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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Jul 14. 2020

[영화로 배우는 인생 연출]_08.밀리언 달러 베이비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 중 한 장면


Protect myself at all times.


트레이너가 선수에게 묻는다.

What is the rule?

선수는 대답한다.

Protect myself at all times.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트레이너 역할 프랭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기했다. 권투 선수 매기 역할은 '힐러리 스웽크'가 맡았고 7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프랭키 역), 힐러리 스웽크(매기 역)


프랭키는 매기에게 항상 자신을 지킬 것을 강조한다. 실제 영화에서 매기가 'Protect myself at all times'라는 대사를 되뇌게 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온다. 프랭키는 자신의 선수를 책임져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이 있다. 그것은 수년 전 자신이 책임지지 못해서 한쪽 눈을 잃은 선수에 대한 죄책감이기도 하다. 프랭키의 오랜 동료이자 한쪽 눈을 잃은 전직 복서 애디 역할은 '모건 프리먼'이 연기했고, 역시 77회 아카데미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 애디 스크랩 역할의 모건 프리먼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배우로서 수상하지 못했지만 7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했고, 영화는 작품상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연출한 감독이자 영화 속 감독 역할을 열연한 주연 배우이다.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처: 네이버 영화)


촬영 현장을 보지 못했지만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영화 속 프랭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상상을 했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현장을 지휘하면서도 세심하게 스태프들을 챙겼을 것 같다. 그의 오랜 연륜도 그대로 묻어 나왔을 것이다. 영화 안에서 그리고 밖에서 그는 훌륭한 리더였음에 틀림없다. 링 위의 선수를 지도하는 감독이자 스크린 속의 배우를 지도하는 감독이었다.




그의 섬세한 연출을 실감하게 한 장면은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첫 장면이 시작되기 전 장면과 마지막 장면 이후의 장면이다.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첫 장면


실제 영화의 첫 장면은 권투 장면이다. 그런데 그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의 음악이 인상적이었다. 30초가 조금 넘는 시간동안 기타가 연주된다. 개인적으로 어쿠스틱 기타 소리를 좋아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권투를 소재로 한 스포츠 영화 음악으로는 뜻밖이었다.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 소리가 먼저 맴돌고 권투 장면으로 이어진다. 드라마 채널을 보다가 천천히 스포츠 채널로 바뀌는 것 같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함께 시작되는 피아노 음악도 그랬다. 잠시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던 나를 달래주었다. 배려 같았다. 까만 화면에 만든 사람들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하지만 영화가 끝난 것 같지 않았다. 장례식장을 나올 때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 느낌과 비슷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이란 건 알았지만 음악은 누가 작업했는지 몰랐다. 영화를 다 보고 찾아보니 음악 역시 그가 맡았다. 시작 전부터 끝나고 난 후까지 섬세한 연출이었다. 비록 시작과 끝은 잔잔한 음악으로 연출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펀치같이 묵직한 장면도 많았다. 영화는 한 장 한 장 넘기다가 마지막 장을 다 읽고 나서도 손에 쥐고 있게 되는 책 같았다. 한 장면 한 장면, 그리고 마지막 장면까지 그랬다.


"What is the rule?"

"Protect myself at all times."


영화가 끝나고 문득 생각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왜 이 질문과 대답을 여러 번 나오게 연출했을까? 연출(演出)은 말 그대로 무대 위에 펼쳐서(演) 내어 놓는 것(出)이다. 연출을 뜻하는 프랑스어 ‘미장센(mise en scène)’도 무대(scène) 위에(en) 두다(mise)는 의미다. 장면을 연출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스크린에 보이는 모든 것을 잘 펼쳐 놓는 것이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연출했을까? 'What is the rule?'이라는 질문과 'Protect myself at all times.'라는 대답을 하는 장면은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이내 나를 향한 질문들도 쏟아졌다.


What is the rule?
나에게 어떤 rule이 있는가?
그 rule은 왜 지키려고 하는가?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그 자유는 변명인가 진실인가?
Protect myself at all times...
자신을 지킨다는 것은 무엇인가?
책임을 진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과연 무슨 짓까지 할 수 있을까?




주연배우가 감독을 맡는 영화는 많다. 주연배우까지는 아니더라도 감독으로 변신하는 배우도 많다. 그러나 주연배우로서 그리고 감독으로서 동시에 인정받는 이는 드물다. 거기에 감독으로서 '거장'이라는 칭송을 받는 것은 극히 드물다.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몇 달러 따위로 매길 수 없는 위대한 영화를 만들었고,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영화 안에서 또 한 명의 감독을 위대하게 그려냈다. 자신이 연출한 영화에 자신이 열연했고, 다른 배우들의 열연도 책임감 있게 담아냈다. 그는 위대한 배우이자 위대한 감독이다.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 중 한 장면


‘삶’이라는 작품에서 배우이자 감독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NG’와 ‘OK’를 외치는 것이다. 그 자유를 누리는 것이다. 내 삶은 나의 작품이다. 내가 주연이고, 내가 감독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 외치는 NG와 OK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된다. 내가 만드는 삶의 장면을 NG와 OK로 나눈다면 그 기준은 내 것이어야 한다. 나의 기준에 따라 스스로 NG와 OK를 외칠 때 삶은 내 것이 된다.

만약 내가 나답지 못한 장면을 만들고 있다면, 우리는 스스로 NG를 외칠 수 있다. 반면에 스스로도 만족스럽고, 다시 그 순간이 와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은 장면은 OK다. 연기도 내가 하고, NG도 OK도 내가 외친다. 그것이 내 삶의 주연이고, 내 삶의 감독이다.

- <인생 연출> 중에서 -


원하는 인생으로 연출하고 싶다면,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 자신의 인생을

잘 펼쳐서(演) 내어 놓고(出) 싶다면,

'세상'이라는 무대(scène) 위에(en)

자신의 인생을 잘 펼쳐 놓고(mise) 싶다면,

먼저 연출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원하는 인생으로 연출하고 싶다면,
당신이 감독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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