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로 시작해서 떡갈비로 끝남

여기서 떡갈비를?!

by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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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은 케이크를 썰지 못했다. 도저히 자기는 이 케이크에 칼을 대지 못하시겠다며. 처제는 당근케이크를 빨리 먹고 싶다며 장모님을 재촉했지만 생일파티 자리에서는 초만 꼽고 붙인 뒤에 다시 박스에 넣어서 집으로 가져오고야 말았다. 결국 이튿날 우리 부부를 잘라내서 통에 담아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장모님은 도저히 자기 손으로는 케이크에 칼을 댈 엄두가 나지 않으신다고.


"떡갈비는 어떤가 바깥양반."

"떡갈비? 엄마가 좋아하시려나...?"

"아빤 안좋아해 떡갈비."


장모님과 장인어른을 먼저 내려드리고, 바깥양반과 나 그리고 처제는 미역국거리를 사기 위해 마트에 장을 보러 왔다. 생일 아침상을 차려드리는 것까지 사위의 몫일 수는 없겠으나 그래도 최소한 미역국은 끓여드려야지. 그리고 내가 굳이 미역국거리를 사 온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장모님이나 처제, 그리고 우리 바깥양반 세 사람의 솜씨를 합한 것보다 내 요리 솜씨가 낫다. 그래서 한두번 미역국을 끓여서 가져다드린 적도 있다. 저~기 부산 해운대인가? 미역국을 파는 식당이 있는데, 미역국 같은 "집밥의 상징"을 굳이 돈을 주고 사먹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나는 이해 못할 일이긴 하지만. 그런데 오늘의 주제는 미역국은 아니고,


떡갈비. 국거리 소고기를 보다가 갈아놓은 고기가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호주산 고기가 가격이 나쁘지 않다. 생일상을 해드리지 못하니 떡갈비 정도 맛보는 즐거움은 누리게 해드릴 수도 있을 것 같다. 파는 집에 있으시려나? 바깥양반과 처제가 과자와 음료 등을 사도록 두고 정육코너를 휘휘 돌아다니다가 결국은 혼자 결단을 하고, 간 소고기 두 팩과 돼지 등심 한팩을 카트에 넣었다. 밤이 늦었으니 내일 해야지.


다음날 아침은 조금 기묘했다. 주말 진로 강좌 수업이 있어서 온라인으로 진행을 해야 하는데, 바깥양반이 소싯적 쓰던 방에 쪼그리고 앉아서, 아직 잠들어 있는 바깥양반을 옆에 두고 조심조심 목소리 톤을 조정하며 수업을 했다. 물론 바깥양반은 이내 깨어나서 내가 수업하는 것을 보며 피식피식 웃거나 핀잔을 이따금 주기도 했다. 그 사이에 모녀들은 모두 외출을 했는데, 그 바람에 내가 떡갈비를 만드는 것이 조금 늦춰졌다. 신선도에 주의를 해야 하는 식품이라 전날밤에 만들어놓을 수도 없고, 끼니 때가 되면 즉석에서 만들려고 했던 참이다.


그런데 아차. 햄버거 맛집이 있다며 바깥양반과 처제 그리고 어머님은 식사를 하고 오셨다. 내것까지 포장을 해 왔다. 떡갈비를 어쩌나! 만들고 가야 하는데 조금 난감해진 상황. 환갑이니 잠만 자고 나올 수도 없고, 오후 시간까지 같이 보내기로 했으니 차를 몰아 근교에 다녀온 뒤 만들어드리기로 바깥양반과 합의를 마쳤다.


"저기, 저녁 안먹고 가?"

"네? 아니, 댁에 가서 차려드리려고요."

"아니야 먹고 가. 집 가서 뭘 밥을 차려."

"아니, 떡갈비;; 해야하는데;;"

"됐어 먹고가. 근처에 괜찮은 식당 없나? 점심에 햄버거 먹어서 국물 먹고 싶네."


이런. 또 계획이 틀어졌다. 드라이브를 마치고 집에 가는데 장모님께서 식사를 하고 가자신다. 어제 오늘 딸과 사위가 불꽃효도를 했으니 저녁 한끼라도 먹이고 가고 싶다는 눈치셨다. 나는 집에 가서 떡갈비에 저녁을 차려드리고 싶기도 하고, 굳이 우리 때문에 돈을 쓰게 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장모님께서는 눈에 식당이 들어올 때마다 차를 세우라고 먹고 가자고 재촉을 하셨다. 바깥양반과 눈빛을 한번 교환한 뒤에 결국 종종 들러 곰탕을 포장해가던 집에 차를 세웠다. 모두 선지해장국을 시켜 나누어먹었다.


처가에 도착했다. 드디어 떡갈비를 만들 시간. 나는 급한 마음에 바로 주방으로 직행해 고기들을 꺼냈다. 쇠고기는 다져져 있고 식감을 부드럽게 만들어줄 돼지고기는 내 손으러 다져야 한다. 돼지 등심이 채쳐져 있어서 그것을 다지는 것은 어렵진 않았다. 아 그런데, 기름기가 부족하다. 돼지와 소를 반반 섞어서 만들려면 이왕이면 돼지는 비계가 좀 있고, 기름진 놈이 좋은데. 이를테면 항정살이 좋은 부위려나 싶다. 아니면 목살로 할걸 그랬나? 썰면서 벌써 조금 아쉽다.


처제는 대파를 사러 갔다. 물론 전통식으로 하려거든 기름기가 조금 있는 소갈비살만으로 만들어야 하겠지만 집에서 만드는 것이니 양파도 조금, 대파도 조금 섞어서 식감과 풍미를 보완해야할 것 같았다. 애초에 제대로 떡갈비를 집에서 만들려면 다 필요 없이 갈비 양념과 숯불. 두가지가 필수다. 그 두가지가 없는 가정식 떡갈비라면 이왕이면 야채를 섞어서 그 풍미라도 갖추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그나저나, 이 떡갈비를 내가 못먹고 갈 판이니 조금 아쉽다. 맛을 봐야 잘해드렸는지 못해드렸는지 알 텐데, 방금 해장국은 하나 먹었지 시간은 늦었지. 그런데 맛을 보는 것도 그나마 나중의 일이다. 빨리 만들어드리고 집에 가야 하니, 한조각 떼어서 맛을 보고 간을 더하는 식으론 만들 수가 없다. 간장, 참기름, 소금, 마늘 다진것 등등. 아 그런데 고기 양이 생각보다 많다. 마늘을 더해야겠는데...내 주방이 아니다보니 여건이 안된다. 아악!


썩 불만족스럽지만 어쨌든 고기는 이내 버무려졌다. 처제는 대파를 사왔고, 흰색과 녹색이 적절히 섞인 가운데 토막을 빠르게 채쳐서 떡갈비에 추가했다. 장모님은 장인어른의 도시락 반찬으로 해드린다고 하시는데, 그렇다면...간이 세어서도 안된다. 어른들이 드실 것이니 간이 싱건싱건할 정도면 좋겠다. 생강가루가 눈에 띄어 티스푼 하나 정도를 넣었다. 이정도론 간에 기별도 안갈 것 같긴 하지만.


"하나만 시식 해보시겠어요?"

"어? 그래."

"이거 이틀 안에는 다 드셔야 해요 신선도가 떨어지면 바로 맛이 변할 거라."

"어 이거 이렇게 원래 두껍게 해요?"

"아니...얇게 하려면 마트에서 다섯장에 만원짜리 파는 거랑 다를 게 없죠. 두꺼워야 식감이 좋아요."

"패티 같네."

"돼지고기를 섞긴 했어도 이거 끼우면 햄버거지."


락앤락 통에 떡갈비를 담으며 아무래도 안심이 안되어 한 덩이는 시식을 해보실 것을 권했다. 처제가 와서 눈을 둥그렇게 뜨고 묻는 말에 답해줬다. 집에서 조만간에 한번 더 만들어보고 싶긴 하다. 함박 스테이크로 만들어먹을 수도 있고 햄버거로 만들어먹어도 되고, 그런데 아무래도 떡갈비가 좋다. 숯불이 없으니 어디에 구워야하나 싶긴 하지만.


팬에 기름을 두르고 한 덩이를 올렸다. 남은 것은 여덟덩이니까, 처가 세 가족이 드시기엔 하루 이틀 양으로 넉넉할듯싶다. 치이익 하고 고기 덩이가 익어가는 소리. 뒤집개를 꺼냈다. 형태가 허물어지지 않도록 살금살금 누르면서 잘 뭉쳐진 고기의 부드러운 식감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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