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듣기 전 먼저 영화를 먼저 보았는데, 그때 느낀 솔직한 감정은 실망감이었다. 영화의 내러티브 자체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톨러 목사가 신의 존재와 종교적 문제에 대해 고뇌하는 부분에서 느닷없이 환경 문제에 집착하게 되는 흐름이 억지스럽다고 생각했다. 자신과 상담하던 신자가 갑자기 자살하면 물론 충격이 클 것이다. 그러나 환경운동가의 암울한 예언을 듣고 인터넷 검색을 몇 번 하더니 자살테러에 나설 정도로 환경 문제에 크게 분노하게 되는 점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본인이 죽을 정도의 병에 걸렸다는 점을 알게 된 후의 행동이라 더욱 설득력이 떨어진 듯하다. 전반적으로 종교, 자본, 그리고 환경이라는 주제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다고 느꼈다. 또한, 환경과 자본에 대한 메시지가 너무 노골적이라 세련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다만 수업을 듣고 생각이 바뀐 부분들이 있었다. 특히 <퍼스트 리폼드>의 많은 장면들이 감독이 영감을 받았던 다른 영화의 장면들을 오마주한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되자 비교적 이야기의 흐름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아는 만큼 보인다. 영화도 공부가 필요한 분야라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다.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 <오데트>, <겨울빛>, <희생> 등에서 일부 장면들을 차용한 점은 그 자체로 종교를 다룬 영화들의 성찰을 소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그 영화들을 계승한 <퍼스트 리폼드>는 2017년의 시점에서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환경 문제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다소 의아하게 느껴졌던 전개가 조금은 이해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이 더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한편 영화의 엔딩에 관해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마지막 장면은 구원은 결국 남녀 간의 진실한 사랑에서 온다는 기독교적인 메시지로 읽혔는데, 이는 다소 진부할 뿐만 아니라 영화 앞부분의 환경 문제에 관한 분노, 종교적 고뇌 등과도 이어지지 않았다. 폴 슈레이더가 초월적 스타일을 구현하고자 했다는 점까지 고려할 때 <어느 시골 사제 이야기>의 엔딩처럼 십자가를 보여주는 방식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