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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 Feb 14. 2019

Made in Portland (2)

로컬 마켓, 로컬 브랜드, '로컬'이 매력적인 곳


"포틀랜드 좋더라"
"어떤 게 좋았어?"


여행에서 무엇이 좋았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말로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무엇이 좋았는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던 것들을 기록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잊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글로 기록하는 것은 내게는 더욱 절실하다. 어떠한 형태로든 모든 여행은 기록되어야 오래 남는다.


포틀랜드의 두 번째 글은 '로컬'에 대한 이야기이다.

'로컬'이 주목되는 요즘 시대에 이곳의 로컬 사랑은 주목할만하다.

 

1. 아날로그의 정석, 에이스 호텔

2. 만드는 행위가 일상인 곳

3. 로컬 마켓, 로컬 브랜드, '로컬'이 매력적인 곳

4. 아트 뮤지엄보다 편집샵

5. 일본과 포틀랜드는 무슨 관계일까

6. 미식의 도시, 포틀랜드

7. 에어비앤비를 탐험하고 싶은 곳

8. 산과 바다, 자연과 가까운 도시

9. 포틀랜드의 책방 이야기



3. 로컬 마켓, 로컬 브랜드, '로컬'이 매력적인 도시

동네 슈퍼마켓을 갔는데 여러 제품군에 'Local' 표시가 되어있었다. 처음에는 동네 사랑이 엄청나다고 생각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로컬 표시가 붙은 제품은 대체로 품질이 좋았고 만족도도 높았다. 이틀밖에 안된 이방인도 로컬 제품만 찾을 정도였으니까. 즉, 'Local' 표시는 믿고 살 수 있는 보증서가 되어준 셈이다. 마켓에서 와인을 고를 때에도 자연스럽게 선택 범위는 오리건주 로컬 와인이었다. 그중에서도 병 뒷면에 와이너리의 토양 정보와 생산자의 사인이 새겨진 로제 와인이 가장 신뢰가 가서 골랐는데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이거 어디에서 왔나요?

포틀랜드 사람들은 원산지를 정확히 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상품이 어디서 만들어졌고, 어떻게 유통되었는지를 궁금해하고, 불분명한 출처는 신뢰하지 않는다. 물건을 살 때 디자인과 가격이 더 중요했던 나와는 다른 태도와 관점이다. 그런 관심 덕분에 "Made in Portland" 제품의 품질은 좋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숙소와 가까웠던 Whole foods market에서 로컬 식품에 푹 빠졌다.


내게 이곳 로컬의 매력을 느끼게 해 주었던 장소를 몇 군데만 추려서 소개하려고 한다.

로컬의 식재료를 살 수 있는 마켓과 로컬들이 주로 가는 보석 같은 프리마켓, 소비 만족도가 제일 높았던 브랜드 스토어까지 가장 좋았던 곳만.


[마켓] 작지만 신선한 유기농 음식이 풍부한 곳 Alberta Cooperative Grocery

알버타 예술 지구에 있는 이 곳은 협동조합 식료품점이다. 고품질의 건강하고 저렴한 식품을 제공하는 사명을 갖고 1997년부터 운영되었는데, 동네 사람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는 마켓이다. 야채가 그려진 간판이 앙증맞게 귀엽다.


'Super Local'과 'Local'의 차이는 뭘까?

내부를 구경하다가, 일부 제품에 'Super Local'이라고 붙어있었는데 'Local'과는 무슨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다.'Super'가 붙었으니 품질이 훨씬 좋은 건가?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 계산대에 있던 스태프에게 물었는데, 그녀는 It's good question! 라 하며 (포틀랜드 사람들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참 사랑스럽다.) 차이는 바로 'Distance(거리)'라고 말해주었다. '아! 거리에 따라 신선도의 차이가 크구나'라는 평범하지만 큰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었다.

알버타 거리 초입에 있는 'Alberta Cooperative Grocery'. 스태프 픽으로 고른 초콜릿은 정말 훌륭했다.


[마켓] 로컬들이 주로 찾는,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플리마켓 Portland Flea + Food

포틀랜드는 플리마켓이 자주 열린다. 매주 토요일마다 강가에서 열리는 Portland Saturday Market과 신선한 식재료를 파는 파머스 마켓 등. 하지만 기대를 너무했던 걸까. 다녀온 곳 중, 어떤 플리마켓은 규모는 컸으나 눈에 띄는 제품이 없었고, 다른 곳은 규모가 너무 작았다. 야외 플리마켓에 대한 실망감이 커졌을 때, 한 달에 한 번만 열린다는 마켓이 마침 일정이 맞아서 속는 셈 치고 다녀왔는데 이것이 진짜일 줄이야.


마지막 주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열리는 'Portland Flea + Food'마켓은 진귀한 빈티지 제품들로 가득했다. 옛 귀족들이 썼을 것 같은 빈티지 모자부터 80-90년대의 펜들턴(Pendleton) 재킷, 라탄 의자 등 사고 싶은 게 많았으나 겨우 참았다. (좀 살 걸 그랬다..)

구경할 것도 많고~ 사고싶은 것도 많고~


포틀랜드의 로컬 브랜드

포틀랜드에서 태어나 성장한 브랜드는 '나이키(Nike)'뿐만이 아니다. 'Made in Portland'로 명성을 떨치는 브랜드 제품은 식재료부터, 의류, 잡지까지 카테고리가 다양하다. 위스키와 화이트 트러플, 커피 등을 재료로 만든 소금이 유명한 Jacobsen Salt Co. 그리고 12가지 종류의 살라미를 파는 Olympia Provisions, 빨간 로고가 인상적인 Alma Chocolate, 한국에도 진출한  Smith Tea와 같은 식료품부터 양모/인디어 패턴 담요로 유명한 150년의 전통 의류 브랜드 Pendleton와 아웃도어 캠핑용품으로 유명한 POLER, 일상 라이프스타일 잡지 Kinfolk까지. 이 외에도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로컬 브랜드가 많았다.



포틀랜드의 브랜드 제품을 한 곳에 모아둔 편집샵, Made here pdx

포틀랜드의 로컬 브랜드가 궁금한 이들을 위해, 매력적인 제품을 한 곳에 모아둔 편집샵이 있다. 이름부터 직관적인 "Made here Pdx". 지점은 총 3군데로 펄디스트릭트(PEARL DISTRICT)가 본점이고, 미시시피와 시애틀에도 생겼다고 한다. 이 곳에는 300개가 넘는 로컬 브랜드가 있으니 여러 제품을 구경해보고 취향이 맞는 제품의 브랜드 스토어를 골라서 방문하는 것도 괜찮은 여행 방법일 것 같다.


나만의 인생 부츠를 만날 수 있는 Danner

다녀온 브랜드 스토어 중에 가장 만족스러웠던 곳이다. Danner에서 인생 부츠를 만났다는 누군가의 고백을 듣고 방문했다. 1932년부터 장인의 솜씨로 견고하게 만들어진 부츠는 비가 자주 오는 포틀랜드의 지역 특수성을 고려한 만큼 방수도 잘 된다. 짙은 초록색 부츠를 산 남자 친구는 착용감이 편안해서 일상화로도 훌륭하다고 후기를 남겼다. 참고로 유니온 웨이점에는 다른 재밌는 브랜드도 입점해있으니 여유롭게 구경해도 좋겠다.

가게 한편에 영문판 매거진 B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괜히 반가웠다(!)


로컬이 점점 주목받는 시대

그 동네에 가봐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don't go there, live there)라고 말하던 에어비앤비(airbnb) 브랜드 카피처럼, 현지인처럼 잠시라도 살아보는 여행에 점점 끌리는 것 같다.


관광객이 몰리는 가게보다는,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골목 가게가 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모르는 현지인이더라도 눈인사를 하고, 작은 인사말을 건네고, 대화를 하며 생각과 감정을 나누다 보면 외부의 관광객 신분에서 벗어나, 현지에 조금씩 녹아드는 기분이 든다. 특히 여행을 하면서 현지 사람들이 건네주는 말 한마디에는 힘이 있었다. 때로는 힘을 얻기도 했고, 영감을 얻기도 했다.

기억에 남았던 포틀랜드 사람들


그리고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여행지에서 찾아보는 경험도 매우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갈 때마다 꼭 책방을 일부러 찾곤 하는데, 주인의 성향과 그 동네의 분위기가 결합되어 책방마다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요가'에 관심이 많은데, 다음 여행지에서는 현지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요가 스튜디오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요가를 해보는 경험도 재밌을 것 같다.


그곳에서만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것, 그곳에서만 살 수 있는 것, 그곳에서만 보거나 먹을 수 있는 것이 '로컬'이 주는 매력이다. 단순히 껍데기만 '로컬'스러운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켜켜이 쌓여온 생각, 의식, 노력에서 진정한 로컬 다움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한정적이고 차별화된 경험이기에 로컬이 우리에게 주는 경험의 가치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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