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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햄톨 Sep 14. 2018

인류 문명의 비밀을 여는 세 가지 열쇠

총, 균, 쇠(제레드 다이아몬드 저)

우리는 대개 현재의 고도 발달된 인류 문명을 이룩한 것은 인류의 잠재력이 수많은 환경적 어려움을 각고의 노력으로 극복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에서 인류 문명사에서 문명의 발전은 인간의 능력보다는 그들이 속한 환경적, 지리적 요인이 더욱 지배적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외부적 요인은 인류 발생 150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문명사 발전 과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인종주의, 즉 인종이라는 생물학적, 생리학적 특징에 따라 그들이 속한 지역의 문명 발달의 정도가 차이를 보인다는 것은 19세기까지는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백인, 그리고 그들이 속한 서구 문명 중심의 배타적인 사고방식 아래서 지배 민족과 피지배 민족은 인족의 선천적인 능력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극단적 인종주의가 등장했다. 인종주의는 노예제를 정당화하는 발판으로 사용되었으며,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그리고 가깝게는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아시안 홀로코스트까지 이어지는 차별과 억압, 폭력의 사상적 기틀이 되었다. 즉, 문명 간, 민족 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지배관계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에 비해 갖는 집단적 우월성에 따른 발전 속도의 차이에 의한 것으로 정당화 함으로써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이러한 인종주의적 사고방식에 강하게 반발하며, 민족마다 역사가 다른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기존의 인종주의적 발상 대신에 문명의 불균형한 발달을 설명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이론이 등장하지 못했는데, 이 때문에 인류 문명의 발달 연구는 주로 불투명하고 논쟁적인 대상이 되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이러한 논쟁 가운데서, 지리 환경이 분명히 역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본적 사실을 과학적 접근법을 통해 역사의 광범위한 경향으로 확대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책을 살펴보면, 저자는 그의 뉴기니 원주민 친구 얄리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고 한다. 얄리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얄리의 질문이 가진 함의는, 왜 어떤 민족은 다른 민족의 억압과 지배를 받으면서 그것을 벗어나지 못했는지를 넘어, 그들과 침략자들 간 문명 발전의 차이가 왜 생겨났는지를 묻는 근원적인 질문이었다. 즉 유럽 및 아시아 민족들이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들을 침략하고 복속시킬만한 힘을 가진 문명으로 성장한 원동력은 어디에 있었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총, 균, 쇠로 대표되는 환경, 지리적 혜택을 쉽게 혹은 자연적으로 얻은 몇몇 민족들의 경우 이러한 혜택을 바탕으로 다른 민족의 비해 강력하고 풍요로운 문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서술한다.



문명이란 어떤 지역에서 인간이 물질적, 기술적, 사회구조의 3가지 측면에서 다른 곳보다 발달된 양상을 갖는 것을 말한다. <총, 균, 쇠>에서 식량 생산은 총기, 병원균, 쇠가 발전하는 데 있어 가장 필수적인 선행조건이다. 농경과 목축을 가능케 하는 환경적 요인-예를 들면 가축화될 수 있는 동물의 존재 유무, 농경에 적합한 땅과 기후 등-을 통해 식량 보급과 비축이 용이해지면 기술자를 먹여 살릴 수 있으므로 무기나 금속의 생산이 촉발된다. 더불어 목축을 통한 동물과의 직간접적 접촉이 일어나 병원균에 대한 내성도 보유하게 된다. 이것이 인류의 물질적, 기술적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더불어 식량 보급과 축적의 용이는 인구의 폭발적 증가를 수용할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는데 핵심적 요건이 된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늘어난 인구를 통솔하는 사회 구조적 발판이 형성되기 시작하였고, 부락에서 국가로 사회형태의 변화가 일어났다. 또한 기술혁신과 발명 또한 증가하게 되었다. 이처럼 재레드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모든 물질적, 기술적, 사회 구조적 변화를 포함하는 문명의 발달은 근본적으로 그 문명권을 포함하는 자연환경, 지리적 여건의 차이에 따라 현재의 분화된 양상으로 흘러온 것이다.  즉 지리, 환경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에서 문명 발달의 큰 줄기를 특정 민족, 특정 국가가 개별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역사를 거시적 안목으로 살펴보는 것은 세부적이고 국지적인 연구와는 달리 우리에게 전인류적 문명 발달의 흐름을 대략적으로나마 살펴볼 수 있는 통찰력을 준다. 즉, 인간 사회의 다양한 문명이 분화되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앞으로 우리가 겪어내야 할 새로운 문명의 흐름을 앞서 예측할 수 있는 지혜를 주기도 한다. 문명 발달에 대한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새로운 분석이 다음의 세대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준 것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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