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신과 마주한 적이 있는가?
당신을 바라보고, 당신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가?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주인공은 30년 전 과거의 자신과 마주한다. 자신과 대화하고, 심지어 멱살을 잡고 싸우기까지 한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판타지 영화다. 현재의 주인공이 과거의 자신을 만나는 이야기다. 현재의 수현 역은 김윤석 배우가 연기했고, 과거의 수현 역은 변요한 배우가 연기했다. 수현의 절친 태호 역할도 김상호, 안세하 배우가 맡아 열연했다. 빼놓을 수 없는 여주인공 연아 역할은 채서진, 김성령 배우가 맡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묘하게 닮은 두 배우를 번갈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영화는 현재의 수현이 의료 봉사 활동을 하다가 선물로 받은 알약을 먹으면서 시작된다. 알약의 신비로운 힘은 수현을 30년 전 과거로 데려간다. 그리고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사람, 연아를 만난다. 과거의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현재의 두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다. 30년 전으로 돌아간 수현은 30년 후에도 연아와 함께 있고 싶어 하는 자신과 마주한다. 그리고 한 사람이자 두 사람은 미래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 다른 선택들을 하게 된다. 그들이 원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을까?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바뀔까?
3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을까? 30년 전의 나와 마주하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을까? 30년 동안 만들어 온 나를 어떻게 바꾸고 싶을까? 시간 여행은 현실에서 벌어질 수 없는 일이란 것을 안다. 그럼에도 현실과 연결하며 여러 가지 상상을 하게 된다. 경험해보지 않은 세계를 경험해보고 싶은 욕망이 반영된다. 후회되는 선택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을 미리 알고 싶다. 어떤 이유에서든 시간 여행은 흥미로운 소재다.
만약에 30년을 10년으로 줄이면 어떨까? 줄인 김에 더 줄여서 5년은 어떨까? 그냥 확 줄여서 어제로 돌아간다면?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내가 별 차이도 없겠다. 아예 시간 여행도 필요 없이 현재의 나를 마주할 수는 없을까? 가능하다. 우리는 현재에 나와 내가 공존할 수 있다. 이중적 현존(double existence) 할 수 있다.
이중적 현존 (double existence)이란 연극에서 무대 위의 ‘행위자’로서 배우와 ‘관찰자’로서 배우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연기하는 나와 연기하는 나를 보는 내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과거나 미래 시점으로 가지 않고 현재에도 내가 나를 만나는 것이 가능하다.
‘세상’이라는 무대 위, ‘삶’이라는 공연의 여러 역할을 맡을 때, ‘맡은 역할을 해내는 나’도 있고, 그 역할을 해내고 있는 나를 ‘관찰하는 나’도 있다. 이 두 명의 내가 함께 하는 것이다. 아들이라는 자식 역할을 하고 있는 나도 있고, 자식 역할을 하는 나를 관찰하는 나도 있다. 학생이라는 역할, 직장인이라는 역할, 친구라는 역할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여러 역할을 해내고 있는 ‘어떤 역할로서의 나’도 있지만, 그런 ‘나를 관찰하는 나’도 있다. 인생 감독이 되고 감독의 눈으로 나를 본다는 것은 또 다른 나의 눈으로 나를 관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상의 이중적 현존은 우리의 행복한 인생 연출을 돕는다. 초목표를 의식하면서 매 순간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돕고, 여러 역할을 해내는 일상의 메소드 연기를 돕는다. 삶의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 주연 배우인 나와 그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감독인 내가 이중적으로 현존할 때 가장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다.
- <인생 연출> 중에서 -
30년 전으로 돌아가서 내가 나에게 조언할 수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불가능하다. 30년 후의 내가 현재로 와서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불가능하다. 우리가 살 수 있는 시점은 과거나 미래가 아니다. 오직 현재뿐이다. 지금 이 순간이 전부다. 지금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나를 보고, 내가 나를 조절할 수 있다. 지금의 선택이 30년 후의 미래를 만든다. 지금 당장 내가 나를 바꾸는 것으로 미래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원하는 인생으로 연출하고 싶다면,
당신을 관찰하고, 조절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