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인터넷 먹통을 겪으며
오늘은 간만에 정해진 일정이 없는 여유로운 날이다. 따로 스터디도 없고 중간고사도 끝났고. 여유롭게 늦잠을 자고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책이나 읽어야겠다 하고 있었다. 10시반 정도에 눈을 뜨고 나서도 유튜브 클립 보면서 뒹굴거리다가 배가 고파서 밥을 차려먹기로 했다.
원래 혼자 밥을 차리고 먹을 때는 항상 유튜브를 틀어놓는다. 그런데 갑자기 유튜브가 접속이 안되는 것이다. 집 와이파이에 문제가 있나보다 하고 데이터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그래도 먹통이었다.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이러면 카톡도 안되겠구나 싶어서 문자를 보내려고 했는데 문자도 안보내졌다. 와이파이 단말기를 건드려 봤는데 기기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이정도면 통신사에 뭔가 문제가 있구나 라는걸 추론할 수 있다. 나만의 문제인지 아니면 전국적인 문제인지 알려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나 SNS 등을 확인해보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데이터가 안되니까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필 집에 나혼자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기다리면서 밥을 차려먹기로 했다.
아무런 소리도 없이 밥을 먹는데 그 적막감이 새삼 놀라웠다.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인 내게 조용하게 밥을 먹는 일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친구나 가족과 대화하며 먹거나, 에어팟을 끼고 유튜브를 들으며 먹거나 둘 중 하나다. 내가 먹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하니까 무서울 정도였다. 현대인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서 갑자기 데이터를 끊어버리면 집단 공황상태가 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진짜 그럴 것도 같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이 지속되면 정서적으로 불안해진다. 옛날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살았던 걸까?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해킹을 통해 적국의 통신을 전부 끊어버리면 될 것 같다. 그러면 사회적 혼란과 불안 때문에 굳이 공격하지 않아도 알아서 자멸하지 않을까. 예전에 읽은 책 <피로사회>에서 현대인들에게는 아무런 정보에도 노출되지 않으며 사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평소에 명상이라도 좀 해봐야 하나.
나는 이런 생각을 하다가 통신 복구가 되자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