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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Jul 03. 2020

[영화로 배우는 인생 연출]_07.아이 필 프리티

영화 <아이 필 프리티> 포스터


누구의 추천도 받지 않았지만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영화


우연히 포스터를 봤다. 호기심이 생겼다. 왠지 모르게 끌렸다. '한 번 봐 볼까? 보다가 재미없으면 그만 보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다. 이름을 아는 배우는 단 한 명도 없었고, 얼굴은 한 번쯤 본 것 같은 배우들만 나왔다. 그런데 영화는 지루할 틈 없었다. 다 보고 나서도 뿌듯했다. 영화가 끝나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도 많은데 얼마나 다행인가. 그렇다고 기대가 없어서 실망도 없었다고 하기 어렵다. 그만큼 재미있고, 의미 있는 영화다. 그래서 추천하게 된다. 특히 '나다움', '자신감'과 관련된 영화라면 아주 강력하게 추천한다.


영화 <아이 필 프리티> 중에서


주인공이 거울 앞에 서 있는 장면이다.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스스로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자신을 볼 때 어떤 마음이 들까? 표정에서 알 수 있다. 만족스럽지 못하다. 아니 그 이상이다.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고, 주눅 들어 있고, 자신감은 바닥이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영화 <아이 필 프리티> 중에서


어느 날 다이어트를 위해 찾은 곳에서 운동기구를 타다가 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주인공은 자신이 예쁘게 보이는 환상을 보게 된다. 자기 눈에만 자기가 예뻐 보이는 거다. 영화적 설정에 몰입하는 순간 갑자기 시간이 빨리 흐른다.


영화 <아이 필 프리티> 중에서


처음 본 장면과 위 장면을 비교해보면 재밌다. 거울 앞에 서 있는 주인공의 표정만 봐도 변화를 알 수 있다. 대사가 한 마디도 들리지 않는데 말이다. 주인공은 이제 다른 사람이 된다. 외모에 만족하고, 움츠러들지 않고, 자신감 넘치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영화 <아이 필 프리티> 중에서




영화 <아이 필 프리티>를 재미있게 본 가장 큰 이유는 주연 배우(에이미 슈머)의 연기 덕분이다. 같은 배우로서 섣불리 뭐라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웠다. 아직 그 이후로 에이미 슈머 같은 여배우의 연기는 보지 못했다. 그만큼 영화를 돋보이게 했고, 대사가 마음으로 전달됐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영화 <아이 필 프리티> 중에서 (사고당하기 전의 모습)
영화 <아이 필 프리티> 중에서 (사고당한 후의 모습)


그녀가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보느냐에 따라 움직임이 다르다. 걸음걸이가 다르고, 표정이 다르다. 말하는 속도도 다르고, 톤(tone), 피치(pitch)도 다르다. 한 영화 안에서 1인 2역을 하지 않고도 1인 2역을 보는 것 같은 극적 쾌감을 준다. 이런 상상도 해봤다. 소리를 끄고 영상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사고 나기 전과 후, 자신을 부정적으로 볼 때와 긍정적으로 볼 때, 그녀의 모든 비언어적 표현이 달랐다. 멋진 연기다.


가장 큰 울림을 준 장면은 영화 후반 그녀의 마지막 프레젠테이션 장면이다. 자세한 설명을 덧 붙이고 싶지만 영화를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자제하고 싶다. 우리는 자신의 어떤 모습을 보며 살고 있을까? 어떤 모습을 보며 '나답다'라고 생각할까?


영화 <아이 필 프리티> 중 프레젠테이션 장면




당시 나는 많이 힘들었다. 두렵고, 막막하고, 외로웠다. 그런 나의 마음을 잘 알아차린 누군가의 말에 울음이 터져버렸다. 그동안 괜찮지 않으면서 괜찮은 척했었다. 억지로 밝은 척 웃었던 것은 힘들어하는 나와 마주하기를 피하는 방법이었다. 배우가 되기 위한 도전의 길도 힘들었는데 힘들어도 괜찮은 척하느라 더 힘들었다. 그러다 결국 들켰다. 남들에게도 들켰고, 나에게도 들켰다.

나는 힘들면서도 안 힘들다고 속이고 있었다. 그런 내가 안쓰러웠다. 가여웠다. 안타깝고, 슬펐다. 아직 멀었다고, 부족하다고, 모자라다고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었다. 과연 아직 멀었고, 부족하고, 모자라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얼마나 더 열심히 해야 가까이 갔고, 얼마나 더 잘해야 충분하다고 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잠시 멀리 떨어져서 내가 나를 보았다. 짠했다. 눈물이 날만큼 내가 기특했다. 열심히 하고 있고, 많이 성장한 내가 보였다. 미숙하고 서툴 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다그치고, 채찍질해야 하는 내가 아니라 수고한다고 쓰다듬어줘야 마땅한 내가 보였다.

‘힘들어하는 나’도 있고, 힘들어하는 나를 ‘보는 나’도 있다. 두 개의 ‘나’ 중에서 ‘나답다’고 할 때의 ‘나’는 누구일까? 힘들어하는 내가 나인가? 힘들어하는 나를 보는 내가 나인가? 힘들어하는 내가 나라면, 힘들어하는 것은 나다운 것인가? '나다운 것'은 나를 관찰하는 내가 나답다고 느끼는 것이다. 역할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 나도 있지만, 그런 나를 관찰하는 내가 있다.

- <인생 연출> 중에서 -


자기를 어떤 사람으로 보느냐에 따라 '자기다움'이 정해진다. 자기를 형편없는 사람으로 규정한다면 형편없는 말과 행동을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자기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으면 괜찮은 말과 행동을 하는 것도 더 괜찮아진다. 영화 <아이 필 프리티>의 주인공이 보여 준 것처럼 자기를 어떤 사람이라고 믿느냐가 중요하다. How do you feel about yourself? Are you pretty? 우리 모두 'I feel pretty!'라고 답할 수 있길 바란다.


원하는 인생으로 연출하고 싶다면,
원하는 모습의 사람이라고 믿고,
믿는 대로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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