그 현상의 배경과 원인, 우리가 해볼 수 있는 구체적 학습활동을 구안해나갑니다. 그를 통해서 한 학기 주욱 배움을 이어나간 아이는 일상의 경험 속 일들이 학습의 대상이 됨을 알고 공부를 색다른 관점에서 살피게 됩니다. 


준비 선행학습이 아닌 개별화 예습


 다음은 예습입니다.입니다. 예습은 개별화 학습의 필수 단계입니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처럼 수업 전에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파악해,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이죠. 모든 학생들이 저마다 수업 준비도가 다르니, 예습 또한 완벽하게 개별화하여 진행할 때 의미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무엇을 모르는지 찾아, 그것을 미리 학습하도록 하려면 학습량을 적절히 조정해주는 것이 필요입니다. 학습량 자체가 너무 많아서 아이들이 과제에 치이고 수업에 치이다 보면 공부의 효율은 도리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사람이 소화할 수 있는 양엔 한계가 있는데 무작정 아이에게 많이 암기시키고 선행학습으로 앞서 보내려 한다면, 개별화 학습은 가능할까요? 


 개별화학습을 통한 예습이 최고의 학습 성과로 이어지려면, 이어질 본 수업, 그리고 이후 복습까지 긴밀하게 지식의 습득 과정이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수업을 듣기 전엔 예습이 아닌 선행학습으로 레벨만 올리고, 학교 수업때는 다른 것을 공부하고, 수업 이후엔 다시 막대한 양의 과제를 하니 아이가 일주일에 30시간 가까이 보내는 학교 수업이 너무나 비효율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수업 준비에서의 개별화 실천, 즉 효과적인 예습을 통해 이어진 다음 지식습득의 단계로 이행해, 아이의 학습 주도성도 되찾고 학습의 깊이도 더해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학교교육에서는 최근 교과융합 프로젝트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현상학습과 유사하게 생활 속 주제로부터 교과 지식과 연계해 가르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수식과 그래프를 그려보도록 하는 것, 체육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신체 각 부위의 영어 표현을 익히도록 하는 방법 등이 시행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아이의 교과 예습이 일상에 연계되고 보다 다양한 지식을 탐구할 수 있게 됩니다. 


 아이들과 갖는 주말 시간에는 일주일간 배운 교과 지식과 앞으로의 예습 계획을 이야기 나누면서 원하는 지원을 해주시는 것도 필요합니다. 여기서는 부모님의 독서 습관이 중요합니다. 예습 단계에서는 아이의 호기심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먼저 도움이 될만한 책들을 읽어보시고 아이에게 추천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어려운 일들이죠. 그러나, 우리가 하지 않으면 개별화학습은 아무도 도와주지 못합니다.      


실행 질문력과 복습

 “질문력”이라 함은 수업을 하는 교사에게 아이가 즉각적이고 효과적으로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질문이 떠올랐을 때 즉시 해야 하는 이유 역시 개별화학습의 원리 안에 있습니다. 1:1 수업이라면 아이는 교사와의 공부 대화 흐름 속에서 즉각적으로 질문을 하고, 그것을 교사는 설명해 주겠죠.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3 때까지, 수업 중 즉각적으로 질문을 하는 학생들을 교사는 반기면 반겼지, 싫어하지 않습니다. 수업 중 아이의 질문을 가로막는다면 교사로선 실격이겠죠. 


 단, 질문은 어디까지나 효과적이어야 합니다. 그 말은, 다른 아이들도 알아듣고 교사도 알아들을 수 있는 간명한 것이어야 하며, 질문 전에 학생이 나름 숙고를 해보아야만 합니다. 개별화학습의 원리에 있어서도, 학습자가 우선 내면적인 성찰과 탐구를 해 본 다음에 질문을 해야 교사와의 질문-응답이 효과적일 수 있지,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질문을 던지면 그건 문제를 풀지 않고 답만 달라는 식인 것이죠. 그러므로, 즉각적으로 질문을 하되, 해당 문제에 집중하여 충분히 숙고를 하고, 질문을 메모하듯 정리하여 교사에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질문력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통해 수업 내용에 대한 몰입도 더해집니다. 그렇게 수업에서 충분히 많은 지식을 얻어냈으면, 그것을 완전히 소화해야하겠죠. 복습의 단계로 넘어갑니다. 


 이 복습에선 아이들이 모르는 것이 없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수학문제 오답노트처럼, 틀린 문제나 모르는 것이 있으면 정리해두고 완전히 내것이 될 때까지 반복해 공부하는 것입니다. 복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죠. 그러나 학습량이 과다한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큰 주제에서 작은 주제로, 이해에서 암기의 순서로 복습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복습과 시험공부는 다른 차원입니다. 복습은 지식을 완전히 나의 것으로 녹여내는 과정이고 그를 위해선 응용과 재창조가 때론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영어 단어나 문법을 공부할 땐 주어진 문장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새로운 문장을 써보는 것이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그것을 교사에게 첨삭을 요청하면 아이의 영어 이해가 확확 올라갑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시험대비를 할 순 없죠. 그러니, 복습과 시험공부를 구분해, 평소에는 복습을 중심에 두어 공부하고 시험 공부는 따로 계획을 잡아야 합니다. 학생들은 일상적으로 시험대비를 하는 스케줄 속에 있어, 복습이라기보단 시험공부와 선행학습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복습에서의 응용과 재창조가 잘 일어날수록 지식은 온전하 아이의 것이 됩니다. 아이가 만들어낸 학습의 결과물이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이의 지식과 능력을 평가하기도 수월합니다. 그러므로 이왕이면 문제풀이보단, 이해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질문이나 정리노트 등을 만들어보도록 권하시기 바랍니다.      


마무리 형성평가와 학습조력


 마지막은 형성평가입니다. 원래는 학교에서 매 수업마다 아이들을 가르친 다음, 오늘 공부한 내용을 아이들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 이해가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이 방법을 활용합니다. 쉽게 말하면 수업 뒤 쪽지시험이죠.


 그러나 이 형성평가는 아이들을 줄세우고 미달자를 혼내기 위한 방법과는 거리가 멉니다. 정말로 아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어 학습조력을 하기 위함입니다. 가정에서도 아이의 하루 하루의 공부 경과를 챙기면서 간단한 형성평가 시간을 가진 뒤, 절대로 혼내는 일 없이 어떻게 도움을 줄지를 논의해보아야 합니다. 간식, 선물, 용돈, 칭찬 등 다양한 전략을 수행해보시기 바랍니다. 


 형성평가를 통해 문제를 풀어보고 “평가기준”을 이해하며, 실제 성적 향상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부모님과 협력하여 아이가 개별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수업을 들어서만으로는 교과 지식들이 어떻게 평가에 활용되는지,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공부습관이 잡히지 않은 아이는 문제집의 해답지조차 잘 살피지 않는데요, 학습의 주도성이 있는 아이는 문제집 옆에 해답지를 놓고 풀이를 본 뒤, 이해가 안되는 것을 교사나 부모님께 들고 오죠. 풀이를 잘 이해해 자신이 모르는 것도 잘 보완하며, 현실의 성적과 학력의 문제에 대해 숙고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도 교육의 중요한 요소이므로 가정에서는 아이가 형성평가에 재미를 붙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습조력은 단순히 동기부여 측면만이 아니라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 나누는 과정입니다. 형성평가 뒤의 문제와 지식에 대한 토론, 학원 및 사교육의 필요성, 학급 분위기와 수업을 하시는 교사의 역량 등에 대해서 아이의 의견을 두루 듣고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시작단계부터 준비와 실행, 마무리까지 살피고 나니, 세상에 정말 우리가 교사라도 된 기분이 드시죠? 안타깝게도, 부모님의 학습 롤모델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완전학습” 개별화교육을 우리가 아니면 다른 사람은 해줄 수가 없으니까요. 힘내어 함께 가보시죠. 가시는 길을 항상 응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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