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나 나 나 나 여기서 자고 싶어! 아니 묵고싶어!

겨울 속초 반달살이(15)

by 공존

이틀 남았다. 그 말인즉슨 싸들고 온 짐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커피는 매일 아침 즐겁게 마시고 있다. 싱크대 쪽 콘센트가 부족해서 물끓이개 두개(아이용, 커피용)와 그라인더, 밥솥 총 네개의 전자제품을 바삐 오간다. 어김없이 커피를 마시고 나서 바깥양반과 아기에게 아침을 차려준다. 오징어순대는 2만원에 세마리인것을 두번째로 사왔다. 계란물 입혀 굽는 것에 난 별로 감흥이 없는데 바깥양반이 좋아하니 뭐어. 거기에 김치까지 남은 걸 탁탁 털어 찌개를 끓였다. 이렇게, 가지고 온 주방 살림은 거의 소진. 이틀 남았으니 그쯤은, 라면으로 떼우면 되겠다.


한달살이를 오는 것이 세번째다. 속초에선 오늘이 딱 보름째다. 어지간히 구석구석을 돌은 터라 바깥양반은 어딜 가야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겨울이라는 점과 아이가 있다는 점으로 인해 우리의 동선의 제약이 크다. 앞으로 5년 이상은 이런 고려가 따르겠지. 아이가 튼튼히 걸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봄에 올레길을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지만, 그때가 되는 것은 시간이 오로지 알려주시겠지.


어쨌든 오늘은 내가 모두 코스를 짜두었다. 우선, 대포항.

대포항의 경우, 욕심 안부리고 새우튀김만 먹으면 대강 덤터기는 쓰지 않는다. 물론 속초 중앙시장에서도 새우튀김은 같은 가격에 살 수 있지만 아이가 있고, 북적대는 그곳에서, 굳이 유명 새우튀김집에서 기다리는 수고를 할 필요는 없다. 대포항이 북양양IC에서 가깝기도 하니 여러모로 여러모로, 관광코스로 끼워두긴 괜찮다. 회만 안먹으면 된다. 오늘처럼 날씨 맑은 날에 한바퀴 휘 둘러보고 새우튀김만 먹고 오면 된다.


대포항 원조 튀김집이라는 곳에선 대단히 훌륭한 맛은 아니지만 껍질 째로 튀긴 고소한 새우튀김과 오징어튀김을 꽤나 근사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또 좋은 점은 중앙시장처럼 포장만 되는 것도 아니라, 유명한 맛집에서 인증샷을 찍어가면서 테이블에서 편히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튀김을 먹으며 대포항 횟집 시세를 보니 무조건 눈탱이를 치겠다는 그 의지가 보인다. 그것도 대포항을 찾는 재미랄까.

두번째 방문 코스는 설악로 방면의 카페다. 오아오? 작년에 속초여행 때 왔던 텐덤커피클럽을 검색했더니 이름이 바뀌어 있다. 텐텀커피클럽보다 오아오라는 이름이 심플하고 괜찮다. 그리고 텐덤(이하생략)의 흔적도 고스란히 있어서 나쁘지도 않다.


그리고 이곳에서 바깥양반과 함께 긴 시간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 바깥양반이 업무를 봐야 했고, 나는 그 사이에 동백이를 봤다. 커피의 맛도 훌륭하고 널찍한 자리에서 마운틴뷰와 함께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서 꽤나 사람이 붐빈다. 그런 곳에서 아이를 달래고 있는 나의 노고가 적지 않았다. 다행히 아이를 재우고 내 업무도 조금이나마 하는데에 성공.


여기에서 대강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안 마지막 코스를 짜기 위해 좀 검색을 해보았는데, 양양은 카페랄게 뻔한 편이고 심지어 대부분의 괜찮은 카페들은 이미 바깥양반의 마수에 걸려든 참이다. 그러니까 오늘은 내게 맡겨진 상태에서 내가 한군데 더 카페를 고른 뒤, 시장에 들러 간단히 장만 본 뒤 숙소로 돌아가기로 한 참.


그런데 이게 좀 대박이었는데,

속초에서 차로 20분여를 달려 양양 북쪽에 위치한 카페로그의 경우 이번 속초 반달살이 최고의 발견이라 부를만한, 완전히 바깥양반과 날 흠뻑 빠지게 한 공간이었다. 넓디 넓은, 천장도 높아 탁 트인 공간에 사방이 소나무숲으로 둘러싸인 북카페다.


게다가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가 운영하는 리조트 1층에 위치한 터라 장서가 정말 많은 편이다. 커피의 맛이야 기억이 나지 않을만큼 무난 평범하지만 아, 아이가 없었다면 여기 커피잔도 테이크아웃 잔이겠다, 커피잔 돌고 소나무숲도 돌아보고, 책도 읽으며 반나절, 아니 한나절이라도 오래오래 앉아있고 싶은 곳.


실제로 이곳에선 꽤나 많은 사람이 책과 차를 즐기고 있다. 같은 건물의 리조트에 묵고 있는 여행객도 가득한듯, 주차장이 빼곡.


"아이 씨. 여기 협회원만 묵을 수 있나봐."

"진짜? 아 여기서 묵으면 너무 좋겠는데."

"나 나 나 나 나 여기서 자고 싶어. 아니 여기서 묵고 싶어!"

한가지에 꽂혀서 그것에 집중하는, 모두가 경험하는 그런 경향이 나 역시 여기서 폭발했다. 아이를 무릎에 앉힌 채, 아이가 폰 화면을 보는것도 신경쓰지 못하고 부리나케 검색을 했다. 한국검인정교과서 협회원이어야 숙박이 가능하다니! 가입을 하는 방법은 없을까? 아니면, 우리 복지몰에서 제휴되고 있는 숙박업체 중에 있지 않을까?


결과는, 결국 모두 실패하고 좌절, 했지만 나는 좌절하지 않았다. 솔향기 언덕. 반드시 반드시 반드시 오고야 말겠다. 여기서 다리 쭉 뻗고 하루종일 책을 보겠다. 내친 김에 숙박을 하겠다 하며 나는 결의를 다졌다. 물론 그러는 사이에도 동백이는 가만히 있지 않아서 나는 골병 들어가는 왼팔에 아이를 얹고 책 구경을 시켜주며 정작 나는 책을 읽지 못했다. 이것도, 모두 아이와 함께 하는 과정이니 받아들일 몫일 뿐이다. 좋은 곳에 오면 아이와의 미래가 자연히 그려지는 것도 부모의 삶이려니 하며 받아들여야지. 그래도 내가 열심히 아이를 봐주고 하여, 바깥양반 역시 정말로 마음에 드는 카페에서 퍽 오래 누워서 쉬었다.


내가 카페로그에 오기 전에 검색을 해보았을 때까지만 해도 충분히 정보가 없는 편이었다. 북카페라는 것만 구미를 당기는 편이었는데 이름난 곳이 아니어서 자칫하면 놓칠 뻔 했다. 그런데 뜻밖의 발견에, 카페만 알게 된 것이 아니라 꼭 오고 싶은 숙박까지 발견. 여행 막바지에 이런 즐거움을 얻게 되어 바깥양반도 나도 흡족했다.


여행의 막바지, 나는 그리고 바깥양반을 위해 마지막 한마디를 던졌다.


"내일은 마지막이니 강릉 가줄게."

"진짜? 와!"



티각태각

건강식! 중앙시장에서 꽤 큰 점포를 닭강정골목에 유지하고 있다. 이번 여행 때는 새우튀각이 없어서 아쉬웠다. 철이 아니라고. 새우는 가을이 제철이니 가을에 와서 사먹어야겠다. 다만 이번에 바깥양반은 김과 연근, 고구마 부각을 넉넉히 샀다.


도화

중앙시장에 위치한 로컬식당. 매콤 짜장면이 인기라고. 탕수육을 먹을까 물어봤으나 바깥양반은 웬일로 시키지 않았다. 여기서 음식을 먹고 나서 혼자서만 휙 가서 장을 봐 왔다.


소라엄마튀김

원래는 푸드트럭이던 대포항 원조 새우튀김집. 점포를 몇번 옮긴 끝에 지금 자리로 옮겼다. 중앙시장과 비슷한 가격으로 더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게 메리트. 그리고 좀 속초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간다면 대포항에서 잘 장을 볼 수도 있을 테니 그럴 때 들를 수 있을지도.


오아오

원래 텐덤커피클럽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던 카페. 북양양IC 인근이라 속초를 떠날 때 한숨 쉬며 들르기도 좋다. 추천하는 곳.


카페로그

뒤에 있는 책들은 벽지가 아니다. 이쯤이면 전국 최고의 북카페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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