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 쑥쑥
"악! 아하하. 동백아~"
"왜?"
"아니이. 소변인 줄 알고 기저귀 갈아줬는데 똥이야."
"응?"
"봐 똥."
"어 줘봐 사진 찍게."
"응?"
"이유식 시기에 이제 굳은 변 나온다더니."
나는 아내에게서 기저귀를 받아 사진을 찍었다. 똥이 곱다. 내검지 손가락보다 조금 작은 똥이, 예쁜 똥덩어리가 만들어져 기저귀에 톡 올려져있다. 똥이라지만 내 아기 똥이라 귀엽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똥은 아기의 건강의 지표 중 하나다. 황금색, 이토록 굳은 변을 본 것은 드물다. 이정도면 동백이가 태어나서 내딛은, 또 하나의 발자욱이라 할만하다.
사진만 찍고 똥은 이내 접어서 버렸지만, 아이의 건강한 똥을 보니 반갑기 그지없다. 잘 크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아이가 이유식을 시작하고 나니 시작된 변화다.
동백이는 3월 초순부터 이유식을 시작했다. 5개월차니 살짝 빠르다. 그러나 앞니가 이미 2월부터 나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먹인 것으로 치면 빠르다고 볼 수도 없는 시기다. 부모의 고뇌가 또 새로 시작되는 것이 이유식이라는데, 우리도 씩씩하게 버티고, 동백이도 이유식을 잘 먹어내고 있다.
첫 이유식을 만들기 위해 식기와 조리기구를 싹 새로 샀다. 거기에만 돈이 제법. 그리고 유기농쌀가루를 사서, 미음을 간단히 만들었다. 샥샥 냄비에 실리콘 주걱이 돌아가는 소리는 아빠에겐 즐거움이다. 첫 이유식을 만들어놓고 출근을 하니 다음날 아내는 혼자서 동백이의 첫 이유식을 먹였는데, 세상에나 첫 이유식에서 로또가 터졌다. 아이가 몹시 얌전히도 그 미음을 다 먹은 것이다. 깔끔하게.
그러나 그런 행운은 오래 가지 않았다. 다음날엔 아이가 이유식을 몇 스푼 먹더니 자지러지게 울었더란다. 모든 과정은 영상으로 내게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첫날은 그리도 잘먹더니 다음날엔 생 난리라니. 이게 왠 난리니.
그 뒤로 한달 반, 이유식으로 인한 온갖 소용돌이가 우리를 스쳐갔다. 단호박미음으로 인해 새로 산 아기옷 두벌이 노란 물이 들어버렸다. 아내가 땅을 치며 후회했지만 여러가지 수를 써봐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아마 이렇게 쓰면 댓글로 친절한 누군가가 알려주시겠지.) 그리고 동백이는 이유식을 먹을 때마다 몇 스푼 얌전히 먹다가 이내 턱받이를 미친듯이 빠는 일을 반복했다. 대체 왜 그럴까. 우리는 아이를 안고 먹이기도 하고 하여튼 여러 방법으로 사력을 다했다. 그렇게 한달반. 이제 아이는 이유식에 퍽 익숙해졌다. 지금은 내 무릎에 딱 앉혀놓고서 50ml 정도 3분만에 뚝딱.
내가 깨달은 점은, 아이가 먹는 것에 텀이 생기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취식이란 무언가를 내내 입에 대고 있는 것인데, 머리로는 지금 무언가가 입에 들어온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데, 그게 입에 붙었다가 떨어졌다가 하니 아이가 놀라고 어색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유식을 먹을 때마다, 처음 몇스푼은 아주 예쁘게 먹다가 이내 울면서 턱받이나 제 손을 빠는 일을 반복했던 것. 그래서 나는 매우 빠르게, 쉴 틈 없이 아이의 입에 이유식을 밀어넣어주는 방법을 택했는데, 그것은 제법 성공적이여서 이제 동백이도 적응이 된 모양이다. 잘 먹는다.
잘 먹는 아이는, 먹이는 보람을 준다. 그리고 오늘은 똥을 보니, 그 또한 곱다. 매일 똥을 싸던 아이가 묵혀서 싸느라 똥꼬가 아프진 않을까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이유식을 따라 똥도 바뀌고, 성장해가는 것을 보니 아빠는 기쁘다. 이런 것도 육아의 즐거움이라고 해야하나. 이제, 아기 똥 구경을 하는 즐거움이 좀 생길 것 같다. 아직 아기에게 똥 내음은 그리 나지 않는다. 오히려 분유보다 덜하다. 쌀가루에 미량의 채소가 들어가는 탓이겠지.
이 똥도 가면 갈수록 더욱 묵혀서 나오게 될 것이고, 모양도 잡힐 것이요, 그러다보면 더 고운 똥이 나올 것이니. 네 똥 곱다. 너의 얼굴생김 마음씨 만큼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