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살이 찌지
튀김을 싫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만은 나는 결혼으로 인하여 사실상 처음으로 독립을 한 것이었기 때문에 내가 마음껏 먹고픈 요리를 할 수 있다는 즐거움을 만끽하기로 했다. 찌개나 국은 집에서도 여러번 끓였다. 조미료도 잘 쓰지 않으면서 말이지. 게다가 결혼 전 한두달의 식단 조절, 결혼과 신혼여행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욕구불만 등으로, 요리는 나에게 꽤나 유용한 스트레스 해소의 기회였다.
게다가 우리가 결혼한 뒤 한달도 안되어 추석이었다. 아버지께서 주변과 주고받는 추석명절 선물세트들 중 몇가지를 챙겨가라고 하셨는데, 그 중에는 식용유 세트가 반드시 포함되기 마련. 집이 넓지 않은 터라 저장음식들은 모두 공간을 차지하는 짐덩이들이다. 냉장고에 든 음식도 치워야하지만, 밖에 있는 식료품도 치워야 한다. 기름통, 후다닥 써버리는 게 낫겠다.
아무리 그래도 신혼 초부터 매일같이 튀김 음식을 해먹는 이 용감무쌍함이라니. 신혼여행을 다녀오니 학교에 업무는 쌓여있었고, 나는 점심식사도 잊은채 점심시간이면 쓰러지듯 잠에 들었다가 오후 수업과 업무를 하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저녁은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차리는 것이 휴식이 되는 시간. 그래서 칼로리 따위는 생각 하지 않고 기회만 있으면 튀김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역시 만만한 건 돈까스지. 엄마가 등심 살코기를 챙겨주셔서 그걸로 조금 이런 저런 요리를 하다가 마침내는 직접 돈까스를 만들기로 했다. 물론 첫 시도는 실패. 시즈닝을 내 멋대로 올리브유 따위로 하다보니 세상 맛도 없고 간도 배어있지 않고, 게다가 튀김 온도를 잘못잡아 겉은 타고 속은 덜 익어버렸다. 그래서 그걸 살려보겠다고 오븐에 돌렸다가 습기가 다 빠져버려 곤욕을 치렀다. 엄마가 만들어준 돈까스를 튀겨 먹는 건 쉽지만 직접 만들겠다고 망치질도 않고 두껍게 만들어서 그걸 어떻게 익혀보겠다고 뻘짓만 했다. 유명한 돈까스 맛집의 두툼한 돈까스들은 수비드를 미리 해서 육질을 부드럽게 하면서 미리 익혀둔다는 건 나~중에나 알게 된 이야기고.
그래도 몇번 경험이 쌓이다 보니 괜찮은 요리가 나온 적도 있긴 하다. <골목식당>에서 포방터 연돈의 돈까스가 한창 인기세를 치르고 있을 때였는데, 당연히 바깥양반과 내가 새벽 4,5시에 가서 줄을 서서 먹을 사람들은 아니고 어떻게 언제쯤 가볼까 손가락만 빨고 바라보다가 에이 만들면 되지 뭐. 이제는 나도 돈까스 제법 만들 수 있으니까. 하고 대충 슥삭슥삭 치즈를 잘라서 살코기로 싸서 튀겨봤다. 맛은, 물론 치즈가 제대로 녹지 않아서 미지근하고 딱딱했지만 그래도 기분 정도는 낼만 했다.
치즈돈까스까지 대충 흉내내서 만들어보니 이때쯤 돈까스는 질려버렸다. 그 사이에 부모님을 모시고 신혼집 집들이를 했더니 엄마가 넉넉히 염지해둔 고기를 한 통 챙겨오셔서 바깥양반과 같이 돈까스 튀김옷을 입혀서 가신 덕분에, 내가 몇달동안은 돈까스를 만들다고 뻘짓을 할 이유도 사라져 있었다. 그러니 천천히 냉동실에서 하나씩 꺼내서 튀기면 될 터. 이때쯤 되어서야 작은 냄비에서 튀김을 하는 것은 튀김 온도 등 신경쓸 것이 많다는 것을 천천히 깨달아가게 되기도 했다.
그렇게 돈까스를 두고 갖은 장난질을 쳐댄 뒤에도 여전히 나는 튀김을 포기하지 않았으니, 이미 결혼 뒤 체중이 10kg 가까이 불어난 뒤에도 여전히 내가 먹고픈 것이 있으면 주저하는 일이 없이 만들어먹곤 했다. 미세먼지가 기승이던 봄날에 바깥양반과 단양을 다녀왔는데 마늘이 많이 나는 고장이다보니 마늘과 파 등을 듬뿍 넣어서 튀김반죽을 한 통닭집이 제법 인기였다. 튀김옷에 마늘과 파라.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서 집에서 나중에 흉내를 내봤다. 역시 엄마가 챙겨준 오징어로 튀김을 해보기로 하면서, 거기에 마늘을 다져넣고 파를 같이 썰어넣었다.
결과는 대략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양이 너무 많아버려, 느끼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바깥양반은 몇조각 먹지 않고 나 혼자 다 먹어치우느라 다시 뱃살을 적립했다는 사실 정도랄까. 이러니 살이 찌지 싶긴 하다만 그래도 튀김은 그때 그때 먹어야 맛이 좋다. 먹을 수 잇을 때 먹자. 살이야 빼면 되지 뭐.
튀김행각의 피날레는 텐동이었다. 역시 <골목대장>에 나온 텐동집 때문이었다. 실제로 인천에 가서 겸사 겸사 동네 구경도 하면서 먹고 오기까지 했다. 이때쯤엔, 슬슬 튀김에도 질려가던 참이라 텐동처럼 번거로운 걸 집에서 할 생각까진 없었는데, 문제는, 바깥양반이 텐동을 좋아하는데도 주변에서 잘 하는 곳이 드물었다는 것이다. 느끼한 게 문제일까 칼로리가 문제일까. 텐동을 하는 곳이 주변에 잘 없다. 딱 한군데 전문점이 있긴 한데 바깥양반이나 나나 단골로 삼을만한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 아니면 두번은 가지 않는 성향이다. 식당은 다른 곳에도 많으니까. 그리고,
에잇. 만들면 되지. 하고 어느날 퇴근 길에 대략 재료를 샀다.이때까지만 해도 가지를 거의 먹지 못했던 바깥양반에게 가지튀김의 멋짐을 보여주고자 생각하며 가지, 그리고 꽈리고추. 냉장고에 칵테일 새우는 있다. 일식 길쭉한 일자 새우와는 다르지만. 김 튀김도 시도해봤는데 멋지게 실패! 튀김옷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고 다른 튀김들과 같은 옷을 입혔더니 튀기는 과정에서 그대로 분리되어 버렸다. 김 튀김 정도는 들어가는 게 보기에 좋지만 결국 포기하기로.
새우에 가지에 꽈리고추면 그래도 구색은 맞춰진다. 무엇보다도 새우를 넉넉히 들어가서 사먹는 것보다 훨씬 즐겁게 먹을 수 있다. 새로 앉힌 밥에 간장, 양파즙, 설탕을 적당히 섞어서 밥에 쪼륵쪼륵 부은 뒤에 재료들을 올렸다. 온천계란을 만들었어야 할까 싶지만, 국그릇으로 쓰는 큰 식기에 이미 한주걱의 밥과 넉넉한 튀김으로 가득이다. 다음에 또 만들 때 다른 재료들은 더하면 되겠다.
"맛있어?"
"응. 이건 뭐야?"
"가지. 너 원래 못먹지?"
"응 근데 맛있어."
"어 원래 가지 맛있어."
그렇게 나는 기나긴 튀김행각을 마무리했다. 요~즘은 튀김과는 반대로 야채로 두루두루 요리를 하는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