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음악 별점을 살렸다.

애플의 빅브라더 플랜 따위

by 공존

대체 왜 별점을 없앤 걸까. 벌써 사라진지 몇년인가. 아이팟 시절부터 음악를 별 숫자에 따라 분류하고 정리하던 나는 하루 아침에 고것을 없앤 애플이 원망스러웠다. 굳이 아이폰을 고집할 마음도 없고 LG폰을 써보고 싶어서 이야기를 꺼냈다가, 바깥양반이 "우린 무조건 커플폰이야!"라며 결사 반대하시는 바람에, 이 얼토당토 않은 거대기업의 횡포를 그대로 받아내며 살아왔었다.


그러던 11월 초, 마침내 신형 아이폰을 구매했다. 4년이나 된 아이폰6S를 바꿀 시기가 되었기도 하고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모 통신사가 요즘 가장 혜택이 좋다며 적극 추천해줘 아무 생각 없이 대리점을 찾아가보니 오호라. 꽤나 만족할만한 금액이다. 그 자리에서 바로 폰을 구매해 집에 왔다. 정든 6S는 집에서 모바일 전용 게임이로, 음악 전용폰으로 쓰이게 되었다.


그런데, 만족스럽게 새 폰의 성능을 맛보며 다음날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데, 이런. 음악 앱의 "싫어요"가 사라져 있다. 나는 소리바다 초창기부터 mp3를 수집해왔기 때문에 꽤 많은 용량의 음원을 갖고 있고(이를 테면 빌리 조엘의 디스코그라피라던지) 그 음악들을 폰에 와장창 일단 넣고 듣는다. 당연히 모든 곡들이 좋을 리는 없으니 분류를 해서 집에서 정리를 해야 하고, 오래 전부터 별점으로 곡을 분류해왔다. 별 다섯개는 당연히 최고 좋은 노래들. 삭제할 노래는 별 하나. 지울까 말까 지울까 말까 별 둘. 일단 봐준다 별 셋.


그런데 애플이 어느날 애플뮤직을 런칭하며 별점 기능을 없애더니, 이번엔 "좋아요"만 남기고 "싫어요" 기능을 없앤 것이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그럴만 하지. 이미 "좋아하는 음악" 플레이리스트 자동 분류도 없앤 마당이니까. 빅브라더를 꿈꾸는 거대기업이 유저의 자율성을 줄이고 그 공간에 자신들의 수익창출을 끼워넣는 것이야 흔한 일이다. 유저데이터가 충분히 쌓였으니 "좋아요"만으로도 선호하는 음악을 코디네이팅해줄 수 있고, 유저의 음원 분류에 활용되는 기능을 없애 애플뮤직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심산이렷다. 5단계의 별점이 없어진 뒤 "좋아요"와 "싫어요"로 엉성하게 음원을 분류하던 나로선 청천벽력이다.


순간 창의력을 발휘해 플레이리스트에 "삭제"를 추가했다. 방금 들은 구린 음악을 삭제 리스트에 넣었다. 하루 이틀 뒤에 몇 곡을 더 삭제 리스트에 넣어 분류한 뒤 아이튠즈를 실행했다. 이제 정리의 시간. 그런데 이번에도 영 불편하다. 플레이리스트를 클릭, 음악을 확인한뒤, 보관함으로 이동, 곡 하나를 지우고, 다시 플레이리스트로 가서, 이번엔 펜을 꺼내 곡들을 메모를 하고, 다시 보관함으로 이동, 검색해서 찾아서...아아아 복잡해!


이건 너무 귀찮다. "싫어요" 기능만이라도 있었으면 간단히 소팅 한번에 끝나는 일이 몇배의 노동이 되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할까 생각하며 하염없이 아이튠즈를 이리저리 만졌다. 그러다가,


- 응? 선호도는 뭐야?


하고 상단탭에서 "선호도"를 클릭했다. 어라? 별점이다!


상상도 못한 반전이었다. 별점 기능이 멀쩡히 살아있는 것이다. 내가 좀만 더 꼼꼼했다면 더 빨리 알아낼 수 있었을 텐데 "선호도"라는 이름으로 숨어있을 줄도 상상을 못했고, "좋아요"와 "싫어요"로 대체했을 뿐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애플의 감성 탓일까? 마냥 수동적으로 기능 패치에 대해서 적응해오기만 한 관성 탓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원해서 아이폰 유저로 남아있는 것도 아닌 마당에 말이지.


아이튠즈에서 별점을 확인한 후 바로 동기화를 눌렀다. 그러나 내 기대와는 다르게 아이폰의 음악 앱엔 여전히 별점이 없다. 어떻게 된거지! 이번엔 구글링을 했다. 두어군데를 찾아간 뒤에, 아이튠즈에서 선호도 기능을 켰으면 설정으로 들어가 음악앱의 선호도 기능도 켤 수 있게 되어있단 것을 알아냈다. 빠르게 설정을 찾아가 설명대로 했고, 이번엔 성공이다. 와우!


선호도, 아니 별점이 돌아왔다. 이제는 옛날처럼 내가 원하는대로 음악을 분류하고 음원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처음 산 아이팟을 산 것이 2007년인데, 지금까지도 전원도 잘 들어오고 아주 쌩쌩하다. 그 아이팟을 들고 대학생활을 마무리했고,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사기 전까지 살뜰히 애용했다. 수 없이 많은 추억이 남아있는 mp3 플레이어고 그 때 익힌 사용법대로 지금도 난 아이튠즈와 음악 앱을 사용하고 있다. 나름대로는, 내 청춘의 흔적이다. 인생의 가장 혼란하고 두렵던 시간을 같이 해 온 음악들과, 그 습관이니.


별점을 이용해 오늘 외출길에 들은 음악을 몇가지 더 분류하며 오랜만에 추억에 젖는다. 아이폰6S는 128기가짜리인데 새폰은 64기가다. 폰을 백업복원하면서 음악을많이 덜어냈는데 이제 음악을 더 넣어야겠다. 그리고 음원도 구매를 더 해야지. 윤종신의 노래를 mp3와 앨범으로 모두 구매해서 소장하는데 이제 연말이다. "행보"가 나올 때가 되어간다. 소리바다 시절부터 용케 살아남아 있는 음원들도 넣고, 겨울에 듣기 좋은 노래도 넣어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에게, 오랜만에 다시 별 다섯개!


다운로드.jpg 3 Doors Down이라는 밴드의 kryptonite라는 곡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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